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혼인 중 매수 SK 주식도 재산분할 대상”…이혼소송 1심 항소

“가사노동 기여 제한적 해석”
내조로 협력 가치 증가 주장
1심은 ‘특유재산’ 판단 제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오른쪽 사진)이 최태원 SK 회장(왼쪽)과의 이혼 소송 1심 판결에 불복해 19일 항소했다. 최 회장 소유의 SK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고 가사노동의 기여도를 제한적으로 해석한 1심 판단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노 관장 측 소송 대리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노 관장은 지난 6일 선고된 서울가정법원 1심 판결에 전부 불복하고, 이날 서울고법에 항소했다”고 밝혔다. 소송 대리인단은 항소 이유에 대해 “(1심 판결은) 내조와 가사노동의 기여도를 넓게 인정하고 있는 최근의 판례와 재판 실무에 부합하지 않는, 법리적인 오류가 있는 판결”이라고 했다.

서울가정법원은 지난 6일 최 회장이 노 관장을 상대로 낸 이혼 청구 소송과 노 관장이 최 회장을 상대로 낸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 소송 사건 1심에서 두 사람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였다. 이와 함께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과 재산 665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노 관장은 당초 위자료 3억원과 최 회장 소유 SK 주식의 절반(시가 1조3000억원)을 재산분할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구했다. 그러나 위자료는 3분의 1, 재산분할 청구는 청구액의 5% 남짓만 인용됐다.

1심 재판부는 최 회장 소유의 SK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특유재산’으로 판단했다. 결혼 전부터 최 회장에게 귀속돼 있던 재산으로 본 것이다. 또 내조나 가사노동은 주식 같은 사업용 재산 형성에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이혼 등 사적 분쟁이 회사 경영이나 기업 이해관계인들에게 과도한 경제적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고도 판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관장 측은 항소장을 통해 “최 회장 소유의 SK 주식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특유재산’이 아니다”라며 재산분할 대상 재산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송 대리인단은 “(해당 주식은) 혼인기간 중인 1994년에 2억8000만원을 주고 매수한 주식이고, 그 후 최 회장의 경영활동을 통해 그 가치가 3조원 이상으로 증가했으며, 노 관장은 그 가치 형성 과정에 내조를 통해 협력했다”고 밝혔다.

항소심에선 최 회장 소유의 SK 주식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는지, 또 포함된다면 노 관장의 내조와 가사노동이 주식 가치에 기여도가 어느 정도인지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