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호르몬 치료 받으며 공 차던 소년…‘축구의 神’으로

이용익 기자(yongik@mk.co.kr) 2022. 12. 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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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롱도르·챔스·월드컵·올림픽 석권
월드컵 기록 바꾸며 2번째 골든볼
월드컵 우승 후 감격한 메시. [ 사진 = 로이터 연합]
누구보다 공을 잘 다루던 소년은 10세 때 성장호르몬결핍증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아가며 혹독하게 연습하던 소년은 사반세기가 지난후 ‘축구의 신(神)’ 경지에 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축구 인생의 마지막 퍼즐이던 월드컵 우승을 이루며 전설이 됐다.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가 이끄는 아르헨티나가 19일(한국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와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결승에서 3대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대2로 승리를 거뒀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이후 36년 만에 차지한 우승이다.

자신의 5번째 월드컵 무대에 나선 메시는 기어코 스스로의 힘으로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2골을 터트리면서 맹활약한 그는 승부차기도 1번으로 나서 성공시키며 끝내 가장 높은 곳에 섰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준우승 당시 바라만봐야했던 월드컵 트로피를 직접 치켜들었다.

월드컵 우승 후 기뻐하는 메시 [사진 = AP 연합]
그토록 원했던 월드컵 트로피에 입을 맞춘 메시는 “신이 내게 월드컵 트로피를 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언젠가 이렇게 될 것 같았다. 정말 아름답다”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염원하던 월드컵을 거머쥔 메시는 “아르헨티나 대표팀 은퇴는 없다. 세계 챔피언으로 경기에 뛰는 경험을 이어가고 싶다”고도 밝히며 축구팬들에게 안도감을 선사했다.

지난 15년 동안 세계 축구계를 지배해왔던 메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무적)과 함께 라이벌 관계를 형성해왔다. 둘 중 누가 더 나은지 따지는 ‘메호대전’은 축구팬들의 단골 논쟁거리 중 하나이기도 했다. 하지만 메시가 자신이 딸 수 있는 모든 트로피를 따내면서 이제 메호대전은 끝났고, 나아가 펠레, 마라도나와 함께 ‘GOAT’(The Greatest Of All Time)로 불릴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메시는 2007·2015·2016년 코파 아메리카 결승,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결승 등 ‘라 알비셀레스테(흰색과 하늘색이 섞인 아르헨티나 유니폼)’를 입고 나선 결승에서 유독 쓴 맛을 많이 봤다. 프로 무대에서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졌지만 국가대표에서의 타이틀이 부족하다는 것이 그의 평가를 낮추는 요인이었다.

지난해 코파 아메리카에서 첫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을 거둔 메시는 내친 김에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펄펄 날며 그동안의 설움을 씻어냈다. 조별 예선 첫 경기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모래폭풍에 휘말리며 불안했지만 이후 메시와 아르헨티나는 모든 경기를 이기며 결승까지 진출했다. 메시 역시 결승전에 나서기 전까지 5골 3도움으로 팀을 이끌며 자신의 커리어를 완성하는데 힘을 쏟았다.

마침내 부담을 덜어낸 메시는 완벽한 테크닉을 자랑하며 잔디 위에서 춤을 췄다. 앙헬 디 마리아(유벤투스)가 얻어낸 패널티킥으로 선제골을 기록했고, 전반 35분 두번째 골 상황에서는 공의 흐름을 살리는 환상적인 원터치 패스를 보내며 완벽한 역습골을 이끌어냈다. 동점으로 따라잡힌 상황에서 시작된 연장전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세번째 골을 넣은 이도, 3대3으로 경기가 마무리된 뒤 가장 부담스러운 승부차기 1번 키커로 나서 성공시킨 이도 역시 메시였다.

이로서 메시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올림픽, 월드컵에서 모두 정상에 오르고 축구선수 최고의 영예인 발롱도르까지 모두 가져본 사상 최초의 축구선수가 됐다. 그야말로 기록제조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월드컵으로만 그 범위를 좁혀도 마찬가지다. 결승전 출전으로 통산 26번째 월드컵 경기에 출전한 메시는 독일의 로타어 마테우스(25경기)를 넘어 월드컵 최다 출전 기록을 세웠고, 전반 24분에는 이탈리아의 파올로 말디니(2217분)를 넘어 월드컵 최장 시간 출전 기록도 갈아치웠다.

단순히 오래, 많이 뛴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결승전에서 2골을 추가하면서 이번 대회에서만 7골 3도움을 기록한 메시는 월드컵 통산 13골 8도움을 올리게 됐다. 공격포인트 21개로 2위 그룹인 게르트 뮐러(14골 5도움), 호나우두(15골 4도움), 미로슬라프 클로제(16골 3도움)도 뛰어넘었다. 득점왕만 8골의 킬리안 음바페에게 넘겨줬을 뿐이고 당연히 이번 대회 골든볼 역시 메시의 몫으로 돌아가며 최초로 골든볼 2회 수상자가 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의 골든볼이 준우승자에 대한 예우 느낌이 강했다면 이번에야말로 완전무결한 골든볼이었다.

자연스레 ‘펠마메’(펠레, 마라도나, 메시)라는 말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월드컵 우승까지 거두면서 국가대표에서의 기록도 두 전설과 비로소 견줄 수 있게 되었고, 프로 무대에서의 기록은 비교조차 하기 어렵게 월등히 좋다. 세계 최고 리그 중 하나로 꼽히는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에서 무려 10번의 우승을 했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4회다.

비록 마라도나는 세상을 떠나며 후배의 영광을 보지 못했지만 ‘축구황제’ 펠레는 메시의 활약을 지켜봤다. 펠레는 결승전이 끝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오늘 축구는 언제나 그렇듯이 매혹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며 “메시는 처음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는데 그의 축구 인생에 걸맞은 결과다.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축하하고, 디에고 마라도나도 미소 짓고 있을 것”이라고 메시에게 축하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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