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직접 만든 우리 동네입니다
놀이터·문구점·쉼터…4개월 골목 구석구석 누비며 마을지도·손수건 제작
인구 3만명 채 안 되는 작은 마을
저소득층 가정 아이들과 교사들
지도·홍보형 손수건 주민에 배포
함께 작업하며 배려와 양보 배워
부산 금정구 남산동 어린이들이 마을지도를 만들었다.
어린이들은 방과 후 관공서, 교육기관, 복지시설, 버스정류장 등을 찾아다니며 위치를 확인하고 지도에 담았다. 놀이터, 쉼터, 문구점 등 자신들이 소개하고 싶은 곳을 선정해 마을지도에 넣었다.
부산 남산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민간위원장 박승기)는 최근 ‘행복동동(同洞) 남산 아이들’ 사업의 하나로 마을지도와 지도를 그린 손수건을 제작했다.
협의체 관계자는 “주민 스스로 복지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주민주도형 사업을 고민하다가 어린이들도 함께할 수 있는 사업으로 마을지도를 만들었다”고 19일 밝혔다.
남산동은 3.64㎢에 인구 3만명이 채 안 되는 크지 않은 마을이다. 범어사에서 볼 때 남쪽 산등성이에 위치해 남산동으로 불린다. 아동센터와 복지관 등 5곳에서 부분 제작하면 남산동 전체 마을지도를 만들 수 있다고 협의체는 판단했다.
마을지도 만들기에는 지역아동센터의 보호를 받는 저소득층 가정의 어린이들이 주축이 됐다. 금샘마을·두레·예일지역아동센터와 금샘아이꿈마당(다함께 돌봄센터), 남광종합사회복지관의 어린이 20여명에 금정구 노인복지관, 남산동 청년회, 푸르미르(학부모 동아리)가 가세했다.
두 차례 전문가를 초빙해 아동센터 교사와 어린이들이 조사 방법과 지도에 넣을 그림단추(아이콘) 만들기 교육을 받았다. 그림단추는 아이들이 직접 그렸다. 어린이들이 만든 자료를 바탕으로 아동센터 교사와 복지관 직원들이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4개월여 만에 지도를 완성했다.
지도 앞면에는 놀이터와 문구점은 물론 행정복지센터, 경찰지구대, 119센터, 학교, 아동센터, 버스정류장, 경로당, 공원, 쉼터, 편의점 등을 담았다. 뒷면에는 요산문학관, 남산시장, 금샘로 맛집거리 등 명소와 탐방코스, 활용자원 등을 수록했다.
지도만들기는 돌봄센터 아이들에게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켰다. 지도만들기를 함께하면서 사소한 일에도 다투던 아이들은 양보하고 서로를 배려하기 시작했다. 친구들을 놀리기보다는 격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초롱양(10·가명)은 “학교를 직접 그렸는데 지도와 손수건에 그림이 들어가니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종헌군(10·가명)도 “동생들과 함께 다니면서 더욱 친해졌고, 동생들을 잘 돌봐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도 1800장과 홍보용 손수건 430장은 남산동 내 학교와 지역아동센터, 관계기관 등에 배부할 예정이다. 남산동 행정복지센터 방문객과 전입자 등 지역주민에게도 배부해 아이들이 만든 남산동 마을지도를 적극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행복동동 남산 아이들’ 사업은 올해부터 3년간 추진하는 마을복지사업으로 올해는 추진단 발대식, 아동권리증진 캠페인, 방범활동, 마을지도 제작 등의 사업을 진행했다.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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