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등 숱한 논란 뒤로하고…‘야심’ 키우는 카타르
명승부 열전 속에 이슈는 묻혀
2036 올림픽 개최 적극 나설 듯
사상 첫 겨울철, 중동지역 월드컵을 통해 자신감을 다진 카타르가 국제스포츠계에서 더욱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태세다.
국제축구연맹(FIFA) 2022 월드컵은 스포츠를 통해 자국과 이슬람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린다는 카타르 정부에 최고의 성취감을 안긴 대회였다. 개최국을 향한 수많은 비판과 논란이 일었지만, 그들 뜻대로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관광 및 홍보효과를 기대 이상으로 누렸다.
카타르 내 이주노동자 인권문제와 성소수자 탄압과 관련한 비판은 뜨거운 이슈였다. 조별리그에서 무지개완장 착용 등으로 카타르 인권문제에 항의하려던 일부 유럽국가팀의 시도는 FIFA의 엄격한 금지조치로 무산됐다.
국제사면위원회를 비롯한 국제인권단체들이 요구한 월드컵 경기장 건설 중 희생된 노동자를 위한 기금, 이주노동자센터 설립 등은 카타르 정부와 FIFA에 의해 거부됐다. 인기가 덜한 일부 경기와 스타디움에서는 동원된 관중이 객석을 채우는 기이한 장면도 나왔다.
개막 이후 각종 이슈는 명승부 열전 속에 자연스럽게 묻히고 말았다. 카타르 국영통신사 QNA는 월드컵 기간 동안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140만명의 관광객이 입국했다고 19일 밝혔다.
카타르가 소유한 파리 생제르맹 소속 두 스타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킬리안 음바페(프랑스)가 맞붙은 결승전은 국제축구계에서 그들의 영향력을 홍보하는 최고 무대가 됐다.
경기도 정도 면적에 인구 260만여명에 불과한 작은 나라 카타르는 월드컵을 통해 쌓은 자신감을 기반으로 국제스포츠계에서 더욱 활발한 행보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2023 아시안컵 축구대회와 2030 아시안게임을 유치한 카타르는 오는 2036년 수도 도하에서 중동국가 최초로 올림픽을 개최하겠다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활발히 접촉하고 있다. 2016, 2020 올림픽 유치 경쟁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준 개최 능력은 큰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36 올림픽에는 서울을 비롯해 몬트리올-토론토(캐나다), 이스탄불(튀르키예), 런던(영국), 베를린(독일)-텔아비브(이스라엘), 과달라하라-멕시코시티(멕시코) 등도 직간접적으로 유치의사를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수차례 만나 의사를 전한 서울과 같은 아시아권의 카타르는 향후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게 됐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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