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기준 깐깐하게···허리띠 죄는 유통가

송주희 기자 2022. 12. 19.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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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소비 위축 우려에 '짠물 운영'
롯데호텔, 리워즈 멤버십 문턱 높여
워커힐은 연회비 최대 10만원 인상
신세계百, 무료 음료쿠폰 발급 중단
[서울경제]

엔데믹에 따른 이른바 ‘보복 소비’ 수혜로 올 한해 호실적 행진을 이어 온 유통업계가 2023년 새해를 앞두고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 높은 물가 상승과 자산가치 하락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 효율화를 위한 1순위가 ‘지출 줄이기’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동안 고객에게 무료로 제공돼 온 서비스가 중단되거나 각종 혜택을 받는 멤버십 등급 기준과 연회비가 상향되는 등 유통가의 ‘짠물 운영’이 본격화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호텔은 내년 1월 1일 자로 ‘리워즈 멤버십’ 등급 기준 및 혜택을 개편한다. 골자는 ‘허들 높이기’다. 현재 롯데호텔의 리워즈 멤버십은 클래식, 실버, 골드, 플래티넘 4개 등급으로 운영되는데 전년도의 이용 실적을 기반으로 매년 1월 첫째 주 산정한다. 특히 상위 등급인 골드와 플래티넘은 클럽라운지 이용과 객실 업그레이드 등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 받는다. 골드는 투숙횟수 10회, 투숙박수 25박, 객실 결제금 7000 달러 이상 등 3개 요건 중 1가지 이상을, 플래티넘은 투숙횟수 20회, 투숙박수 50박, 결제금 1만 5000달러 이상 중 1개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롯데호텔은 내년부터 3개 요건 중 투숙박수만 등급 산정에 반영하기로 했다. 투숙 횟수가 사라지면서 사실상 10박만 하면 부여받던 골드 등급은 25박으로, 20박 하면 누리던 플래티넘 혜택은 50박으로 허들이 높아졌다. 플래티넘에 제공하던 레이트 체크아웃은 골드 등급까지 확대했지만, 시간이 오후 3시에서 오후 2시로 앞당겨졌고, 일부 지역 호텔의 경우 성수기인 7~8월엔 ‘레이트 체크아웃 불가’ 조항이 붙었다.

앞서 워커힐 호텔은 26일 자로 멤버십 서비스인 ‘프레스티지 클럽’ 연회비를 올렸다. 워커힐이 유료 멤버십 연회비를 올린 것은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멤버십 중 가장 저렴한 ‘WPC 오크’는 45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WPC 메이플’은 110만 원에서 120만 원으로, ‘WPC 노블파인’은 160만 원에서 170만 원으로 인상됐다. 연회비 인상과 함께 혜택도 일부 조정됐다. 메이플 등급의 경우 ‘조식 포함 숙박’ 쿠폰에서 조식 서비스를 빼고 식음료 이용권을 기존보다 늘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 19로 국내 호텔들이 수혜를 입었다고는 하지만 객단가가 높은 해외 고객들의 유입이 100% 회복된 것도 아니고, 물가 인상도 무시할 수 없다”며 “올 하반기부터 주요 호텔이 사업장 부대 시설 이용 금액을 올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프리미엄 다이닝 레스토랑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도 내년부터 멤버십인 ‘부메랑클럽’을 개편, VIP 요건을 올려잡았다. 식·음료 무료 쿠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부메랑 클럽 VIP는 현재 레드(1년 간 4회 방문, 40만 원 이상 결제), 블랙(6회, 60만 원 이상) 등급이 운영되고 있는데, 내년 1월부터는 골드(4회 방문, 50만 원 이상), 플래티넘(6회, 80만 원 이상)으로 방문·결제금액 요건이 모두 상향된다.

사정은 올해 사상 최고 실적을 냈다는 신세계(004170)백화점도 다르지 않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멤버스 바(bar)’의 이용 환경 개선을 이유로 ‘무료 음료 쿠폰 상시 발급’을 중단했다. 멤버스 바는 원래 백화점 연 구매 금액 400만 원 이상인 고객(레드 등급)부터 사용할 수 있는 음료 공간으로 이들은 월 10회 무료로 음료를 제공 받고 있다. 그런데 백화점이 자사 애플리케이션 이용 확대에 나서면서 각종 이벤트 참여 시 무료 음료 쿠폰을 발급해 왔다. 백화점은 개선 조치 발표와 함께 매월 앱 푸시(알림) 허용 고객에 주던 월 1회 쿠폰과 지니뮤직라운지 리퀘스트송 이벤트 참여 고객 대상 쿠폰 제공 프로모션을 없애기로 했다.

업계의 이 같은 동향은 내년 기업 환경을 둘러싼 ‘사전 대비’라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올 중순부터 타격을 받은 가계 구매력이 내년에는 더욱 뚜렷하게 유통업체 실적과 시장 지표에 반영되며 재무 안정성이 정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미디어데이에서 “높은 물가 상승과 부동산 등 자산가치의 하락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될 것”이라며 내년 소매유통업의 사업환경을 ‘비우호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는 올해 5월 102.6에서 지난달 86.5까지 급속도로 떨어졌다.

다만, 업계가 경기 침체에 대비해 전개하는 긴축 경영의 상당수가 소비자의 혜택을 줄이고 이용료를 올리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개악’이라는 고객들의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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