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공소장에 ‘승인권자’ 정진상…‘이재명 승인’ 대목은 삭제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공소장에서 그가 이 대표의 선거 지원을 위해 대장동·위례신도시 사업 관련 각종 특혜를 승인한 ‘승인권자’였다고 주장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공소장 곳곳에서 이 대표와의 연관성을 강조하면서도 구속영장 청구서에 있던 ‘이 대표의 승인을 받았다’는 대목을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이 수사의 종착점인 이 대표와 관련한 사안에는 신중히 접근하려는 기류도 감지된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의 공소장과 구속영장 청구서를 비교해보면 정 전 실장의 ‘승인권자’로서의 역할은 공소장 전반에 걸쳐 여러 차례 강조된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정 전 실장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통해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에 남욱 변호사를 비롯한 민간업자들을 내정한 혐의(부패방지법 위반)에 대해 “2013년 7월 유동규로부터 ‘사업자로 남욱 등을 내정해 주면 대가로 거액을 교부받아 지방선거 무렵 이재명 시장 재선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은 뒤 선거자금을 마련하고 개인적으로도 금품을 취득할 생각에 제안을 승낙한 후 사업자로 내정해 줬다”고 적었다. 또 공소장에 “정진상은 그 무렵 유동규로부터 ‘남욱 등을 위례신도시 사업자로 지정해 사업을 추진할 것’을 보고받고 이를 승인했다”고 했다.
검찰은 2016년 11월 민간업자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대장동 공동주택 용지의 용적률을 상향하고 임대주택 용지 비율을 최소화하는 특혜를 제공한 혐의(부정처사후수뢰)에 대해 “정진상은 이를 승낙해 부정한 특혜를 제공했다”고 적었다. 구속영장 청구서에 없는 부분이다.
이밖에도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서에선 정 전 실장이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보고받았다’라고 적었던 대목 상당수가 (유 전 본부장에게) ‘승인했다’는 표현으로 바뀌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지낼 때 정 전 실장은 성남시 정책비서관과 경기도 정책실장을 지내며 ‘실세’로 불렸다.
검찰은 2014년 12월 정 전 실장이 화천대유자신관리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대장동 사업 특혜 대가로 차명지분을 약속받은 혐의(부정처사후수뢰)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김씨가 남 변호사에게 ‘너에게는 추후 35% 지분을 챙겨줄테니 사업에서 빠져라’라고 말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공소장에는 김씨가 남 변호사에게 ‘내 명의로 사업을 추진해야 하니 너의 지분을 줄여 달라’고 요구했다고 적었다. 검찰은 이에 대해 “김만배는 정진상 등에게 약속한 지분을 주기 위해 남욱의 지분을 축소하고 자신의 지분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지분율을 확정할 필요가 있었다”고 했다.
김만배씨가 2015년 2~4월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를 수차례 만나 “내 지분이 49% 정도인데 내 지분의 절반 이상은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라고 말했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추가됐다. 공소장에는 지난해 2월 김씨가 유 전 본부장을 통해 대장동 개발 수익 428억원만을 지급하겠다고 제안하자 “이재명이 참여하는 민주당 제20대 대통령후보 경선을 앞두고 있던 정진상은 위 제안을 수용했다”고 적혔다.
공소장에는 ‘승인권자’로서의 이재명 대표의 이름이 삭제된 대목도 있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선 2013년 7월 정 전 실장이 위례신도시 사업 컨소시엄 참여에 대해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보고받은 다음 성남시장 이재명의 승인을 받았다”라고 적었지만, 공소장에는 “보고받았다”라고만 적었다. 구속영장 청구서에선 정 전 실장과 이 대표의 관계를 ‘정치적 공동체’라고 적었지만, 공소장에선 이 대표의 발언을 빌려 ‘정치적 동지’라고만 적었다. 공소장에는 이 대표가 정 실장의 범행을 인지했다는 내용도 없다.
정 전 실장의 구속 단계에선 없었지만 기소할 때 추가된 ‘1억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선 시간, 장소, 수법을 구체적으로 특정했다. 2013년 4월 유 전 본부장이 남 변호사에게 돈을 요구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의 유흥주점에서 9000만원을 받았고, 정 전 실장은 그 유흥주점의 다른 방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유 전 본부장에게 돈을 전달받았다고 적었다. 이후 유 전 본부장은 다시 원래 방으로 돌아와 남 변호사에게 1000만원을 더 요구했고, 다음날 남 변호사가 유 전 본부장의 공단 사무실을 찾아가 1000만원을 줬다고 했다. 정 전 실장은 성남시청 사무실에서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1000만을 추가 전달받았다고 했다.
검찰은 다른 뇌물수수 혐의들도 공소장에 구체적으로 적시해 법정에서 증거 다툼이 예상된다. 2014년 4월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선 정 전 실장이 자택인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아파트의 “1층 현관 부근”에서 유동규로부터 5000만원을 수수했다고 적었고, 2019년 9월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선 “분당구 구미동 아파트 5층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계단을 이용해 찾아온 유동규로부터” 3000만원을 수수했다고 적었다.
정 전 실장 측은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의 일방적 진술과 남 변호사가 전해들은 전언에 의존해 기소했다며 무죄를 주장한다. 김만배씨도 대장동 사업에 이 대표 측의 차명지분은 없었다며 법정 안팎에서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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