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탄소국경세 이어 감축 목표 대폭 올린 EU, 산업계 대비해야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세에 이어 탄소배출 감축 목표치를 대폭 상향하는 로드맵을 확정했다. EU는 18일(현지시간) 산업부문 탄소배출을 더욱 줄이기 위해 탄소배출권거래제(ETS)를 강화하는 방안이 합의됐다고 밝혔다. ETS를 통한 2030년 탄소배출 감축 목표치를 2005년 배출량 대비 43%에서 62%로 대폭 올리기로 했다. EU는 또 유럽에 수출되는 제품과 서비스에 ‘탄소국경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에 최종 합의했다. 철강·시멘트·알루미늄·비료·전력·수소를 1차 대상으로 내년 시범운용을 거쳐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된다. 한마디로 생산과정에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수입 제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의 세번째 수출시장인 EU의 탄소감축 로드맵이 확정되면서 국내 산업계의 기후 대응도 긴박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이번 개편으로 EU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t당 80~85유로에서 약 100유로(14만원)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보여 t당 2만원인 한국과는 최대 7배 차이가 나게 된다. 거칠게 말해 한국 제품을 EU에 수출하려면 t당 12만원의 인증서를 구매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는 셈이다. 철강 등 해당 분야 대기업도 물론이지만 탄소 규제에 익숙지 않은 중소·중견기업들은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 지난달 경기도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및 탄소국경세’ 교육 참여기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를 보면 중소기업 10곳 중 7곳은 탄소국경조정제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우려가 크다. 미국이 ‘안보’를 이유로 무역장벽을 세우더니 이번엔 EU가 ‘기후 대응’을 명분으로 무역장벽을 쌓으면서 수출비중이 높은 한국 산업의 전도가 한층 험난해졌다.
한국은 제조업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 때문에 주요국의 탄소감축 행보를 따라잡기가 벅찬 것이 현실이다.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의 속도조절을 바라는 사정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글로벌 산업의 패러다임이 탄소배출 감소로 급전환하는 현실에서 한국만 ‘우물 안 개구리’식 대응에 머무를 수 없다. 기후 대응을 위한 탄소감축이 워낙 확고한 대의명분인 만큼 ‘유럽판 IRA’라며 볼멘소리나 하고 있을 수도 없다. 이 새로운 흐름을 능동적으로 따라잡지 않으면 개방형 통상국가로 성장해온 한국은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정부와 기업은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탄소 대응’ 방안 마련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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