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K-예능의 언스크립티드화·현지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제12차 한류NOW 정기 세미나 성황리 개최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보균, 이하 문체부)가 후원하고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원장 정길화, 이하 진흥원)이 주최·주관하는 ‘제12차 한류NOW 정기세미나’가 지난 15일(목)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개최됐다. ‘NEXT LEVEL 한류: 콘텐츠IP와 문화다양성 사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세미나에서는 한류의 대표 장르인 드라마, 예능, 케이팝의 핵심 이슈부터 현지화 전략, 미래 한류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내용까지 다양한 토론이 이뤄졌다. 조영신 SK브로드밴드 경영전략그룹장의 사회하에 3개의 세션이 진행됐으며, 분야별 현장 전문가들의 생산적인 발표와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제1부 ‘한류 콘텐츠에서 K-콘텐츠로, 문화다양성과 한류의 미래’에서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제작사 에이스토리의 한세민 사장이 ‘우영우’ 신드롬 이후의 콘텐츠IP와 비즈니스에 대해 발표했다. ‘우영우’는 지난해 <오징어 게임>이 이룬 넷플릭스 글로벌 TOP10에서의 20주 연속 기록을 깨며 돌풍을 이어갔고, 이에 넷플릭스는 영어 더빙판 제작에 나섰다. 특히 제작사가 콘텐츠IP를 온전히 소유함으로써 NFT, 웹툰, 뮤지컬 제작 등 이른바 ‘360도 IP 전략’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비즈니스 모델로 평가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한편 한 사장은 미국의 경우 사회, 문화, 경제 등의 분야에서 이른바 ‘D&I(다양성과 포용성, Diversity&Inclusion)’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독창적이면서도 한국적인 콘텐츠를 만들려는 노력의 결과, K-콘텐츠가 그 자체로 D&I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좋은 콘텐츠IP를 선정하고 지원하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기획 단계에서 콘텐츠IP를 국내 제작사가 소유할 수 있도록 돕는 ‘브릿지 파이낸싱(Bridge financing)’과 같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경진 스마일게이트 D&I실 실장은 ‘D&I’ 관점을 직접적으로 콘텐츠IP에 반영하기보다는 이 관점을 지닌 창작자들이 아이디어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것 즉, 각 지역의 문화, 전통, 종교 등을 고려하는 과정 그 자체가 다양성이 반영된 창조적 작업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우영우’가 넷플릭스의 힘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지만, 그와 동시에 넷플릭스 유통이 전제되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음을 언급했다. 결국 ‘우영우’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이 앞으로도 등장할 것인가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한국 OTT 플랫폼과 콘텐츠의 관계, IP 확보 문제 등도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OTT시대의 예능: 언스크립티드물로의 전환’라는 주제로 김주형 스튜디오가온 EP가 발제하고 있다.
제2부에서는 <런닝맨>, <범인은 바로 너!> 등을 연출한 김주형 스튜디오 가온 EP가 ‘OTT 시대의 K-예능’에 대해 먼저 발제했다. 과거 ‘주간 단위’ 형태의 제작 방식은 OTT 시대에 사전제작으로 변했다. 김 피디는 이제 글로벌 OTT라는 새로운 진열대에서 한국 예능이 ‘스크립티드물(드라마)’과 경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능에서의 <오징어 게임> 같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언스크립티드물(예능, 다큐멘터리 등 대본이 없는 장르)’로 대대적인 사고의 전환이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시즌제가 보편화된 OTT에서는 시즌 자체의 완결성을 추구하면서도 이후의 연속성을 고려해야 하기에 브랜딩이 확실한 콘텐츠, 새로운 스토리와 캐릭터 구축 등이 필요하다는 구체적인 제언도 덧붙였다.
아이유노 장민진 그룹장은 ‘콘텐츠 경쟁 시대의 현지화 전략‘이라는 발제에서 넷플릭스 이용자의 60% 이상이 한국 콘텐츠를 시청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데이터를 제시하면서 화제성, 확장성, 재생산성을 갖춘 한국 콘텐츠가 어떤 다른 콘텐츠보다도 높은 가치를 지닌다고 언급했다. 무엇보다 언어는 역사와 시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에서 과거 라이브러리에 대한 자막 재작업이 요구되고, 이를 위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썸씽스페셜의 황진우 대표는 2023년도 경기 불황으로 인한 드라마 제작비 절감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예능 투자가 강화될 것이라며 예능 IP의 글로벌화와 수익 모델 창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수엽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은 브랜딩이 잘된 예능은 결국 좋은 포맷과 연결된다며,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게이밍 요소와 <솔로지옥>과 같은 연애적 요소 외에 다른 브랜딩으로의 확장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제3부 ‘4세대 아이돌과 케이팝의 재영토화’에서는 김영대 음악평론가가 2022년 케이팝 트렌드를 정리했다. 특히 방탄소년단의 본격적인 솔로 활동이 케이팝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방탄소년단이라는 그룹의 팬보다 멤버 개인 팬의 총합이 더욱 강한 힘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아가 케이팝이 AMA(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단일’ 장르로 인정받은 점, 미국에서의 상징적인 성공이 케이팝 사각지대까지 그 인기를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김 평론가는 2022년 케이팝 키워드로 ‘4세대 아이돌’과 ‘걸그룹 돌풍’을 꼽으면서 4세대 아이돌의 등장 배경으로 데뷔 이전부터 쌓아 올린 인지도, ‘걸크러시 강박’이 사라진 이미지와 가사, 정교한 세계관 구현을 통한 메타버스 시대의 범용성 등을 꼽았다. 케이팝은 지역적 측면에서 중동, 아프리카 등을 흡수하고 있고, 장르 자체가 전 세계적으로 유사품을 만들어내고 있어 복합적인 재영토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았다.
토론에서 스페이스오디티의 김홍기 대표는 한국 기획사 시스템이 과거에는 환영받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선진화로 수용되고 있고, 케이팝 트레이닝 시스템 자체가 베트남 팝, 인도네시아 팝 등으로 번져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신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미디어광고연구소 연구위원은 케이팝의 세대 구분보다는 레드벨벳, 트와이스, 르세라핌 등 걸그룹이 세대를 넘나들며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는 점 자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케이팝은 방송영상산업과는 달리 콘텐츠 생산 논리, IP, 초국가적 수용뿐만 아니라 아이돌 노동 문제, 기획사의 공식적 플랫폼 안에서 관리되기 시작한 팬들의 창작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이 끝난 후 진흥원 정길화 원장은 “이번에 12회를 맞이하는 ‘한류NOW 세미나’는 그동안 매년 연말에 한류와 콘텐츠 산업의 트렌드를 정리하고 새해를 전망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회고하고, “오늘 제기된 내용 중 문화다양성, 현지화 전략 등은 앞으로 한류 트렌드에서 매우 생산적인 화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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