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쏟아지는 경매물건] 공장매물 확실한 `불황 시그널`… 영끌족 자금난에 주택 경매 봇물

김남석 입력 2022. 12. 19. 18:50 수정 2022. 12. 19.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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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매물건수 9월대비 20% 증가
기업 부도와 직결… 불황의 지표
서울 주택급매 1월대비 2배 늘어
오피스텔·구분상가·토지까지↑

경기 불황을 알리는 지표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경매 물건 추이만큼 확실한 것은 별로 없다. 주로 대출금을 갚지 못해 압류한 자산이 경매에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최근 경매 물건이 급증 추세인 가운데 경매 대상도 개인이 소유한 아파트나 빌라는 물론 법인 소유의 공장 부지나 상가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내년초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면 경기가 더 냉각돼 경매 물건 또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19일 경매업체인 신한옥션SA에 따르면 올해 기업이 보유한 사무실과 대지, 공장 등 가운데 경매로 나온 건수는 총 3739건으로 집계됐다. 자금시장 경색이 본격화되기 전인 9월 290건에 그쳤던 경매 건수는 △10월 327건 △11월 380건으로 매월 증가세를 보였다. 이날 기준 12월 건수도 406건으로 집계됐다.

기업이 보유하는 부동산들이 경매 시장에 등장하는 것은 경기불황의 확실한 시그널로 해석된다. 자금난 해소를 위해 부동산을 매각하려고 해도 시장 수요가 부족해 팔지 못하고 결국 최종 수단인 경매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특히 공장 매물 증가는 기업의 부도와 직결되는 사안으로, 일반적인 토지나 자산 매각보다 경기불황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지난달 공장 매물 건수는 9월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규모는 10월 5조8000억원에서 11월 4조4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로 반사이익을 누리던 지식산업센터도 수천만원씩 '마이너스 피'까지 부담한 급매 물건마저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서 매물이 쌓이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채권은행이 올해 정기 신용위험을 평가한 결과 183개 중소기업이 부실징후 기업(C·D등급)으로 선정됐다. 전년 대비 26개사(15.6%)가 증가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172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4분기 경기전망지수(BSI)는 기준치(100)에 미치지 못하는 82로 집계됐다. 향후 경기를 안좋게 보는 기업인들이 많다는 뜻이다. 특히 대출기한 만료 등 자금조달 난항을 리스크로 꼽은 중소기업 비율이 14%를 넘어서는 등 고금리와 자금조달 어려움에 따라 당장 돌아오는 만기도 해결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토지 매물은 부동산 시장과 건설업계 불황에 따라 향후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하도급 업체 도산, 부동산 가격 하락 등 악순환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장·창고 등 산업용지의 경우 통상 부동산 개발업체가 브릿지론을 통해 매입한 뒤 시공사를 찾고, 착공 단계에서 본 프로젝트 파이낸싱(PF)로 대환한다. 하지만 은행과 증권사들이 PF 대출을 거의 중단하면서 인허가를 받은 물류센터의 실제 착공률은 전년 대비 30%포인트 하락하고, 착공면적도 절반 이상 줄었다. 아파트에 비해 개발 규모가 작은 산업용지는 주로 중·소형 개발업체와 건설사가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자금력이 부족해 하나의 사업만 실패해도 부도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성은 더 크다. 최근 2년간 건설업계의 물류센터 수주잔액만 17조원에 달해 개발 실패로 인한 하도급 업체 연쇄 도산까지 우려된다.

이미 올해 건설업등록업체 중 벌써 5곳이 부도를 냈다. 작년 부도업체는 2곳에 불과했다. 여기에 최근 진행된 화물연대 파업과 원자잿값 상승, 추가연장근로 일몰 등으로 중소 건설업체는 이중, 삼중고를 맞았다.

주택 시장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난해 말부터 하락기가 시작된 주택시장 역시 처음에는 금리 상승에 따른 대출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집주인들이 급매물을 내놓기 시작했다. 급매물 마저 팔리지 않고 쌓이면서 경매 건수가 늘어났다. 올해 11월 기준 서울 주택 경매건수는 1월 대비 두배 이상 늘었다.

아파트 경매 매물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는 서울지역 세입자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임차권등기명령은 전·월세 계약 만료 시 세입자가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 세입자가 법원에 신청하는 절차로 주택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세입자는 등기 우선순위에 따라 매각대금으로 보증금을 되돌려 받을 수 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11월 서울 지역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371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954건 대비 25.9% 증가했다. 연간 최다 기록이었던 2012년 연간 3592건을 이미 넘어섰다. 이에 따라 경매시장에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는 주택 물건 또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0월 임의경매개시 결정등기가 신청된 집합건물(아파트, 오피스텔, 구분상가 등)은 2648개로, 전월(1924건)과 비교해 한달 만에 약 37.6% 늘었다. 임의경매는 채권자(금융회사)가 채무자(대출자)에게 담보로 제공받은 부동산에 설정한 저당권·근저당권·전세권 등을 실행하기 위해 신청하는 경매다. 경매를 통해 매각한 후 담보권이 설정된 순위에 따라 채권을 회수하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차주들이 많은데,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어 경매로 넘어가는 주택은 더 많아질 수 있다"고 전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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