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 위헌심판 신청
강제노동 평등권 침해 주장
노·정 갈등서 법적 다툼으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19일 정부가 화물노동자에게 내린 업무개시명령의 근거가 된 법률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법원에 신청했다. 화물연대 총파업은 16일 만에 끝났지만 파업을 둘러싼 노·정 갈등은 법적 다툼으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공공운수노조와 화물연대는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업무개시명령 근거가 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14조 등은 헌법이 보장한 화물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및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은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는 경우, 당사자가 법률 조항이 위헌인지를 헌법재판소에서 가려달라고 법원에 신청하는 제도다.
화물연대는 지난달 총파업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지난 5일 서울행정법원에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면,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재판은 중단된다. 법원이 신청을 기각하면 화물노동자들이 직접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도 있다.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 근거 조항의 주요 요건이 지극히 추상적인데도 생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14조의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주어’ ‘국가 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우려’ 등 요건의 개념이 불명확해 화물노동자로선 어떤 경우가 처벌 대상이 되는지 알 수 없는 반면 정부는 자의적으로 남용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화물연대는 해당 조항이 화물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침해한다고도 지적했다.
정부가 지난해 비준해 올해 4월부터 발효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 등에 따라 화물노동자도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받는 ‘근로자’에 포함된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노조는 이에 따라 화물노동자의 파업 행위는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임에도 위헌제청 신청 대상 조항은 업무개시명령을 가능케 해 노동3권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주장했다.
업무개시명령이 강제노동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헌법 제12조 1항은 ‘누구든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강제노역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노조는 업무개시명령을 규정한 조항이 헌법뿐 아니라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ILO 협약 29호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운수사업 종사자 중 유독 화물노동자에 대해서만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평등권을 침해한다고도 강조했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화물연대는 12월 말이면 일몰로 종료되는 안전운임제를 지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총파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지만, 정부는 총파업 기간에 반헌법적 업무개시명령을 두 번씩이나 내려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자유를 억압했다”고 말했다.
화물연대는 지난달 24일 총파업에 돌입했으나 조합원 투표를 거쳐 이달 9일 파업을 종료했다.
당시 정부는 총파업이 시작되고 일주일도 안 된 지난달 29일 시멘트 화물노동자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지난 8일엔 철강·석유화학 업종에도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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