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신에게 전통 의상을?...평생 남을 역사에 '카타르 끼얹기'
[마이데일리 = 이현호 기자] 옥에 티는 우승 시상식에서 나왔다.
우승 시상식 전까지는 모든 게 완벽했다. 결승전에 오른 두 팀은 아르헨티나와 프랑스.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며, 각각 남미와 유럽을 대표하는 인기 팀이 결승에 올라왔다. 볼거리도 많고 스토리도 많았다. 골도 많이 터졌다.
우승컵은 아르헨티나가 차지했다. 아르헨티나는 故 디에고 마라도나가 있던 1986 월드컵 이후 36년 만에 숙원사업을 풀었다. ‘제2의 마라도나’ 메시가 우승컵을 이어받았다. 이제 메시는 펠레(브라질), 마라도나(아르헨티나)에 이어 또 하나의 역대급 선수로 추앙받을 자격을 얻었다.
‘대관식’에 걸맞게 화려한 시상식이 준비됐다. 우승컵을 받기 전 메시는 월드컵 최우수선수상인 골든볼을 받았다. 골키퍼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는 골든 글러브, 엔조 페르난데스는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다. 골든 부트(득점왕)를 받은 킬리안 음바페를 제외하고 개인상 4개 부문에서 3개를 아르헨티나가 휩쓸었다.
기다리던 우승컵 수여식이 열렸다. 등번호 1번부터 26번까지 차례로 아르헨티나 선수단 이름이 불렸다. 10번이자 주장인 메시 이름은 가장 마지막에 호명됐다. 메시는 금메달을 목에 걸고 우승컵이 놓여있는 단상 앞으로 나아갔다.
이때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타니 카타르 국왕이 메시를 불러세워 검은색 긴 옷을 직접 입혔다. ‘비슈트(BISHT)’라는 아랍권 전통 의상이다. 서양에서 예식을 갖출 때 턱시도를 입듯 아랍권에서는 비슈트를 입다. 메시는 카타르 국왕이 입혀주는 대로 비슈트를 착용했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흐뭇하게 지켜봤다.
비슈트 때문에 아르헨티나의 흰색-하늘색 세로 줄무늬 유니폼이 가려졌다. 월드컵 우승 세리머니는 역사에 평생 남는 순간이다. 역대 월드컵 우승팀들은 모두 홈 유니폼을 착용하고 트로피를 번쩍 들었다. 심지어 2010 남아공 월드컵 우승팀 스페인은 결승에서 검은색 원정 유니폼을 입고 뛰었으나, 우승 시상식에 앞서 빨간색 홈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시상대에 올랐다. 역사에 ‘빨간 스페인’을 남기려는 의도였다.
카타르 국왕의 비슈트 입히기는 비판의 대상이 됐다. 셰이크 타밈 카타르 국왕은 “세계인들에게 아랍 문화와 가치를 널리 알릴 수 있는 대회였다. 아랍 국가에서 최초로 열린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큰 의미가 있다”고 자찬했지만, 이를 본 언론과 팬들은 “왜 굳이 시상식에서 카타르 전통 의상을 입히느냐”고 지적했다.
이전 월드컵을 돌아봐도 이런 적은 없었다. 2002 한일 월드컵 우승팀 브라질이 공동개최국 한국의 한복이나 일본의 기모노를 입었을까. 아니다. 노란색 유니폼을 입고 우승을 즐겼다. 2006 독일 월드컵의 이탈리아, 2014 브라질 월드컵의 독일, 2018 러시아 월드컵의 프랑스 모두 자국 홈 유니폼을 입은 채 역사에 기록됐다.
2022 개최국 카타르만 우승팀 주장 메시에게 전통 의상을 입혔다. 갑자기 튀어나온 ‘카타르 끼얹기’에 모두가 당황했다. 다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항상 그랬듯 월드컵 우승 시상식은 우승팀이 주목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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