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10명 중 8명이 설계 담당…‘한국의 ARM’ 꿈꾸는 오픈엣지[아듀 2022 송년기획 - 기로에 선 K반도체]
팹리스에 판매하는 설계자산 업체
“정부 장기 투자로 국내 IP 키워야”
지난달 24일 서울 역삼동 오픈엣지테크놀로지(오픈엣지) 본사. 기자가 사무실 한쪽에 설치된 인공지능(AI) 카메라 앞에 서자 AI가 기자의 몸통과 팔다리를 직선으로 단순화해 모니터에 띄웠다. 팔을 흔들자 화면 속 막대 인간도 팔을 움직였다. 사람의 움직임을 AI가 자동으로 추적하는 ‘보디 트래킹’ 기술이다. AI 업계에서는 보안 카메라 등에 이를 활용한다. 유사한 기술로는 AI 카메라가 사용자의 얼굴을 스캔해 표정이나 나이, 음주 여부 등을 판별하는 ‘페이스 트래킹’이 있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 처리 속도다. 중앙처리장치(CPU)는 복잡한 계산에는 강하지만 연산을 순차적으로 처리하기에 속도가 느리다. 이는 AI 알고리즘에는 적합하지 않은 반도체다. 이날 오픈엣지가 선보인 보디 트래킹은 CPU가 아닌 신경망처리장치(NPU)에서 작동했다. NPU는 연산을 병렬로 동시에 진행할 수 있어 AI 알고리즘 처리에 적합한 반도체로 꼽힌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칩 ‘엑시노스’를 만드는 삼성전자 LSI사업부 연구원이었던 이성현 오픈엣지 대표(46)는 2015년 삼성전자를 나와 2년 뒤 동료들과 함께 창업했다. 오픈엣지는 NPU 등의 주요 설계도면을 제작해 팹리스에 판매하는 설계자산(IP) 업체다.
팹리스 업체들은 막대한 설계 개발 비용을 줄이기 위해 IP 업체로부터 검증된 설계도면을 구해 자사의 반도체를 설계하는 데 활용한다. 통상 칩 1개당 70~80개의 IP가 들어가는데, IP 하나당 가격이 수억~수십억원에 이른다. 영국의 ARM은 저전력에서 작동하는 CPU IP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IP 회사다. 스마트폰 AP에 ARM의 IP가 활용되면서 ARM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아직 NPU 분야에서는 ARM과 같은 주도적인 기업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 대표는 NPU 등 AI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의 ARM이 되기를 바란다. 이에 연구·개발(R&D) 부문 설계 인력이 전체 직원의 80%에 달한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국내 5위권 팹리스인 텔레칩스는 오픈엣지의 IP를 활용해 자율주행 등에 중요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용 반도체를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AI 반도체 팹리스는 물론 미국의 메모리 업체인 마이크론 등도 오픈엣지의 메모리 관련 IP를 구입하는 고객사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 반도체 IP 기업들은 NPU에 특화한 오픈엣지나 비디오 분야 IP를 공급하는 칩스앤미디어 등 소수뿐이다. 이 대표는 “경쟁력 있는 국내 반도체 IP 기업이 많아져야 막대한 IP 비용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서 “정부가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IP 분야에 꾸준히 투자해 IP 생태계가 커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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