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함께 글 쓰고 책 만들어 전교생 32명 작가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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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사실 너와 꽃밭으로 가는 상상을 해. 마지막에 너를 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시·에세이집 <꽃무늬> (도서출판 부크크)에 실린 진연주(16) 학생의 시 '너'의 끝머리다. 꽃무늬>
책은 국어 수업 시간에 '한 학기 한 권 읽기'와 연계해 만들었다.
정 교사는 "아이들의 작고, 소중한 이야기를 여럿과 나누고 싶어 책을 냈다"며 "혹시 책이 팔려 수익이 생기면 장학금으로 기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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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학교의 꽃보다 예쁜 아이들”
“난 사실 너와 꽃밭으로 가는 상상을 해. 마지막에 너를 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시·에세이집 <꽃무늬>(도서출판 부크크)에 실린 진연주(16) 학생의 시 ‘너’의 끝머리다. 연주는 1년 전 먼저 보낸 친구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시에 담았다. 시의 뒷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에선 “사랑한다. 보고싶다”고 마무리했다.
<꽃무늬>는 충북 청주 문의중 전교생 32명이 참여한 문집이다. 대청호가 내려다보이는 작은 시골 학교의 청소년들은 저마다 인생에서 가장 빛나고, 소중했던 추억과 기억을 시로 새기고 에세이로 풀었다.
책은 국어 수업 시간에 ‘한 학기 한 권 읽기’와 연계해 만들었다. 수업을 진행한 정재민(38) 교사는 “아이들의 글이 투박하고,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날 것이어서 생명력이 있고, 재미도 있고, 소중하다. 먼훗날 책이 지금 이 순간을 추억하는 흔적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책은 제목부터 기발하다. 학교 이름 ‘문의’을 소리나는 대로 ‘무늬’로 패러디한 뒤, ‘꽃보다 예쁜 아이들’이란 부제를 달았다. 글쓰기·교정·교열부터 표지 디자인까지 학생들 스스로 해냈고, 정 교사가 도왔다.
책을 펴면 십대들다운 때묻지 않은 정감이 함빡 묻어난다. ‘너무 어려워 친구의 시험지 답을 보네, 그러다 5학년이 되고 수학과 멀어져 버렸네’(수학시험, 김도현), ‘대학! 대학! 그놈의 대학이 누구길래’(대학, 위승현), ‘잎사귀는 약해 보이지만 단단하고 부드럽지만 굳건하다’(잎사귀, 신수현) 등 자신의 추억과 기억, 경험 등을 글에 솔직하게 녹였다.
책을 만들면서 학생들은 어엿한 작가가 됐다. 책은 국제표준도서번호(ISBN)를 받았으며, 온라인 도서판매망을 통해 구매할 수도 있다. 학생 작가들은 19일 학교에서 출판기념회를 하고, 저마다 작가 서명을 담은 책을 부모 등에게 선물했다.
칠판에 남긴 소감도 재미있다. ‘작가가 됐다는 기록이 멋진 것 같다’(홍여람 3학년), ‘내가 쓴 글이 책으로 출판돼 신기하다’(조수인 2학년), ‘뿌듯하고 자랑스럽지만 부끄럽다’(서유나 1학년), ‘작가가 돼 기분이 째집니다’(곽하진 3학년).
정 교사는 “아이들의 작고, 소중한 이야기를 여럿과 나누고 싶어 책을 냈다”며 “혹시 책이 팔려 수익이 생기면 장학금으로 기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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