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무연고 사망자 위한 마지막 배웅 ‘별빛버스’

2022. 12. 19.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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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 독거노인, 고독사, 무연고 사망이라는 말을 어느새 자주 듣게 되었다.

지난 3개월간의 별빛버스 운영사업은 무연고 사망자와의 마지막 동행을 우리 사회가 의미 있게 하는 하나의 모델을 보여주고, 사회적 관심을 확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장례문화진흥원 별빛버스만으로 전국의 무연고 사망자 장례를 모두 지원할 수는 없다.

더 많은 지원 대책과 또 다른 별빛버스가 있다면 매일 10명 이상 떠나가는 무연고 사망자의 마지막을 외롭지 않게 더 잘 배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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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 독거노인, 고독사, 무연고 사망이라는 말을 어느새 자주 듣게 되었다. 급격한 사회 변화로 가족 기능이 무너지는 모습의 단면이라 할 수 있다. 무연고 사망은 마지막 이별에 연고자가 없거나 알 수 없는 때, 그리고 가족관계가 장기간 단절되거나 경제적 능력이 부족하여 유족이 시신을 인수하지 않거나 못하는 때를 말한다.

최근 경제적 상황과 가족관계의 단절 등 복합적 요인에 따라 무연고 사망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7년 2008명에서 2021년 3603명으로 4년간 79.4%나 급증하였다. 하루 10명꼴로 무연고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 중 약 70%는 자녀나 형제자매가 있지만 시신 인수를 거부한 경우이다.
이영호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이사장
무연고 사망자가 갖고 있는 삶의 이야기는 다양하지만, 대부분 빈곤하고, 외롭고 때론 오랜 질병으로 고통스러웠다. 그런데 마지막 길마저 장례의식 없이 외롭게 떠나고 있는 것이다. 과거 마을에 무연고 사망자가 발생하면 이웃들이 함께 장례를 치러주었지만,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점차 이러한 전통적 가치와 사회적 안전장치가 사라지게 되었다.

이제는 그 역할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대신하여 그들의 마지막을 배웅해주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무연고 사망자의 마지막 길에 최소한의 존엄이 보장되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장례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올해 6월 마련되었다.

이에 따라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은 그동안 추모와 이별 의식도 없는 채 단지 시신 처리에 국한되었던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9월부터 ‘별빛버스’ 사업을 시작하였다. 별빛버스에는 추모를 위한 빈소 공간과 시신을 운구할 수 있는 냉장 안치시설이 마련되어 있고, 화장시설과 봉안시설까지 추모를 함께하는 참석자를 위한 좌석도 있다.

별빛버스는 무연고 사망자가 적어 자체적으로 장례지원 체계를 갖추기 어려운 지방자치단체의 요청에 따라 상담 및 장례 지원을 하고 있다. 전국 곳곳 무연고 사망자의 마지막 길을 지역의 공무원, 자원봉사자와 함께 배웅하고 있다. 때론, 무연고 사망자의 마지막 돌봄을 했던 사회복지시설 관계자나 지인도 함께한다. 별빛버스 추모공간에는 일반적인 빈소와 차이 없이 제단에 꽃 장식과 함께 영정과 위패, 제례 음식을 놓을 수 있어 정성 들인 장례의식을 치르고, 화장시설까지 운구와 화장 후 안치까지 지원하고 있다.

지난 3개월간의 별빛버스 운영사업은 무연고 사망자와의 마지막 동행을 우리 사회가 의미 있게 하는 하나의 모델을 보여주고, 사회적 관심을 확산하기 시작했다. 별빛버스는 새로운 사회적 위험으로 대두하고 있는 장례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장례문화진흥원 별빛버스만으로 전국의 무연고 사망자 장례를 모두 지원할 수는 없다. 더 많은 지원 대책과 또 다른 별빛버스가 있다면 매일 10명 이상 떠나가는 무연고 사망자의 마지막을 외롭지 않게 더 잘 배웅할 수 있다. 우리의 이웃이었던 무연고 사망자의 마지막 길에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이 확보될 수 있도록 더 많은 국민적 관심과 지원이 꼭 필요한 때이다.

이영호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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