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우크라전 징집 거부" 난민 신청자‥공항서 '머핀 3끼'
[뉴스데스크]
◀ 앵커 ▶
지난 9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동원령을 내린 뒤, 러시아 청년들의 탈출 행렬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우리 인천 공항에도 러시아 청년 다섯 명이 입국해서 난민 신청을 했지만, 심사조차 받지 못한 채 벌써 몇 달 째 공항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유경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인천공항 보안구역에 있는 출국대기실.
누워있는 외국인들 발밑에 식사 대신 지급된 초코머핀과 오렌지주스가 놓여 있습니다.
대부분 손도 대지 않은 상태 그대로입니다.
다른 식사시간에는 색깔만 달라진 머핀이 과당주스와 함께 지급됩니다.
[자샤르/러시아인] "우리가 먹는 음식입니다. 이건 아침인데 끔찍해요."
한 켠에서 지친 표정으로 머핀을 먹는 청년들.
러시아 정부의 예비군 동원령을 거부하고 한국에 온 러시아인들입니다.
[아르쫑/러시아인(가명)] "나는 (반정부 집회에 참여해서) 러시아에 있는 것이 위험했어요. 그래서 러시아를 떠났습니다."
[아흐마드/러시아인(가명)] "나는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완전히 떠나서 한국으로 왔습니다."
가족 또는 지인이 한국에 있거나, 안전하고 민주주의 수준이 발전한 나라여서 한국행을 택했다는 게 이들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이들 5명은 공항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최대 두 달째 출국대기실에 머물고 있습니다.
난민 신청을 했지만, 법무부가 "심사를 받을 자격조차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병역 회피는 난민 신청의 이유가 될 수 없고, 경제적 이유로 난민을 인정받으려 한다는 의심도 든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러시아로 다시 출국해야 하지만 이들은 인정할 수 없다며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둔 상태입니다.
[미샤/러시아인(가명)] "나는 종교적인 이유로 사람을 죽일 수 없습니다. 어찌하여 난민 심사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인지 나는 매우 당혹스러운 일입니다."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꼼짝없이 출국대기실에 머물러야 합니다.
수중에 돈이 떨어져 음식을 사먹기 어려워서 삼시세끼 지급되는 머핀과 주스만 먹다 보니, 없던 위장병과 충치가 생겼습니다.
[아르쫑/러시아인(가명)] "화장실에 가면 주스와 같은 색깔의 소변을 보게 됩니다. 3일 정도 짧은 기간 동안 이곳에 있는 건 괜찮지만 오래 지내는 건 건강에 치명적입니다."
침상도 부족해 맨바닥이나 의자에 누워 잠을 청하기 일쑤.
창문이 없다 보니 바깥공기 쐬기도 어려운데 이런 생활을 언제까지 해야 할지 기약도 없습니다.
[아르쫑/러시아인(가명)] "3개월을 기다리면서 재판이 진행됐는데 스트레스가 매우 심했습니다."
관련 단체들의 문제제기가 계속되자 법무부는 2주 전부터 하루에 한 끼, 닭고기와 밥을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난민이 맞는지 여부를 심사하기에 앞서 심사받을 자격부터 판단하는 현행 제도는 난민 신청의 벽을 높인다는 지적이 계속돼왔습니다.
제도가 도입된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심사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가 법원 등에 의해 정정된 경우는 67%에 달합니다.
출국대기소의 경우도, 프랑스나 네덜란드처럼 공항 인근에 별도의 시설을 마련해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유경입니다.
영상 취재 : 허원철 / 영상 편집 : 류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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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취재 : 허원철 / 영상 편집 : 류다예
이유경 기자(260@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437594_357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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