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계속 배우고 뒤집어 생각하라

찰리 멍거 바이블 김재현·이건 지음/에프엔미디어 펴냄

'못 믿을 사람이 되고 약속을 지키지 말 것.' '자신의 경험에서만 배우고 남의 경험에서는 배우지 말 것.' '실패할 때마다 주저앉아 더 망가질 것.' 이 조언들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2인자 찰리 멍거가 1986년 한 대학 졸업식에서 한 말이다. 멍거는 '어떻게 불행을 보장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이 셋을 거꾸로 하면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고 했다. 멍거의 투자 원칙 중 핵심인 '뒤집어서 생각하기' 원칙을 말한 것이다.

워런 버핏의 오른팔로 알려진 멍거는 실은 투자에 있어서 버핏의 스승이기도 하다. 버핏은 2014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 서한에서 멍거를 자신의 스승이라고 했다. 그는 "버크셔 해서웨이를 설계한 이는 멍거이고 나는 실행만 했을 뿐"이라고 했다. 책은 멍거의 투자철학을 전한다. 멍거의 유일한 책 '가난한 찰리의 연감'이 해외 출간이 허용되지 않아 저자들은 이 책의 핵심을 간접적으로 전달하고자 했다.

멍거는 "경마와 주식 투자의 성공비결이 똑같다"며 둘을 관통하는 원리인 '패리 뮤추얼'(pari-mutuel) 시스템을 기억하라고 한다. 패리 뮤추얼이란 경마에서 차용한 방식으로, 쉽게 말하면 가격이 잘못 매겨진 주식에 베팅할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라는 것이다. 멍거는 2009년 미국 철도회사 BNSF를 인수해 큰 수익을 거뒀다.

멍거의 '능력범위' 확대 전략도 참고할 만하다. 자신의 능력범위를 파악하고 그 범위 안에서 베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능력범위를 확대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멍거는 배움을 멈추지 말라고 조언한다. 능력범위를 확대해야 투자에서도 인생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 사례가 페트로차이나와 애플에 투자해 성공을 거둔 일이다. '격자틀 인식 모형'도 멍거의 핵심 투자원리 중 하나다. 한 가지 도구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다양한 도구가 머릿속에 늘 각인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공구함에 빗대 '공구함 투자방식'이라고도 한다. 이규화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