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처럼 지구 위해 지분 물려주는 한국 기업 나오길”

최우리 2022. 12. 1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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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짬] 아시아태평양 총괄이사 브레먼 슈멜츠
파타고니아 아시아태평양 총괄 이사 브레먼 슈멜츠가 지난 12월 8일 서울 아차산로 파타고니아 코리아 ‘성수낙낙’ 직영매장을 방문해 ‘경영 목표’를 소개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우리에게는 환경보호를 잘 할수록 회사 운영이 건강해진다는 운영 방침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소비 행태에 앞서서 기업이 먼저 변화하지 않는다면 누가 사회를 선도할 수 있나요?”

지난 8일 서울 성동구에 있는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직영점에서 만난 브레먼 슈멜츠(50]) 아시아태평양 총괄 이사는 ‘기업이 돈만 잘 벌면 되지 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려 하는가’라는 질문에 이처럼 반문했다. 그는 “지구를 생각하는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를 고민해야 할 때”라며 “기업은 다음 세대들에게 지구를 잘 지켜서 전해줘야 한다”고 답했다.

50년된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해마다 매출 1% 환경활동가 지원
지난 9월 창업주 가족 지분 ‘100%’
‘환경보호 재단 설립해 양도’ 화제

최근 서울 직영점 방문해 인터뷰
“다른 기업에도 선한 영향력 기대”

파타고니아의 창업주 이본 쉬나드 회장이 지난 9월 자신과 가족의 지분을 양도하는 발표를 하며 공개한 사진. 그는 편지글을 통해 “공개 기업(going public)이 되는 대신 목적 기업(going purpose)이 되겠다”라며 “자연에서 얻은 자원을 투자자를 위한 이익으로 바꾸는 대신, 우리는 파타고니아를 통해 만드는 재무적인 이익을 모든 자원의 원천인 지구 환경을 보호하는 데 사용하려 한다”고 밝혔다. 파타고니아 코리아 제공

‘파타고니아’는 환경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잘 알고 있는 독특한 기업이다. 1973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회사를 창업한 이본 쉬나드 회장은 암벽등반에 쓰이는 금속 못(피톤)으로 시작해, 야외생활에 편리한 기능성 옷까지 개발했다. 특히 유기농 원료를 이용하고 공정한 거래, 오염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친환경적인 옷을 만들고, 소비자에게도 한 번 산 옷은 되도록 수선해서 오래 입을 것을 권한다. 지금도 매년 매출의 1%를 환경단체 활동가들을 위한 지원금으로 기부할 정도로 환경에 진심이다. 지난 50년의 시간 동안 노동·환경 가치를 경영 현장에서 최우선으로 했다고만 볼 수는 없겠지만, 쉬나드는 2005년 펴낸 책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되 성과를 우선하지 않는다. 성장과 확장은 우리 회사의 기반이 되는 가치가 아니”라고 했다.

파타고니아는 지난 9월15일 또한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쉬나드를 비롯 부인·아들·딸 등 가족이 소유한 회사 지분 100%(약 4조2천억원 상당)를 환경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재단을 설립해 양도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 소식은 <뉴욕타임즈> 등 전세계 언론이 대대적으로 다뤘다. 그와 가족들이 지분을 양도하면서 남긴 “파타고니아의 유일한 주주는 지구”라는 말도 화제를 모았다.

그 지분 양도 과정을 잘 알고 있는 슈멜츠 이사 역시 쉬나드처럼 자연과 가까운 이였다. 하와이 호놀룰루가 고향힌 그는 프로요트 선수로 활동하다 20년 전부터 파타고니아에서 일하고 있다. “쉬나드는 나의 영웅이자 멘토”이며 “가족같은 사이”라고 소개한 슈멜츠 이사는 “창업자와 가족들이 2년 넘게 고민했다. 외부 전문가 6명과 가족들까지 총 10명의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했지만, 가족들의 결단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분을 팔면 더 많은 이익을 남길 수도 있었지만, 환경을 최우선으로 삼아 운영해 온 회사의 사업 방향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당연한 결정이었다”며 “이번 창업주 가족의 양도 발표로 직원들의 자부심·책임감과 같은 영감이 충만해졌다. 이런 가치관이 다른 기업에까지 퍼져 (기존 자본주의에) 변화가 일어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 12월8일 서울 성수동 파타고니아 코리아 직영점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총괄 이사 브레먼슈멜츠.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세계 경제 성장률을 꾸준히 하향 추정하며 경기침체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환경을 고려한 경영 철학은 과연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까. 이런 우려에 그는 “그럴 때일수록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돈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추구한다. 그게 물건이라면 오래 쓸 수 있는 것을 고른다. (이미 입고 있던 옷의 성능 등이 좋다면) 새로 옷을 사지 말고 입던 옷을 수선해서 입으라고 권장하는 우리의 제품 소비도 늘어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재벌 3세 4세까지 승계하며 지배구조 개선에 소극적인 한국 대기업의 사례를 알고 있냐는 질문에 그는 “다른 기업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도 (이번 발표의) 목적이었다. 미국에서도 우리 영향을 받아 주주 지분을 포기하는 기업이 일부 나오고 있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한국은 대단한 문화 수출국이며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리더십을 따른다. 한국 기업의 경영으로 전세계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영향력이 그만큼 크고 기회도 많다. 지구를 우선 생각하고 결정할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파타고니아의 경쟁상대를 묻는 질문에 그는 “한국의 아웃도어 회사 중에 한 곳이 우리와 같이 환경을 위해서 지분을 양도할 수 있다면 그 회사가 우리의 경쟁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만약 이 자리에 쉬나드 가족이 있었다면 나보다 더 강하게 말했을 것”이라며 “(기업은) 좋은 사고(trouble)를 더 많이 치고 사람들을 더 놀라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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