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장 최후통첩에도 여야 협상 공전…예산 대치 장기화 조짐(종합)
박홍근 "합의된 게 없다"…법인세·경찰국·인사관리단 쟁점 여전
(서울=뉴스1) 노선웅 박기범 이서영 기자 =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협상이 김진표 국회의장의 거듭된 합의 마지노선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지난 2일 법정 시한을 넘긴 국회는 정기국회 마감인 9일 등 19일까지 모두 4차례 예산안 처리 약속을 어겼다.
여야는 이날 오후까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이견을 확인한 채 합의안 마련에 실패했다. 앞서 김 의장은 여야 지도부에 이날까지 예산안을 합의 처리하라는 '최후통첩'을 했다. 하지만 여야는 이날도 쟁점을 두고 충돌을 이어갔다.
최대 쟁점인 법인세 문제는 어느 정도 좁혀가는 기류였으나 여전히 이견이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5억원에 불과한 행정안전부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안 문제도 막판 쟁점으로 남아있다.
김진표 의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예산안 협상과 관련해 "아직은 특별히 말씀드릴 게 없다. 조금 더 기다려보라"며 사실상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했음을 시사했다.
이날 오전에 이어 오후에도 단독으로 국회의장을 만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그사이 특별히 진전된 사항은 없다"며 "다만 혹시 의견 좁힐 그런 사항이 있는지 싶어서 의장을 방문해 의견을 들었다. 민주당이 다시 회의를 한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는 그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경찰국과 인사정보관리단 예산과 관련한 이견이 큰지 묻는 질문에 "결국 남은 부분이 그 부분인데 서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여기에 예산 문제라기보다 조직 인정 여부가 쟁점인지 묻는 취지의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만나기 어려울 것 같다. 생각차가 좁혀지지 않고 좁혀질 가능성이 없어서 훨씬 더 상황이 빡빡하다"며 "액수로 그렇게 많지 않지만 정부의 정통성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양보할 수 없는데 민주당이 새정부가 출범하고 하는 일을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예전에 민정수석실에서 인사검증과 경찰인사를 가지고 있던 것이 정부조직법 체계에 맞지 않아서 정부기관 내 권한을 제대로 분산한 것"이라며 "민주당이 다시 문제가 많던 민정수석체제로 돌아가라는 게 아니라면 이거 말고 무슨 방법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아울러 남은 쟁점 중 하나인 법인세 인하와 관련해 정리했는지 묻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라며 법인세 인하 문제를 포함해 경찰국, 인사정보관리단의 정통성 문제가 쟁점으로 남았다고 밝혔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오후 고위전략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상황이라는 게 합의된 게 없다"며 일괄타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이 시간만 끌며 중재안에 대한 입장이 뭔지, 예를 들어 법인세 1% 안 된다거나 시행령 예산 본예산 삭감하고 예비비 편성하는 것을 못 받는다고 천명해주면 되는데 안한다"며 "우리는 의장 중재안에 대해 수용 못하면 못한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해달라는 것이다. 그럼 의장 중재안도 물 건너갔다고 우리도 선언할 것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입장은 의장은 본인이 최종중재안이라고 했으면 어떤 식으로든 대통령을 직접 설득하든, 정부여당에게 윽박질러서라도 관철을 해내야한다. 정부여당도 못 받겠으면 못 받겠다고 공식 선언을 하거나 대안을 얘기해야하는데 그런 것도 없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국힘의힘은 예산 합의가 안 되면 예비비로 편성하자는 김 의장 중재안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예비비를 받게 되면 해당 기관들의 운영이 위헌이라는 민주당의 주장을 인정하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어느 정도 좁혀진 것으로 알려진 법인세 문제도 막판 논의가 더 필요하다. 영업이익 3000억원 초과 법인에 적용되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낮추자는 정부안을 두고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김 의장이 낸 중재안에 대해 민주당은 수용했지만 국민의힘은 '1%p 감세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거절한 바 있다. 주 원내대표는 "법인세 문제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한 결과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볼 수 있는 단계가 됐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예산안 협상의 난관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지목하며 이른바 '윤심(尹心)'에 끌려다니는 여당을 비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대한민국 국회에 집권당이 있는지 의문이다. 집권당이 아니라 종속당, 국민의힘이 아니라 '용산의힘'이라고 해야 할 것"이라며 "윤심에 막혀 헛바퀴만 돌고 있다"며 정부·여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새해까지 딱 2주 남았다. 이제 결단의 시간"이라며 "국민의힘은 더 이상 대통령 심기 경호에만 쩔쩔매지 말고 즉각 국회의장 중재안을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 이견은 김 의장 주재 원내대표 회동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박홍근 원내대표가 만날 이유가 없다며 불참하면서다. 김 의장은 "오늘(19일) 중으로 예산안이 합의 처리됐으면 좋겠다"며 내년도 예산안의 처리를 위한 여야 합의를 재차 촉구했다.
주 원내대표는 김 의장을 만난 후 기자들과 만나 "의장은 예산안이 이미 법정 기한보다 많이 늦었고 지금 파악해보니 한두 문제 때문에 예산 전체가 홀딩돼 있는데 서로 적극적으로 양쪽이 다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오늘 중 합의 처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반면 회동에 참석하지 않은 박 원내대표는 "여당이 (중재안을) 수용하기 전에는 저희로서는 따로 협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은 의장을 별도로 만날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처럼 쟁점을 압축한 만큼 이번 주에는 여야가 예산안을 처리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내년도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이어지면서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정치권을 향한 부정적 시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가 연말까지 합의를 보지 못하면 헌정사상 처음으로 준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예산안 처리 지연 기록은 매일 경신하고 있다. 우선 법정기한인 12월2일을 지키지 못했고, 정기국회 마지막 날(12월9일)까지 여야가 합의안 마련에 실패하면서 2014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처음으로 정기국회 내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지난 15일 법인세를 1% 감면하는 내용의 김 의장의 중재안을 두고도 여야가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여기에 김 의장의 최후통첩 이날에도 여야 합의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예산안 정국은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buen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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