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이해 ‘쏙쏙’… 쉽게 쓴 판결문 첫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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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지만 원고가 졌습니다."
언어 능력이 낮은 장애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작성된 법원 판결문이 처음으로 나왔다.
1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강우찬)는 청각장애인 A씨가 서울시 강동구청장을 상대로 낸 장애인 일자리사업 불합격처분취소 소송에서 '이지 리드(Easy-Read: 쉽게 읽히는) 방식'을 활용해 판결문을 작성,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주문 옆에 이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문장을 나란히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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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 낮은 장애인도 알기 쉬워
“안타깝지만 원고가 졌습니다.”
A씨는 직접 법원에 탄원서를 내 “알기 쉬운 용어로 판결문을 써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는 장애인의 ‘당연한 권리’”라고 응답했다. 지난 9월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UNCRPD)도 대한민국 정부에 “장애인의 사법 접근을 완전히 방해하는 제약이 존재하는 것을 우려한다”며 “점자, 수화, 이지 리드 등 법적 절차 전반에서 사용할 수 있는 보강 수단을 개발하라”고 강력 권고했다.
재판부는 그림 등을 이용해 알기 쉽게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일자리사업) 면접시간이 다 돼서야 수어통역사를 만났고, 통역을 통해 면접을 보게 돼 실질적 면접시간이 줄어들었음에도 추가 시간을 부여받지 못했다”며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키가 각자 다른 세 사람이 똑같은 발 받침대를 밟고 서 있어 키가 작은 이는 경기를 볼 수 없는 상황을 그린 그림을 제시하며 “이 상황이 원고가 겪은 상황이라면,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 상황은) 발 받침대의 높이가 모두 같지만 세 사람 모두 경기를 관람하는 데에는 장애가 없는 높이인 경우로 볼 수 있다”며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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