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조원 피해는 시작일뿐”…유럽을 떨게만든 위기는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급등에 따른 유럽 지역의 피해가 1조달러에 이른다고 블룸버그가 18일 보도했다. 러시아발 공급 불안 속에 중국의 위드코로나 방역 전환으로 에너지 수요가 급증해 글로벌 에너지 위기는 오는 2026년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내놓았다.
블룸버그는 이날 “에너지 청구서 1조달러는 위기의 시작일 뿐”이라면서 “글로벌 가스 가격 불안이 2026년까지 이어지면서 에너지 가격 급등이 앞으로 수년간 지속되고, 정부도 더 이상 지원할 여력이 없는 상태에 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연합(EU)이 상당한 천연가스를 확보해 올 겨울은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문제는 내년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선 러시아산 천연가스 물량이 큰폭으로 줄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9월 수리를 목적으로 노르트스트림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잠그는 등 에너지 무기화에 나서고 있다. 게다가 미국과 카타르 등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추가 생산은 2026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EU가 이미 가스 수요를 500억㎥가량 억제했지만,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을 완전히 잠가버리고 중국의 LNG 수입이 2021년 수준으로 늘어날 경우 내년엔 수요를 270억㎥ 더 억제해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가스 수입을 늘리면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중국은 올해 코로나 봉쇄로 경제 활동이 위축되면서 가스 수요를 줄였다. 그 감소량이 전 세계 공급의 5%에 이르렀다. 하지만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의 에너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봉쇄를 풀기 시작한 중국이 내년에는 LNG 수입량을 올해보다 7% 늘릴 전망이다. 이 뿐만 아니라 올해 세계 최대 LNG 수입국인 일본도 전략적 비축과 정부 보조금 지급을 고려하는 등 아시아 국가들 역시 에너지 확보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유럽은 재정 여력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유럽 정부는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계·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11월 말까지 7000억유로를 지원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독일이 국내총생산(GDP)의 7.4% 규모인 2642억유로를 지원해 정부 지원 규모가 가장 컸다. 영국(970억유로·GDP 3.5%), 이탈리아(907억유로·GDP 5.1%), 프랑스(692억유로·GDP 2.8%), 네덜란드(439억유로·GDP 5.1%), 스페인(385억유로·GDP 3.2%) 순이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 내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지난 7월 MWh당 345유로로 정점을 찍은 후 하락해 올해 평균 135유로를 보인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제이미 러시 수석 유럽 이코노미스트는 “가격이 다시 210유로로 올라가면 가스 수입 비용이 GDP의 5%에 이를 수 있다”며 “경기 침체가 한층 심해질 수 있고, 정부의 지원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벨기에 소재 유럽 씽크탱크인 브뤼겔은 “기업과 소비자에 대한 정부 지원이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타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었지만, 비상사태는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며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가 가시화되면서 정부도 이 같은 지원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컨설팅회사 S-RM의 마틴 데브니시 이사는 블룸버그에 “(정부가 지원한) 구제금융과 보조금 등을 모두 합하면 어마어마하게 큰 돈이 될 것”이라며 “내년엔 정부가 위기관리에 나서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올해 독일 가정용 에너지 비용이 두배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제조업 강국인 독일에 있어서 높은 에너지 비용은 미국과 중국에 대한 경쟁력 상실을 뜻한다. 이는 올라프 숄츠 독일 정부에 경제 지원을 유지하라는 압력으로 작용한다. 이사벨라 웨버 매사추세츠앰허스트대 경제학과 교수는 블룸버그에 “에너지 가격 폭등의 엄청난 정치적, 사회적 영향과 독일 경제에 대한 충격을 고려할 때 독일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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