[박미산의마음을여는시] 풍장

2022. 12. 19.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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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소증(素症)이 자주 났었습니다.

푸성귀만 드시고 고기를 먹지 못해 어머니는 소증이 났던 거죠.

어머니는 이집 저집에서 얻어온 개장국을 부뚜막에서 혼자 드셨습니다.

개를 키웠던 우리들은 그런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해 야만인 취급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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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이른 저녁 모란장에 가서
개장에 갇힌 누렁이를 보면서 개국을 먹었다
깨진 진열장에 흑염소를 넣고 바위산을 기어오르며 놀았다
파장은 이르고 엿장수의 스피커로 인파는 몰려드는데
장구실 울 안 닭장을 지키던 소이를 보고는 목젖이 팽팽하게 조여왔다
눈물이 났다 발길 닿는 곳마다 송장처럼 피를 버린 누렁이들이
고리에 널려 말라가고 있었다
시장은 종류를 알 수 없는 동물들의 목숨 건 투견장이다
각처에서 5일장을 찾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닭장, 개장, 토끼장 속으로 밀어 넣는 장사꾼의 힘선 목줄을 본다

어제 모란장에 먼지바람 맞는 개들을 보았다
제일 값나갈 때 풍장이 되는
어머니는 소증(素症)이 자주 났었습니다.

푸성귀만 드시고 고기를 먹지 못해 어머니는 소증이 났던 거죠.

궁핍했던 그 시절, 돼지나 소를 잡는 것은 명절이나 특별한 동네잔치가 벌어졌을 때였고

소증을 가라앉히기에 손쉬운 것은 개를 잡는 일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이집 저집에서 얻어온 개장국을 부뚜막에서 혼자 드셨습니다.

개를 키웠던 우리들은 그런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해 야만인 취급을 했습니다.

시인은 모란장에서 뜨끈한 개장국을 먹다가 고향인 장구실을 떠올렸습니다.

바위산을 기어오르며 놀던 기억과 닭장을 지키던 개를 생각하곤

목젖이 팽팽하게 조여 왔습니다. 시장은 엿장수의 스피커 소리와 오일장을 찾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닭장, 개장, 토끼장 속으로 밀어 넣는 장사꾼들의 힘이 선 목줄과 함께

시장 귀퉁이에서 먼지바람 맞는 개들이 떨고 있는 걸 봅니다,

제일 값나갈 때 풍장이 되는.

박미산 시인, 그림=원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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