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돌고 돌아 민주당 복당…정청래 "당 재앙 안 되길"

박준우 기자 2022. 12. 19.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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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민주당 지도부가 오늘(19일)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복당을 최종 승인했습니다. 정청래 최고위원이 박 전 원장이 복당하면 분열의 씨앗이 될 거라고 강하게 반대해왔죠. 하지만 이재명 대표가 수용을 주장하자 한 발 물러섰다고 하는데요. 박 전 원장도 복당하면 총선 승리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줌 인'에서 관련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민주당으로 돌아왔습니다. 민주당 지도부가 박 전 원장의 복당을 승인한 건데요. 박 전 원장의 복귀, 2016년 1월 이후 만으로 약 7년 만입니다.

[돌고 돌고 돌고 - 전인권 : 다시 돌고 돌고 돌고~]

[박성준/더불어민주당 대변인 : 박지원 전 원장에 대한 복당은 허용이 됐다. 오늘 대승적 차원·대통합 차원에서 당대표가 박지원 전 원장의 복당을 수용하자는 의견에 대해서 최고위원들께서 수용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민주당 지도부, 그간 여러 차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박 전 원장의 복당 여부를 논의해왔죠. 하지만 번번이 결론을 내리지 못했는데요. 박 전 원장의 복당이 그다지 반갑지 않은 분위기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영화 '해바라기' : 오태식이 돌아왔구나. 반갑다. 근데 그 손으로 뭘 어떡하겠냐?]

반대를 외친 대표적 인사는 정청래 최고위원입니다. 복당 반대에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는데요. 가왕 나훈아씨까지 동원할 정도였습니다.

[사랑은 눈물의 씨앗 - 나훈아 :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눈물의 씨앗이라고 말하겠어요]

나훈아씨의 노래를 인용해 "박지원이 누구냐고 물으신다면 분열의 씨앗이라고 말하겠어요"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는데요. 박 전 원장이 분열의 아이콘이란 지적입니다.

정 최고위원이 이렇게 극렬 반대하는 이유를 알아보려면 잠시 과거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오랜만에 박 마커와 함께 하는 '슬기로운 과거탐구생활' 시작하겠습니다. 박 전 원장, 지난 2016년 1월 당내 주류였던 친문계와 갈등을 빚다가 결국 민주당을 떠났죠. 이후 비문 인사들이 주로 모인 안철수 의원의 신당 국민의당에 합류했는데요.

[박지원/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2016년 1월 22일) : 문재인 대표와 저는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문 대표께서는 저에게 좋은 제안도 많이 하셨습니다. 그러나 함께 하자는 문재인 대표의 제안은 분열을 막을 명분이 없었기에 저는 오늘 결단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당시 탈당 세력에 누구보다 비판적이었던 게 정청래 최고위원이었습니다. 그때도 정 최고위원은 문재인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의 전신, 새정치민주연합의 최고위원이었는데요.

[정청래/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2015년 12월 28일) : 탈당과 분열은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라는 대의와 가치에 반하는 일입니다. 특정 누구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정당이 저는 성공할 리 없다고 봅니다. 여당도 아니고, 야당도 아닌 묘한 당으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이후 박 전 원장은 지난 2017년,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았었죠. 매일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공격하는 메시지로 아침을 열었는데요. 이른바 '문모닝'이라고도 불렸습니다.

[박지원/당시 국민의당 대표 (2017년 3월 30일) : 이제 혁신세력 국민의당과 반혁신세력 문재인의 대결입니다. 문재인 후보의 아들 문준용 씨가 고용정보원에 근무하지 않으면서 매월 월급을 받아 갔습니다.]

당시 공천 컷오프란 수모를 겪고 원외를 맴돌던 정 전 최고위원, 이 장면을 잊을 수 없었나 봅니다. 어제 페이스북에 박 전 원장의 문모닝 관련 기사 40개의 링크를 올리기도 했는데요. 이랬던 박 전 원장을 다시 민주당이 받아주는 건 잠재적인 폭탄을 끌어안는 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 번 배신한 사람은 언제든 다시 배신할 수 있다는 건데요. 박 전 원장, 결국 최근 정 최고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했다고 합니다.

[박지원/전 국가정보원장 (KBS '주진우 라이브' / 지난 16일) : 저도 정청래 의원한테 전화했어요. 제가 문재인 대통령하고 대표 경선에서 싸우고 또 안철수 신당으로 나와서 문모닝 많이 했잖아요. 그때 굉장히 섭섭하고 자기가 나를 비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일 미워했을걸요? 그러다가 나를 국정원장 시켰잖아요. 그러면 끝난 거 아니에요?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왜 민주당 복당을 보류했을까.} 아니, 그래서 제가 다시 한번 사과했어요.]

박 전 원장을 국정원장으로 임명했던 이, 문모닝을 당했던 당사자인 문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문 전 대통령도 자신을 용서했으니 정 최고위원도 그만 섭섭함을 풀어줬으면 하는 마음인데요. 실제로 박 전 원장은 민주당을 떠나 안철수 의원과 함께 했던 지난 과거를 후회하는 모습을 보였죠.

[박지원/전 국가정보원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10월 6일) : 어차피 김대중 대통령이 창당했고 혼이 박힌 그런 민주당이고 저 자신이 안철수 신당으로 나갔던 것이 제 인생이나 정치 여정에 큰 실수였다. {아, 실수였다?} 그렇죠, 제가 잘못했죠.]

[영화 '인터스텔라' : 안 돼~!!!]

