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승진→부사장' 11년 공식 깨졌다…젊은 피로 새 진용짠 JY
6~7년 걸리던 승진, 성과 내면 4년이면 된다
나이·경력·성별 무관…계열사 특성 맞춤형 인사
전문가들 "젊은 임원 육성…'뉴삼성' 큰 그림"
[이데일리 이준기 이다원 박민 전선형 기자] “삼성에서 ‘11년 버티면 부사장’과 같은 공식이 완전히 깨진 겁니다. (재계 핵심 관계자)
삼성의 내년도 인사가 모두 마무리된 가운데 성과 중심·신상필벌 기반 인사가 확고히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부사장급을 대거 퇴임시켜 조직을 젊고 효율화하는 분위기로 뒤바꾸는 한편 힘을 실어야 할 곳엔 확실히 싣는 흐름이 삼성 안에서 동시에 나타난 것이다. 재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젊고 능력 있는 임원의 빠른 발탁과 최고경영자(CEO)급 양성이 뉴삼성의 핵심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19일 재계 및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이달 초~중순께 이뤄진 삼성 계열사의 부사장·상무 등 승진 인사에서 가장 큰 특징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30대 상무·40대 부사장이 대거 발탁됐다는 점이다. 대체로 나이·연한·성별에 관계없이 성과를 중심으로 임원진과 승진자 수를 결정했다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성과가 부진한 계열사는 인력을 효율화하는 데 집중한 반면 미래 성장동력 산업을 영위하는 곳엔 인력을 배치해 힘을 실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부사장·전무 직급을 부사장으로 통합하는 인사제도 개편을 단행함으로써 당시 부사장 인력이 60명대에서 200~300명대로 대폭 늘어났지만 올해 인사를 통해 수십명의 부사장급을 퇴임시켰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만 10여명의 부사장이 퇴임했고 전 부문에 걸쳐서는 수십 명의 부사장급 임원이 퇴임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올해 부사장 승진자 수가 68명이던 것에 비해 내년 부사장 승진자 수는 59명으로 9명 줄어든 만큼 전체적인 부사장급 규모가 쪼그라들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상무 승진자 수 역시 107명으로 전년(113명) 대비 6명 감소, 임원진 몸집이 작아진 모양새다.
반면 임원 승진 속도는 빨라졌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올해 부사장 승진한 삼성전자의 한 40대 임원은 2019년 상무로 승진한 인물”이라며 “약 4년 만에 성과를 인정받아 승진한 것인데, 과거에 비해 매우 파격적”이라고 했다.
금융 계열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삼성화재의 경우 올해 5명의 부사장급 인사가 옷을 벗었다. 작년 3명이 퇴임한 것과 비교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한꺼번에 5명의 부사장급 인사가 퇴임한 건 매우 이례적”이라고 했다.
다만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확실한 ‘신상’(信賞)이 이뤄졌다는 평가도 동시에 나온다. 삼성 금융계열사의 컨트롤타워를 이끌어 온 삼성생명 박종문 ‘금융 경쟁력제고 태스크포스(TF)’장 부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승진, 자산운용부문 수장(사장)을 맡게 됐다. 박 사장은 그간 삼성 금융 계열사의 중장기 사업전략 수립을 지원하며 미래 먹거리를 창출해 왔다. 자산운용 분야에 힘을 싣기로 한 삼성 계열사가 이번 인사를 통해 성장 기반에 힘을 줬다는 평가가 적잖다.
삼성 안팎에선 ‘임원 달면 부사장까지 11년’이란 일종의 승진 공식도 유명무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하려면 통상 6~7년, 전무에서 부사장의 경우 3~4년 걸리던 데서 기간이 파격적으로 단축됐기 때문이다. 한 재직자는 “지난해 전무 직급이 사라지기 전부터 임원 인사에 ‘파격 발탁’ 등 변화가 있어 왔다”며 “확실히 조직개편이 활발하고 승진 연한도 짧아지는 등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했다.
반대로 실적 개선세가 두드러지거나 미래 성장 동력 부문의 경우는 분위기가 달랐다. 삼성SDI(006400)(배터리)와 삼성중공업(010140)(조선)의 경우 퇴사 임원 수가 상대적으로 적었는데 성과를 지탱할 인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배터리는 퇴임 임원 수가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주 호황을 맞은 조선 부문에선 올해 삼성그룹의 유일한 부회장 승진자가 나오기도 했다. 최성안 신임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은 앞서 5년간 삼성엔지니어링 대표로 실적 반등에 성공한 이력이 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올해 퇴임 임원 수가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4명에 불과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상대적으로 젊고 성과를 내는 임원이 빠르게 승진, 발탁됐으며 실적을 담보로 계속 쭉 승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은 이들을 (향후 CEO급 인사로) 키워나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했다. 서 교수는 “이 같은 흐름이 삼성이 얘기하는 ‘뉴삼성’이 아닐까 한다”고도 했다.
이다원 (dan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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