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대 룰, 100% 당원투표로…결선투표제 도입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19일 차기 전당대회 경선 룰(규칙)을 변경하기로 했다. 당원투표만 100% 반영하고,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땐 결선투표를 시행한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당대표의 대표성을 제고한다”고 룰 변경 취지를 설명했다. 비윤석열계 후보 당선을 막기 위한 방식이어서 “특정 후보 죽이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 비대위는 이날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100% 당원선거인단 투표로 진행한다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당원투표 70%와 국민여론조사 30% 비중인 현행 규정에서 국민여론조사 30%를 완전히 삭제하고, 당원투표만 100%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최다 득표자 득표율이 과반이 되지 않으면 1·2위 득표자의 결선투표도 시행하기로 했다.
정 위원장은 “당원 총의를 확인하고 당대표의 대표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정당민주주의를 확고히 구현하는 데 필요한 사항”이라고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당내에선 룰 개정이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의원 등 비윤계의 당선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나왔다. 당심보다 중도층 지지세가 강한 유 전 의원 등에게는 당원투표 비중 확대가 불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결선투표제 도입으로 비윤계 후보의 당선 방어막을 이중으로 갖추게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 위원장이 지난 12일 “100만 책임당원 시대에 걸맞은 정당민주주의를 구현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지도부가 당원투표 비중 확대를 시사한 적은 있지만 결선투표 도입은 전격 발표됐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김기현·권성동 의원, 나경원 전 의원 등이 각개전투에 나설 경우 당원들 지지가 분산되는데, 단순히 최다 득표자가 당선된다면 비윤계 후보가 ‘어부지리’할 수도 있다.
이준석 전 대표가 돌풍을 일으킨 지난해 6·11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양강으로 꼽힌 나 전 의원, 주호영 원내대표가 당원들의 표를 나누면서 예상 밖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있다.
윤 대통령이 사석에서 “당원투표 100%” 이후 룰 변경 속전속결
비윤계 후보가 최다 득표를 해도 2위와 재대결해야 한다면, 친윤 후보들 사이 갈라졌던 당원 지지가 모여 역전할 수 있다.
룰 변경을 두고 당내 여론은 뒤숭숭하다. 개정 작업이 ‘속전속결’로 이뤄지고 있지만, 개정 반대 목소리도 엄존한다. 전당대회를 목전에 두고 선거 룰을 바꾸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 국민여론조사를 제외한 선거 방식이 민주적 정당성을 결여한다는 지적, 민심을 반영하지 못하는 대표가 선출되면 차기 총선에서 불리할 것이란 우려 등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사석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100%으로 올리라는 취지의 언급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룰 변경 논란은 더 커졌다.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비대위 의결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누가 봐도 ‘특정 후보 죽이기’로 보이는 룰 변경”이라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20일 상임전국위, 23일 전국위·상임전국위를 차례로 거쳐 룰 개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전당대회는 내년 3월 초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조문희·문광호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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