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온 콜’…3년째 후배 없어”…10년 뒤 수술대란?

신민혜 2022. 12. 19.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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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이 의료진이 부족해 소아청소년과 입원 진료를 멈췄다는 소식 전해드렸습니다.

소아청소년과뿐 아니라 응급 수술처럼 환자 생명을 직접 다루는 의사들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위태로운 필수의료, 먼저 외과 현장의 목소리를 신민혜 의학전문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야간과 휴일에도 응급수술로 바쁜 수도권 대학병원의 외과 수술실입니다.

["지금 림프절 절제 거의 끝나고 곧 위를 절제할 예정입니다."]

3년 전을 마지막으로 전공의 지원자가 없습니다.

[박고운/순천향대부천병원 외과 전공의 3년차 : "제 아래로는 들어온 적이 없고요. 당연히 안 힘들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저희가 없으면 남아 있는 분들이 더 힘드니까…."]

교수들이 직접 당직을 서며 전공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습니다.

[이철구/순천향대부천병원 소아외과 교수 : "당직은 저는 그냥 365일 온 콜(On Call,긴급 대기)입니다. 늘 계속 전화 오면 가야 하는 거고 응급실 가야 하고 늘 대기 상태죠."]

외과 전공의 지원이 20년 넘게 줄면서 수련기간까지 줄였지만 내년 지원율은 77%에 그쳤습니다.

열악한 상황은 환자 피해로 이어집니다.

대동맥류 파열로 응급수술이 필요했던 80대 환자는 흉부외과 의사가 없어 4시간을 지체했습니다.

[대동맥류 파열 환자 보호자/음성변조 : "인공혈관치환술 같은 거를 할 수 있는 의사도 없다고 하셨어요. 여러 병원에 전화를 해보셨는데 그중에 다섯 번째, 여섯 번째쯤에 세브란스로 가라고…."]

[주현철/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 교수 : "이 정도의 혈종이 찰 정도의 파열이라면 1시간에서 2시간 내로 수술을 해줘야만 생명을 건질 수가 있습니다."]

외과 의사들의 평균 연령은 전체 과에서 가장 높은 만 53세.

10년 뒤가 더 걱정입니다.

[신응진/대한외과학회 이사장 : "고생을 한 거 대비, 적절하게 대우를 못 받다 보니까 젊은 의사들이 기피할 수밖에 없는데 사명감만을 강조해서는 기피 현상이 해결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50대 외과 의사들이) 10년 후면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는데 그때는 정말 수술 대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입니다."]

KBS 뉴스 신민혜입니다.

[앵커]

이 문제 취재한 신민혜 의학전문기자와 좀더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신기자! 앞서 외과 상황 봤는데, 생명을 다루는 필수의료 과목들 상황이 비슷하다고요?

[기자]

필수의료 분야는 국민 건강 안전망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앞으로 전문의가 될 전공의 지원율을 보면, 소아청소년과 16%까지 떨어졌고, 외과 중에서도 흉부외과는 60%, 산부인과 79%에 그쳤습니다.

특히, 흉부외과 지원 의사는 전국적으로 20명 남짓인데요.

보통 이중에서 20%가 중도 포기하는 실정입니다.

[앵커]

이렇게 꼭 필요한 분야에 의사가 부족한 이유는 뭡니까?

[기자]

생명을 다루는 만큼 어렵고 위험하고 업무량 부담도 큰데요.

수가가 낮게 책정돼있다는 게 필수의료 현장의 얘깁니다.

수가란 단어가 낯설게 느껴지실텐데요.

의료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뜻합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쌍꺼풀 수술은 수술법에 따라 수가가 90만원에서 200만 원까지도 합니다.

맹장수술은 수술 가산율 20%를 더해도 30만 원입니다.

미국의 맹장수술 수가는 88만 원, 일본이 67만 원이어서 필수의료 현장에선 수가 조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앵커]

고생에 대한 보상이 적으니,기존 전문의도 이탈하고 전공의도 지원하지 않는 거군요.

수가를 조정해서 보상이 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건가요?

[기자]

정부가 지난주 건보재정을 효율화해서 공휴일과 야간, 고난도 수술 등에 대해 보상을 더 하겠다는 필수의료 대책을 내놨습니다.

한편에선 의사 수를 늘리자는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아직까지 국내에선 공공보건인력 부족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나 연구가 한 번도 진행된 적이 없습니다.

유인책인 수가 현실화와 함께, 기존 전문의 인력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는 것이 우선 필요해보입니다.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 부담이 필수의료과를 기피하는 또 다른 이유로 꼽히는데요.

의료계에선 무과실 사고의 공적 배상제도 도입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촬영기자:정현석/영상편집:고응용/그래픽: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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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혜 기자 (medica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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