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증권사, 자금난에 ELB 발행 경쟁 불붙었다

이윤희 2022. 12. 19.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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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행결합사채 이달만 14조 넘어
금감원 '불완전판매 주의보'까지

이자율이 연 6~8%에 달하는 원금 보장 금융상품인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의 발행이 크게 늘고 있다. 은행 금리보다 높아 투자자들의 관심도 크지만 자금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발행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누이좋고 매부좋은 상품 같아 보이나 금융감독 당국의 눈초리는 매섭다. 오로지 증권사의 신용으로 발행하는 이들 사채들이 원금 보장 상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반적으로 증권사가 파산하지 않는 한 원금 손실이 일어나기는 어렵지만, 증권사들의 재무 상황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들어 이달 18일까지 국내 증권사가 발행한 ELB 총액은 공모와 사모를 합쳐 14조3262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9조4904억원) 대비 50.9% 급증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자금 시장이 급랭하면서 ELB 발행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려는 증권사들이 늘어난 것이다.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한 10월 이후 발행이 집중됐다. 지난 9월말 기준 7조7827억원 수준이던 발행금액은 두 달 반 만인 현재 2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특히 단기물량 위주로 발행이 몰리고 있다. 만기구조를 보면 3개월 이하 초단기물이 1조6526억원으로, 전년같은 기간(495억원)보다 33배가 늘었다.3 개월에서 6개월 사이 물량도 2조7614억원으로 6배 가량 늘었다.

중소형사의 ELB 발행이 특히 두드러졌다. 올들어 ELB를 가장 많이 발행한 증권사는 업계 1위인 미래에셋증권(1조5150억원)이지만 현대차증권과 메리츠증권·하나증권·교보증권도 1조원 이상을 발행했다. 10월 이후로 보면 현대차증권이 740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증권이 6947억원, 키움증권이 6396억원 순으로 발행했다. 10위권 내에 대신증권, 한화투자증권, SK증권, 교보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중소형사가 줄줄이 올랐다.

최근 발행된 ELB는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연 5%대)보다 높은연 6~7%대의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데, 중소형 증권사들은 더 높은 이자율을 내걸었다. 키움·유진·BNK증권 등은 7%대 이율을 약속했고 이달엔 8% 금리까지 등장했다. 다올투자증권, SK증권은 이달 각각 1년 만기 약정금리 8.5%, 2년 만기 8.2%의 ELB 상품을 출시했다.

ELB는 주가연계증권(ELS)처럼 주가지수 또는 개별주식의 가격을 추종하며 조건별로 정해진 수익률을 얻지만, 원금 손실이 가능한 ELS와는 달리 발행사(증권사)가 파산하지 않는 한 원금을 보장하고 약정된 수익을 지급한다.

고금리 경쟁은 부담이지만, 증권사들로선 다른 뾰족한 수가 없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규모 손실로 충격을 줬던 'DLF 사태' 등을 겪으면서 파생결합증권 발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예기치 못한 강한 자금 경색 때문에 당장 단기자금을 융통할 수 없는 증권사들이 ELB를 통해 자금 조달을 하려는 것"이라면서 "대형사만 해도 신용도 높고 발행어음도 있어 다른 카드들이 있지만 중소형사들에겐 사활이 걸린 문제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최근 증권사들에 ELB와 기타파생결합사채(DLB) 등의 불완전판매에 유의하라는 내용의 지도 공문을 보냈다. 금감원은 발행사 상황에 따라 최악의 경우 원리금이 일부 또는 전부 상환되지 않을 위험이 내재된 상품임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량 기업의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설정하지만, 원리금 상환 여부는 발행사의 지급 여력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증권사가 파산한다면 투자 원금과 수익 전부를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파생결합사채는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고, 투자금도 법적으로 별도 예치 의무가 없어 발행사의 고유 재산과 분리되지 않는다. 실제로는 증권사가 발행하는 회사채와 크게 다를바 없다.

이윤희기자 st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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