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여 만 복당한 박지원, "분탕질 추억" 경고한 정청래…"이재명 지키기" 일단 입 모아

한기호 2022. 12. 19.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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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19일 더불어민주당에 복당이 승인된 박지원 전 의원(전 국가정보원장)과 정청래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연합뉴스 사진 갈무리>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박지원 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에 6년여 만에 복귀했다. 'DJ(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려온 데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도 각 세웠던 이력이 있는 만큼 친문(親문재인)계 일각의 반감이 표출되기도 했다.

민주당은 19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박지원 전 의원 복당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박성준 당 대변인이 기자들을 만나 전했다. 그는 "박 전 의원 복당이 허용됐다"며 "오늘 대승적·대통합 차원에서 박 전 의원 복당을 수용하자는 (이재명) 당대표의 의견에 대해 최고위원들께서 수용하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최근 수차례 비공개 회의를 열어 박 전 의원 복당 여부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었다. 당헌·당규에 탈당·복당 기준이 엄격하게 규정된 만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과, 지난 대선 때 대통합 차원에서 탈당 인사들의 복당을 대규모로 받아들인 것에 준해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고 한다.

특히 정청래 수석최고위원이 박 전 의원 복당을 강력 반대했고, "찬반 동수로 팽팽"하다며 지도부 내 이견을 폭로한 적도 있다. 그는 이날 최고위 공개발언으로 "저는 '박지원 복당'보다 (위장탈당 논란을 불사한) 민형배 의원 복당이 먼저"라며 "이재명 당대표를 지키자고 역설했다. 그(박 전 의원)의 '분탕질'에 대한 추억이 아무래도 찝찝하다"고 날 세웠다.

그러면서도 "제 개인 입장보다 당의 결정을 더 무겁게 받아들인다. 저는 항상 선당후사했다"며 "그의 복당이 민주당 앞날에 재앙이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내가 사랑하는 민주당에 신의 가호가 있길 바랄 뿐이다. 제 사전 경고가 박 전 의원이 만약 복당한다면 과거를 참회하고 올바른 길로 가라는 마중물이 되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과거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시절인 2015년 2·8 전당대회에서 박 전 의원을 꺾고 '문재인 대표 체제'가 들어설 때 친문계 최고위원으로 함께 입성했다. '당 대포'를 자청하며 강경한 언사로 당시 여권(새누리당)과 대치에 앞장서는 한편 후일 '국민의당' 창당세력이 된 호남권 중진·안철수계 비문(非문재인) 인사들과도 대립했다.

그는 최근에도 SNS에서 "박지원이 지난 (2017년 국민의당 소속으로 치른) 대선 때 아침마다 '문모닝'을 외치며 문재인을 욕했을 때 나는 '문재인을 지키기' 위해 '박모닝'을 외치며 박지원을 비판한 적 있다"며 "이 당 저당 옮겨다니는 것이야 그의 취향이겠지만 침 뱉고 나간 정당에 복당하려면 걸맞는 조치는 있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은 올해 3·9 대선을 치르기 전인 1월 1~15일 분당 등의 이유로 탈당한 사람들의 복당을 일괄 허용키로 하고 복당 신청을 받았다. 2016년 총선 직전 '분당 사태' 당시 당을 떠났던 권노갑·정대철·주승용 등 동교동계 비문 인사들과 정동영·천정배·유성엽·최경환·이용주 전 의원 등 734명이 이때 민주당에 복당했다.

박 전 의원은 당시 문재인 정부 국정원장 신분이었기 때문에 정치적 중립 등의 이유로 복당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앞서 2016년 1월 당내 주류였던 친문계와 갈등을 빚다가 탈당해 두달 뒤, 안철수 전 새민련 공동대표(현 국민의힘 의원)가 탈당 후 첫 창당했던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박 전 의원은 그러나 2년 뒤 국민의당에서도 바른정당과의 합당(바른미래당) 노선에 반대해 탈당했고, 호남권 중진들과 함께 민주평화당을 꾸렸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으로 남북 관계가 악화하던 2020년 7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대북전문가로 꼽히는 박 전 의원을 국정원장에 임명했다.

이후 박 전 의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국정원장직을 물러난 뒤 줄곧 복당 의지를 밝혀왔다. 그는 이날 복당 승인 소식에 "당의 요청과, 저 자신 역시 김대중 대통령께서 창당하신 당에서 마지막 정치 인생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복당을 희망했다"며 "민주주의를 지키고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데 벽돌 한장이라도 놓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 최고위원 등 반발을 염두에 둔 듯 "일부의 염려가 있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보내주신 그 사랑과 염려에 누가 되지 않도록 잘 하겠다"며 "무엇보다도 이 대표를 중심으로 강한 야당, 통합 화합하는 야당을 만드는데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을 전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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