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영구차 부족해 승합차로 운구…중국 방역완화 후 사망자 폭증

한종구 2022. 12. 19.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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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운구업체 성행…화장장 24시간 가동에도 시신 처리 못 해
19일 중국 베이징 한 화장장에서 화장 순서 기다리는 차량 [촬영 한종구 기자]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시신을 운반할 영구차가 턱없이 부족해 유족들이 개인적으로 시신을 운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19일 오후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서쪽으로 13㎞가량 떨어져 있는 바바오산(八寶山) 화장장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묻는 말에 이같이 답변했다.

그는 이어 건물 뒤편 주차장을 가리키며 신청서를 작성한 뒤 주차장에서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차장에는 화장 순서를 기다리는 영구차와 승합차가 가득했다.

어림잡아도 50대는 넘어 보였다.

차량 앞 보닛을 검은색 리본으로 장식한 영구차도 있었지만, 대부분 일반 승합차였다.

차량에 다가가 보니, 일부 차량은 빛가림(썬팅)이 되지 않아 황금색 천으로 둘러싸인 시신의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화장장 관계자는 "화장장 소속 영구차로 시신을 운구하려면 최소한 일주일 이상 기다려야 한다"며 "화장장의 높은 분들이 더 시신을 받지 말라고 지시해서 며칠 전부터는 고객들을 돌려보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화장장 관계자에게 대략적인 설명을 들은 뒤 사무실을 나서자 한 남성이 기자를 유족으로 착각했는지 조심스럽게 다가와 운구차가 필요하냐고 물었다.

그는 "지금 베이징에는 시신을 운구할 수 있는 전문 차량이 부족해 한참 기다려야 한다"며 "우리는 시신을 운구할 수 있는 차량과 인력이 있으니, 우리에게 맡기면 최대한 빨리 화장을 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소문으로만 듣던 불법 시신 운구 업체의 존재를 확인한 순간이었다.

19일 중국 베이징 한 화장장 모습 [촬영 한종구 기자]

바바오산 화장장에서 동쪽으로 약 25㎞가량 떨어져 있는 둥자오(東郊) 화장장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주차장에는 화장 순서를 기다리는 승합차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언뜻 보아도 영구차가 아니라 일반 승합차가 대부분이었다.

승합차들은 흰색 방역복을 입은 경비원의 지시에 따라 한 대씩 화장장 내부로 들어갔다.

간혹 구급차가 주차장에 들어오기도 했지만 긴 줄을 기다릴 여유가 없는지 주차장 한편에 놓인 환자 이송용 침상 위에 누런 천으로 감싼 시신을 올려놓고는 이내 핸들을 돌려 화장장을 빠져나갔다.

그러면 유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다가와 침통한 표정으로 시신이 놓인 침상을 조심스럽게 밀며 화장장 안으로 들어갔다.

화장장 내부는 유족 일부만 들어갈 수 있지만, 바리케이드 너머로 방역복 차림의 화장장 관계자들이 분주히 시신을 화장로 안으로 이송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19일 중국 베이징 한 화장장에서 화장 순서 기다리는 차량 [촬영 한종구 기자]

화장장 입구에서 수의 판매업체를 운영하는 한 남성은 "화장장에 시신이 이렇게 많이 몰리는 것은 처음 본다"며 "유족들의 나이대로 볼 때 대부분 노인이 숨진 것 같다"고 말했다.

화장장 관계자도 "전에는 하루에 30∼40구 정도 화장했는데, 요즘은 하루에 200구 이상 화장하고 있다"며 "갑자기 날씨가 추워진 탓인지, 코로나19 탓인지 우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이 지난 7일 '제로 코로나'에서 '위드 코로나'로 급전환한 뒤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공식 발표는 전날 베이징에서 코로나19로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게 전부다.

베이징 인근 화장장마다 24시간 완전가동하고 있지만 밀려드는 시신을 제때 화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관계자들의 설명과는 달라도 한참 다른 발표다.

사망 원인이 코로나19 때문인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갑작스러운 방역 완화 이후 사망자가 폭증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 중국인은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무증상 감염자까지 집단격리시설로 보내더니 하루아침에 감염자의 99%가 일주일이면 완치된다고 말을 바꾸고 있다"며 "내 주변 사람들 10명 중 7∼8명은 감염됐고 해열제나 항생제를 구할 수도 없는 상황인데 어떻게 당국의 발표를 그대로 믿고 따를 수 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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