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커넥트' 김혜준 "당당하고 주체적인 캐릭터, 장르물 매력이죠"
장르물의 요정, 배우 김혜준이 '커넥트'로 또 한 번 자신의 영역을 확장했다. 특유의 주체적이고 당당한 캐릭터를 입고 전 세계 시청자들을 만난 것이다. 이런 캐릭터를 연속적으로 맡으면서 실제 성격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그는 꾸준히 성장 중이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커넥트'(극본 나카무라 마사루/연출 미이케 다카시)는 죽지 않는 몸을 가진 새로운 인류, 커넥트 동수(정해인)가 장기밀매 조직에게 납치당해 한쪽 눈을 빼앗긴 뒤, 자신의 눈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살인마에게 이식됐다는 것을 알고 그를 쫓는 지독한 추격을 담아낸 이야기다. 김혜준이 연기한 이강은 웹 소설 작가로 커넥트가 된 동수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어디선가 나타나 도움을 주는 인물이다. 자신도 커넥트였다는 비밀을 안고 있는 그는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동수와 점점 가까워지게 된다.
"커넥트라는 소재가 독특했고, 이야기 전개가 빨랐어요. 마치 만화책을 읽는 것처럼 술술 읽히더라고요. 또 이랑 캐릭터가 매력적이었는데, 강렬하고 자극적이어서 더 끌렸죠. 전작이 드라마 '구경이'였는데, 사이코패스였던 '구경이'의 케이보다 더 강렬하게 다가왔어요. 케이보다 약했으면 이 정도의 매력을 못 느꼈을 거예요."
도전하는 마음으로 '커넥트'에 합류한 김혜준은 이랑의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이랑이 커넥트인 만큼, 비주얼적인 부분에서 이를 표현하기 위해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았다. 덕분에 이랑은 독특하면서 독보적인 캐릭터로 시청자들과 만날 수 있었다.
"커넥트의 특성을 살리는 게 뭐가 좋을지 회의를 여러 번 했어요. 처음에는 탈색하자는 얘기가 나왔는데, 커넥트 특성상 머리 일부분이 하얘지지 않을까 싶었어요. 또 커넥트가 인류보다 신진대사가 빨라서 손끝이 붉을 거라고 예상해서 분장하기도 했고요. 이런 디테일을 살리려고 했어요."
"따로 모티브를 삼은 캐릭터나 작품은 없었어요. 감독님이 워낙 장르물을 많이 하셨던 분이라 이랑 캐릭터에 감독님의 색채가 입혀지는 걸 상상했죠. 피가 튀기는 느낌도 감독님 만의 특징이 있었는데, 최대한 구현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췄습니다."
넉넉하지 못한 시간 동안 준비한 액션은 김혜준에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촬영 중 5~6부 대본을 보게 됐고, 그때부터 액션이 나온다는 걸 알게 된 그가 급하게 준비에 돌입했기 때문. 센 캐릭터인 이랑에 맞게 거친 액션을 하고 싶었던 김혜준. 그러나 촬영 감독의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부족한 부분이 메꿔진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가장 준비를 많이 한 건 진섭(고경표)과 마주하는 신이었어요. 진섭과 첫 촬영이기도 했고, 첫 액션신이어서 욕심이 났죠. 또 장기매매 조직과 싸우는 신이 있었는데, 살짝 다친 상태에서 촬영해서 아쉬웠어요. 많이 아픈 건 아니었지만, 미친 듯이 잘 싸울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거든요."(웃음)
정해인과 로맨스 호흡은 동지애 느낌으로 촬영했다. 누구에게도 말하기 힘든, 커넥트라는 비밀을 품고 사는 동수와 이랑은 늘 외로운데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의지하게 된 것이다. 서로가 서로의 위로가 됐고, 그 안에서 호감이 피어나게 됐다는 게 김혜준의 해석이었다.
"대본에서는 로맨스가 조금 더 감정적으로 묘사돼 있었어요. 그런데, 오히려 서툴고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게 우리 작품과 더 맞는 결이라고 판단했죠. 사람을 대할 줄 모르던 커넥트가 만난 거잖아요. 완전한 사랑이라기보다는 인류애와 공감이 맞는 표현이고, 이 정도의 온도가 딱 알맞아요."
김혜준은 '커넥트'를 촬영하면서 현장에서 더 집중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구경이'를 끝내고 짧은 시간에 합류한 만큼, 체력적으로 지친 순간이 많았고, 추위로 녹록지 않은 촬영 현장이었기에 더욱 집중력을 요했다.
"힘든 순간을 배제해야 되는 게 배우잖아요. 더 집중해야 됐고, 그런 순간이 많았어요. 개인적인 상태를 배제하고 배우로 또렷이 서는 훈련을 많이 받을 수 있었던 현장이었습니다. 또 힘들고 지칠 때 정해인, 고경표 선배들이 하는 걸 보면서 자극도 많이 받았고요. 두 분 다 에너지가 엄청나신데, 몸을 사리는 것도 없었어요. 귀감이 많이 됐죠."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 '구경이', 그리고 '커넥트'까지. 김혜준의 필모그래피는 장르물로 가득 차 있다. 유독 장르물에 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끌리고 보니 장르물이었다고 말했다. 장르물 속 주체적이고 강한 캐릭터가 마음에 와닿은 거다.
"전 살짝 수동적이고, 흘러가는 대로 사는 성격이에요. 그래서 저와 반대되는 캐릭터에 매력을 많이 느끼는 편이에요. 평소라면 제가 하지 못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니까요. 이런 걸 작품에서라도 느껴보고 싶은 욕망이 있어요.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고 나면, 성격이 더 밝아지는 것 같아서 더 좋아요."
"제가 장르물에 캐스팅되는 이유는 외모가 안 그렇게 생겨서 아닐까요? 안 그럴 것처럼 생긴 사람이, 독특한 행동을 하는 거니까 감독님들이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저의 평범한 느낌을 작품에서 장치적으로 쓰시는 거죠. 아마 이런 부분이 조금 더 유리하게 작용되는 것 같아요."(웃음)
김혜준은 어느덧 데뷔 7년 차를 맞았다. 7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그는 가장 큰 목표가 '오래 연기하는 배우'인 만큼, 짧은 시간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고 볼 수도 있다. 그는 나문희, 김혜자와 같이 존재 자체만으로 연륜이 느껴지는 나이까지 연기하길 바란다.
"예전에는 나이 먹는 게 두려웠어요. 그때는 제가 20대에 저에게 바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조금 어린 모습이었죠. 어리다는 게 끝나면 어떤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20대 중반을 지나면서 선배님을 많이 만났는데, 더 멋있게 성장하고 더 멋있는 역할을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저의 30대도 기대가 됐죠. 30살이 되면 여유도 생기고 주체성이 생길 것 같아요. 이런 멋있는 30대를 맞이하기 위해 20대 후반을 잘 써내려갈 생각입니다."
장르의 확장도 김혜준이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바라는 일이다. 장르물에 특화된 지금의 필모그래피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영역을 넓히고 싶은 마음이다. 아직 못 해본 캐릭터가 많은 만큼, 연기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로맨틱 코미디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아직 못 해본 장르도 많은데, 그쪽으로도 나아가 보고 싶고요. 올해는 쉰 날이 많았는데, 그 시간이 괴롭고 힘들었지만 원동력이 됐어요. 더 전투적인 제가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내년에는 더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웃음)
현혜선 기자 sunshin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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