[박지원/전 국가정보원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10월 6일) : 그렇기 때문에 저는 윤석열 대통령하고 달라요. 잘못하면 그냥 반성해서 사과합니다. 그래서 민주당 의원들이나 국민들에게 죄송하다, 이제 복당하겠다, 그런 태도입니다.]

하지만 정 최고위원은 이 역시 언론플레이로 여기고 있는데요. 박 전 원장이 자신에게 전화는 했지만 사과를 한 기억은 없다고 맞섰습니다. 오히려 "왜 복당에 반대하느냐?"고 호통을 쳤다며 진실게임을 벌였는데요. 정 최고위원, 이재명 방탄의 선봉에 서있죠. 최근 박 전 원장이 이재명 대표를 감싸는 것 역시 미심쩍다는 눈초리입니다.

[박지원/전 국가정보원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지난 8일) : 저는 지금 현재는 민주당이 백척간두에 서 있고 당대표로 압도적 지지를 받고 특히 차기 대통령 후보로 1등 지지를 받는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 좀 뭉쳐서 싸워줘야지, 지금 다른 소리가 나오면 안 된다, 저는 그런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정 최고위원은 진명 감별사를 자처하고 나섰는데요. 박 전 원장은 복당을 위해 친명 코스프레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봤습니다. 박 전 원장에게 진심은 없고 흑심만 있다고 판단한 듯한데요.

[정청래/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 박지원 복당을 반대하는 이유로 원칙을 지키자, 이재명 당대표를 지키자고 역설했습니다. 그의 분탕질에 대한 추억이 아무래도 찝찝합니다.]

박지원 비난 대열에는 또 다른 인사도 합류했습니다. 정 최고위원의 지역구인 서울 마포을을 잠시 맡았던 '마포을 남매'죠. 정 최고위원이 컷오프된 뒤 지난 20대 국회에서 지역구를 물려 받았던 손혜원 전 의원입니다. 정 최고위원이 박 전 원장의 복당을 막아서는 데 동조했는데요. 손 전 의원은 "왜 하필 총선을 앞둔 지금, 이렇게도 간절하게 복당을 원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이냐"며 박 전 원장을 몰아세웠습니다. 사실 손 전 의원과 박 전 원장은 개인적인 악연이 있는데요. 손 전 의원, 지난 2019년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투기 의혹을 받았습니다. 당시 목포 지역구 의원이었던 박 전 원장은 처음엔 손 전 의원을 두둔하다가 의혹이 짙어지자 입장을 바꿨는데요.

[박지원/당시 민주평화당 의원 (2019년 1월 18일) : (손혜원 의원이) 검찰에 본인 스스로가 수사 의뢰를 해서 그 의혹을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한 곳에 20곳 이상의 비정상적인 투자를 했다고 하면 목포 시민도, 우리 국민들도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지 않느냐.]

손 전 의원은 결코 투기 목적이 아니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었죠. 당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탈당 기자회견을 열었는데요. 이 자리에서 박 전 원장에게 강한 반감을 드러냈던 바 있습니다.

[손혜원/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2019년 1월 20일) : 더 이상 국민들이 보고 싶어 하지 않는, 배신의 아이콘인 그런 노회한 정치인을 물리치는 방법이 있다면… 그분의 유세차를 함께 타겠습니다. 제가 나갈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박지원 의원을 상대할 그럴 정치인들이 눈에 띈다면 제가 그분 돕겠습니다.]

박 전 원장의 낙선을 돕겠다는 공약, 실제로 이행했는데요. 21대 총선 당일 박 전 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당내에선 박 전 원장의 복당 승인 쪽으로 여론이 기울었던 듯합니다. 당내외적으로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무게감 있는 정치인이 1명이라도 더 필요했겠죠. 또 지난 1월 이재명 대선 후보의 대사면령으로 돌아온 이들과의 형평성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분당 사태 때 탈당한 천정배·정동영 전 의원 등 700여명이 올해 초 민주당에 일괄 복당했는데요.

[천정배/전 의원 (지난해 12월 30일) : 오늘 저희를 따뜻하게 환영해 주시는 우리 송영길 대표님을 비롯한 민주당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희는 이재명 후보께서 그런 일을 잘 해내실 훌륭한 지도자라고 믿습니다.]

박 전 원장은 당시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장이었죠.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복당을 신청을 하지 않았다가 원장직에서 물러난 뒤 신청했는데요. 복당 결사 반대를 외치던 정청래 최고위원도 결국 오늘은 한 발 물러났습니다.

[정청래/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 저는 반대했지만 진짜 엄마의 심정으로 당의 결정을 존중할 것입니다. 제 개인의 입장보다 당의 결정을 더 무겁게 받아들입니다. 그의 복당이 민주당의 앞날에 재앙이 되지 않기는 바랄 뿐입니다.]

박 전 원장도 민주당에 감사를 표하며 내후년 총선 승리에 이바지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는데요. 정 최고위원의 우려에도 답을 내놨습니다. 분열의 씨앗이 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박지원/전 국가정보원장 (KBC '여의도 초대석' / 음성대역) "정청래 의원의 염려를 저는 저보고 잘하라고 하는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복당이 되면 단합하고 승리하는데 벽돌 하나라도 놓는 역할을 하겠습니다.]

자, '줌 인'이 선정한 오늘의 인물,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었는데요. 돌아온 박 전 원장이 앞으로 민주당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요? 우선은 이재명 방탄이 코스프레가 아니라 진심이었음을 입증하는 데 정치 10단의 공력을 모두 끌어 쓸 기세인데요.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게임 속 캐릭터의 말로 정리하겠습니다.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 짜잔~ 내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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