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예고 없이 이태원 분향소 방문···유족 항의에 발걸음 돌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화물연대 집단운송 거부’ 관계장관회의 및 코로나19 중대본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19일 예고 없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방문했다가 유가족들의 항의를 받고 돌아갔다.

한 총리는 이날 오후 2시30분쯤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차려진 ‘10·29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를 방문했다. 이날 낮 12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주례회동을 마친 뒤였다. 별도의 정부 관계자 없이 필수 경호인력만 동행했다.

한 총리는 분향을 하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유족들이 한 총리를 막아서며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를 가지고 오십시오.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 아니면 받지 않습니다” “돌아가세요”라고 요구했다.

유족들 말을 듣고 여러 차례 고개를 끄덕인 한 총리는 “잘 알겠다. 수고하세요”라며 도착한 지 약 30초 만에 발길을 돌렸다. 한 유족은 돌아가는 한 총리에게 “대통령의 사과를 가지고 오십시오”라고 외쳤다.

한 총리는 차량으로 돌아가던 도중 한 시민의 악수 요청에 응하며 “분향을 좀 하려고 했더니 못하게 하네. 고생하십시오”라고 말했다.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한 총리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사퇴 관련 입장을 묻는 질문에 “여러 번 말씀드렸다”고 답한 뒤 떠났다.

사전에 공지된 이날 한 총리 공식 일정에는 합동분향소 방문은 없었다. 총리실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마음이 아파서 방문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을 맡아 정부 차원의 참사 수습을 지휘해왔다. 한 총리는 참사 발생 9일 만인 지난달 7일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국무총리로서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공식 사과했다.

한 총리는 지난 15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참사 생존자 고등학생의 사망에 대해 “본인 생각이 좀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겠다는 생각이 더 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가 야당으로부터 “책임 회피”라는 비판을 받았다.

한 총리는 이태원 참사 발생 직후인 지난달 1일 외신 기자간담회에서 농담을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