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찾으러 간 청년들 익사…가자지구 유족 “이젠 하마스가 책임져라”
평소 이스라엘 탓하던 민심
높은 세금·고압적 통치 불만
“모든 관료 규탄” 하마스 비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탈출해 보트를 타고 유럽국으로 이주를 시도하다 튀니지 해안가에서 익사한 청년 8명의 합동 장례식이 18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에서 치러졌다. 이날 장례식에서 이례적으로 가자지구 집권 이슬람 무장정파인 하마스가 청년들의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하마스 실정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두 달 전 사고로 21세 아들 아담을 잃었다는 나히엘 샤스는 AP통신 인터뷰에서 “청년들을 돌보지 않고 일자리를 제공하지 않는 이곳의 관료들을 규탄한다”며 “일자리가 있다면 이 불쌍한 청년들이 유럽으로 가려고 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동안 가자지구를 탈출하려다 숨진 이들에 대한 책임은 이 지역을 봉쇄한 이스라엘이 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로부터 가자지구를 빼앗아 장악한 이후 이 지역을 봉쇄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스스로 무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가자지구 안팎으로 인적·물적 이동을 제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이스라엘과 일부 서방 동맹국은 이스라엘 파괴를 맹세한 하마스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각종 제재를 부과했다. 이로 인해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실업률이 50%에 육박하는 등 가자지구의 경제 상황은 악화일로다.
하지만 하마스의 실정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마스 정권의 높은 세금과 고압적인 통치, 카타르로 망명한 뒤 가족들을 불러들인 최고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를 포함한 지도층 인사들의 가자지구 탈출 행렬 등이 정권 비판 여론을 키운 것으로 해석된다.
실업, 저임금에 시달리는 가자지구 청년들은 더 나은 삶을 찾아 유럽국 진입을 시도하다 지중해에서 목숨을 잃고 있다. 인권단체 ‘유로메드 인권 모니터’에 따르면 2014년 이후 밀수선을 타고 가다 지중해에서 숨지거나 실종된 가자지구 출신 희생자는 최소 360명에 달한다.
이란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들에 대한 재정 지원 중단도 경제난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팔레스타인 신문 알쿠드스는 레바논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란이 지난 9월부터 가자지구 무장정파들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는데,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PIJ) 등이 여기에 포함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랍뉴스 등에 따르면 이란의 지원 중단으로 PIJ 연계 기관 직원들의 급여는 지난 10월부터 끊겼다. 가자지구에서 무장정파 연계 기관 근무 인력만 수천명 규모로 이들의 임금 감소는 구매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란의 재정 지원 중단에 하마스가 최근 구조조정, 언론사 통폐합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PIJ 관계자는 중동 전문매체 알모니터 인터뷰에서 조직 지도부가 이란 반정부 시위 장기화로 재정·군사 지원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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