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다 골 터진 카타르 월드컵…잔치 끝나도 논란은 여전 [뉴스+]
12개 추적 카메라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 호평
성 소수자 탄압 등 인권 문제·이주노동자 착취 논란
‘탄소 중립’·‘친환경’ 주장에도 ‘그린 워싱’ 비판 나와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중동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은 일단 성공리에 마쳤다는 평이 나온다. 각종 경기에서 명장면과 기록이 쏟아졌고, ‘콤팩트’한 월드컵답게 팬들이 여러 경기를 이동하며 즐기기 용이했다는 평가다. 천연자원으로 부를 이룩한 국가답게 경기장과 각종 시설도 최신식으로 제공됐다.
아르헨티나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22 카타르 월드컵은 역대 가장 많은 골이 터진 대회였다. 19일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이날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프랑스의 결승전까지 카타르 월드컵에선 총 172골이 터졌다. 이는 1998년 프랑스 대회와 2014년 브라질 대회의 171골을 앞지른 월드컵 한 대회 최다 골 신기록이다.
결승전에서만 아르헨티나와 프랑스가 연장전까지 6골을 주고받으며 3-3으로 비긴 덕분에 새로운 기록이 탄생할 수 있었다. 월드컵 결승전만 놓고 보면 2018 러시아 대회(프랑스 4-2 크로아티아)에 이어 2회 연속 ‘6골 공방전’이 펼쳐졌다.
이번 대회가 열린 카타르는 전라남도 정도의 면적인 데다, 그중에서도 도하와 그 근교 도시에서만 집중적으로 경기가 치러져 역대 가장 콤팩트한 대회였기에 팬들이 이동하며 관전하기가 특히 용이했다. 7개 경기장이 도하와 그 근교에 있고, 그나마 멀다는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도 도하 중심지에서 50㎞ 정도만 떨어져 있었다.
FIFA가 이번 대회에 본격 도입한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SAOT)은 큰 호평을 받고, 앞으로 월드컵 등 국제대회에 적용될 주요 변화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오프사이드 상황이 전개되면 곧바로 비디오판독(VAR) 심판에게 알리는 SAOT는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대회 개막전에서 킥오프 3분 만에 결정적인 오프사이드를 잡아내 모두를 놀라게 했다.
SAOT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스포츠연구소가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와 3년간 개발했다. 경기장 지붕 아래 설치된 12대의 특수 카메라가 선수들의 신체 부위 29곳을 추적한다. 축구공에는 초당 500번 데이터를 기록하는 관성측정센서(IMU)를 달아 패스 순간을 정확히 포착한다. 인공지능(AI)은 두 정보를 종합해 오프사이드 여부를 판단해 비디오 조정실에 알린다.
잉글랜드,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웨일스, 스위스, 덴마크 등 유럽 팀 주장들은 무지개색으로 채워진 하트에 숫자 ‘1’이 적힌 ‘원 러브’(One Love)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서기로 했는데 이에 국제축구연맹(FIFA)이 ‘옐로카드 징계를 내리겠다’고 해 파문이 일었다. 이를 두고 미국 정부가 공개적인 비판에 나서기도 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어떤 식으로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을 지켜볼 때 우리는 항상 그것에 대해 우려한다”며 “특히 그것이 다양성과 포용을 위한 표현일 때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이에 FIFA는 대신 ‘차별 반대’의 뜻을 담은 검은색 완장을 각 팀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나, 비판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카타르와 FIFA에 ‘포용 정신’을 되새기게 하겠다며 독일 대표팀은 ‘입 가리기’, 잉글랜드 대표팀은 ‘무릎 꿇기’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이주노동자 착취 문제도 대회 조직위와 FIFA를 대회 내내 괴롭혔다. 이번 대회에 사용된 8개의 경기장 중 7개는 신축 구장이며, 1개는 증축된 것이다. 경기장 건설을 위해 카타르는 수백만 명의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였는데, 그중 6500여명이 가혹한 노동 환경 속에서 숨졌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아랍 전통 터번을 소재로 만들어진 대회 마스코트 ‘라이브’가 실제로는 숨진 이주노동자들의 ‘유령’이라는 웃지 못할 농담이 나돌기도 했다.
카타르는 이번 월드컵을 최초의 ‘완전한 탄소 중립을 실현한 FIFA 월드컵’으로 이름 붙이고 개막전부터 친환경적인 행사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주장이 근거 없다고 비판한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FIFA는 카타르 월드컵에서 탄소 363만톤이 배출될 것으로 추산했다. 카타르 방문객이 이용하는 항공편과 숙박시설에서 나오는 배출량과 7개의 새 경기장을 짓는 등에서 배출되는 양이다. 카타르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해 경기장 조명과 냉방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카타르는 모든 경기장에 친환경 설계가 적용됐으며 대회가 끝나면 경기장 좌석 일부를 개발도상국에 기부해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스타디움974’ 경기장은 버려진 컨테이너 974개를 재활용해 지어졌고, 지난 11일(현지시간) 철거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환경운동가들은 카타르 월드컵이 ‘그린 워싱’(실제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광고 등을 통해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내세우는 행위)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비영리 환경단체 카본마켓워치(CMW)는 최근 보고서에서 “(카타르 월드컵) 탄소 배출량이 실제보다 8배가량 과소평가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사막기후의 카타르에서는 경기장 및 훈련장 수십 곳의 잔디 상태 유지를 위해 매일 물 1만리터를 뿌려야 했다. 카타르에서는 물을 해수담수화 시설을 통해 생산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된다.
영국의 해양수산양식과학센터(CEFAS)의 윌 르켄느 중동 프로그램 책임자는 BBC에 “페르시아만 전역의 모든 담수화 과정에 들어가는 에너지의 99.9%는 매우 저렴한 탄화수소가 그 공급원”이라고 설명했다. 석유와 가스와 같은 탄화수소 연료는 대표적인 환경 오염 주범이다. BBC에 따르면 16강 이후 카타르가 경기장 유지를 위해 뿌린 물이 거의 300톤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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