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메시의 라스트 댄스
리오넬 메시(35)가 마침내 황금빛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월드컵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나 국가수반 등 극히 제한된 인사만 만질 수 있다는 그 트로피, 축구의 상징이다. 메시는 카타르 국왕이 입혀준 금색 장식의 검정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카타르 국경일에 이슬람의 왕이 입는 전통 의상 ‘바슈트’였다. 19일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 프랑스를 꺾고 우승한 아르헨티나의 주장 메시가 ‘축구의 왕’에 오르는 대관식 같은 장면이었다.
각 종목의 ‘역대 최고 선수’를 영어로 ‘GOAT’(Greatest Of All Time)라고 부른다. 축구의 GOAT는 누구일까. 그동안 설이 분분했다. 펠레, 마라도나, 베켄바워 등 과거 스타부터 21세기 라이벌 메시와 호날두에 이르기까지. 그러나 카타르 월드컵이 막 끝난 지금은 모두가 메시를 가리킨다. 시즌 최우수선수상인 ‘발롱도르’를 7차례나 수상하고 각국 리그와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휩쓸었던 그에게 딱 하나 없던 월드컵 우승이 채워지며 ‘역대 최고’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카타르 월드컵은 메시의, 메시에 의한, 메시를 위한 월드컵이었다. 4전5기. 2006년부터 4년마다 4차례 월드컵에 출전했으나 우승을 놓쳐 좌절했던 메시가 5번째 월드컵을 자신의 대회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조별리그, 16강전, 8강전, 준결승, 결승전에서 모두 득점한 최초의 선수가 됐고, 7골·3도움을 기록하며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이어 골든볼(MVP)도 받았다. 월드컵에서 골든볼을 두 번 받은 선수 또한 메시가 처음이다. 프랑스와의 결승전이 월드컵 26번째 경기에 출전한 것이라 독일의 마테우스(25경기)를 제치고 최다 출전 신기록도 썼다. 이제 월드컵에 발롱도르, 챔피언스리그 트로피와 올림픽 금메달까지 가진 선수는 메시가 유일하다. 역대 최고가 아닐 수 없다.
메시가 대회 전에 “이번이 마지막 월드컵”이라고 공언해 카타르 월드컵은 그의 ‘라스트 댄스’(마지막 기회) 무대로 주목받았다. 그런데 우승 후 메시는 벅찬 기분으로 말을 바꿨다. “국가대표를 그만두지 않겠다. 챔피언으로 더 뛰고 싶다”고 말했다. 절치부심 끝에 큰일을 이뤄낸 기쁨이 느껴진다. 메시의 라스트 댄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차준철 논설위원 che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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