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티요 탄핵 반대’ 들끓는 시위 뒤엔 “페루 엘리트 정치 불신”
대통령궁·대법원 등서 열흘 가까이 시위…20여명 숨져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 탄핵으로 촉발된 페루의 반정부 시위가 정부의 국가비상사태 선포 이후에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그동안 소외됐던 농촌 지역 주민들이 엘리트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성 정치권에 쌓였던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7일(현지시간) 카스티요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페루에서 열흘 가까이 시위가 이어지면서 18일 현재 20여명이 사망하고 500여명이 다쳤다. 정부는 시위가 격화하자 14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으나 수도 리마 중심부의 대통령궁, 의회, 대법원 주위에서는 시위 열기가 지속되고 있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구금된 안데스 산간 지역 구치소 앞에서도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는 시위가 장기화하는 이유는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기성 정치권으로부터 외면당해온 농촌 지역의 ‘잊힌 사람들’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시골 교사 출신으로 정치 경험이 전무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빈농 계층의 강력한 지지가 자리 잡고 있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중순까지만 해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3% 미만이었으나 가난한 농부들이 많은 남부 안데스 산간 지역에서 50% 가까운 득표율을 기록하며 4월 대선 1차 투표 1위를 차지했다. 결선에서는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딸인 게이코 후지모리 후보를 불과 0.25%포인트 차이로 눌렀다.
남부 찰루앙카에서 3일이나 걸려 리마에 도착했다는 레오폴도 우아마니(60)는 로이터에 “가난한 자들에게 권력을 돌려주는 혁명을 기대하고 나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시골 교사를 뽑았다”며 “이제 아무도 나를 대변할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부정부패 혐의를 받고 있고, 탄핵을 피하기 위해 불법적인 의회 해산을 시도했음에도 페루인들은 의회에 대한 불만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페루 여론조사 기관 데이텀에 따르면 페루 의회에 대한 지지율은 11%로 탄핵 전 카스티요 지지율(24%)보다 낮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의회 해산 시도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4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위 참가자들은 대통령직을 승계한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도 기성 정치권과 한통속이라고 본다. 페루 여론조사 기관 IEP가 12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17일 공개한 설문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1%가 볼루아르테 대통령 취임에 반대했다. 응답자의 83%는 조기 선거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사퇴 요구에 선을 긋고 있다. 그는 자신이 물러나면 페루가 더 깊은 혼란에 빠질 것이라면서 “의회가 조기 선거를 결정할 때까지 확고히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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