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훈의 관찰(觀察)] 주어진 행복, 갈망하는 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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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 물리학자, 그리고 생물학자들이 함께하는 콘퍼런스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생존과 번식은 생물의 목적이며, 인간에게 행복은 생존과 번식을 위한 수단'이다.
사실, 생존과 번식이 인간의 목적이고 행복은 수단이라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렘키 교수는 자신의 저서인 '도파민네이션(dopamine nation)'에서 쾌락과 고통이 동행하는 근거를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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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본성은 행복이다. 인간이란 존재는 원래 행복하다. 자연이 많은 것을 선물해주었으니 말이다 - 맑은 공기, 그 공기를 흡입하는 코, 산소를 모아주는 폐, 산소로 움직이는 인체. 하지만, 인간은 행복을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쟁취할 목적으로 생각한다. 행복을 목적으로 생각하니 더 행복해야 하고, 이를 위해 주어진 행복을 포기한다. 그리고 ‘다른 행복’을 얻기 위해 살아간다. 그리곤 불행을 느낀다. 여기서, ‘다른 행복’은 쾌락이 아닐까.
렘키 교수는 자신의 저서인 ‘도파민네이션(dopamine nation)’에서 쾌락과 고통이 동행하는 근거를 설명한다. 쾌락과 불행(고통)은 뇌의 같은 영역에서 처리된다. 뇌에 저울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저울에서 쾌락과 고통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려 한다. 인간이 쾌락을 경험할 때, 도파민이 생산되고 저울은 쾌락 쪽으로 기울어진다. 저울이 더 많이 기울어질수록 더 큰 쾌락을 느낀다. 저울은 수평을 유지하려는 속성을 지니기에 쾌락은 곧 사라진다. 문제는 저울이 쾌락으로 많이 기울어질수록, 중심으로 이동하기 위해 다른 쪽으로 기울어져야 한다. 고통이 기다리는 방향으로.
자연의 입장에서 인간은 지나치게 번성하고 있다. 전 세계에 호모 사피엔스가 없는 지역은 그리 많지 않다. 북극과 남극에도 있다. 잠시지만 달에도 인류는 발을 디뎠다. 새로운 지역에 침입한 인류는 다른 생명체에게 잔인한 존재였다. 호모 사피엔스가 지나간 자리에 많은 종(種)이 사라졌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땅을 뒤집고 생명체를 멸종하라고 명령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간은 더 많은 쾌락을 얻기 위해 다른 생명체를 곤궁에 빠뜨리고 있다. 자연을 훼손하고 있다. 자신 역시 자연의 혜택을 포기하면서 말이다.
자연은 장기적으로 항상 옳다. 진화는 항상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것이 자연선택이다. 인간이 쾌락을 추구하기 위해 자연을 파괴하면, 자연은 반응할 것이다. 사실 인류가 지구를 지배한 기간은 무척 짧다. 우주의 시간, 짧게 지구의 시간으로 보더라도 인류의 지구 지배는 순간이다. 찰나다. 자연은 인간을 특별히 우대하지 않는다.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면, 자연 역시 인간이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인류는 생육하고 번성하고, 더욱이 모든 생명체를 다스릴 수 있는 권리를 받았다. 특혜다. 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살아가는 인류는 큰 선물을 받은 것이다. 우리가 받은 선물에 감사해야 하고, 그 선물을 잘 간직해야 한다. 서은국 교수는 자신의 저서 ‘행복의 기원’에서 행복한 상황을 이렇게 표현한다. “행복의 핵심을 한 장의 사진에 담는다면 어떤 모습일까?…그것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장면이다.…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모든 껍데기를 벗겨내면 행복은 결국 이 한 장의 사진으로 요약된다.” 동의하지 않는가? 쾌락을 얻기 위해 주어진 행복을 포기하는 삶이 아닌, 주어진 행복에 감사하는 삶…. 그런 삶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자연은 그러한 삶에 더 힘을 실어주지 않을까?
[박성훈 조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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