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우리 문화스포츠계가 해야 할 일

박미향 2022. 12. 1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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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황희찬 에스엔에스 갈무리

[편집국에서] 박미향 | 문화부장

카타르월드컵 포르투갈과 경기 결승골의 주인공 황희찬이 최근 자신의 에스엔에스(SNS)에 패션잡지 화보 촬영 사진을 공개했다. <마리끌레르>와 <더블유 코리아> 1월호에 실린 황희찬의 패션 사진은 축구장에서 잘 다듬어진 복근에 특유의 장난기 어린 미소가 더해져 그의 매력을 한껏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단골로 등장하는 스타 배우나 톱모델이 아닌 축구선수가 카메라 앞에 선 데는 12년 만에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뤄낸 국가대표팀의 성취와 그의 투혼이 주요하게 작용했을 터.

2022년은 대한민국 문화·스포츠계에 기쁜 소식이 풍성한 해다.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만 있는 게 아니다. 그 어느 해보다 많이 쏟아진 세계적인 뉴스로 케이(K)컬처가 이제 주류의 최정상에 우뚝 섰음을 입증했다.

지난 9월, <오징어 게임>의 배우 이정재와 감독 황동혁은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의 에미상 남우주연상과 감독상을 받았다. 드라마는 6관왕의 영예도 안았다. 비영어권 콘텐츠가 수상 후보에 오른 것도 처음이고, 주요 상을 휩쓴 것도 최초다. 케이컬처의 신드롬급 인기는 여세를 몰아, 국내 방송과 동시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공개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작은 아씨들> <슈룹> 등도 넷플릭스 전세계 순위권 안에 진입했다. 지난 5월 열린 칸 국제영화제에선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으로, 배우 송강호가 <브로커>로 각각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한국 영화 두편 동시 수상은 처음이었다.

대중음악계도 이에 질세라 괄목할 만한 성과를 빚었다. 방탄소년단(BTS)은 지난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온통 보랏빛으로 물들이며 4일간 열린 대면 콘서트를 성공리에 마쳤고, 한달 뒤 열린 ‘2022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선 3관왕을 차지했다. 블랙핑크, 스트레이 키즈도 빌보드 상위권에 오르는 등 2023년 활약이 더 기대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밴 클라이번 국제콩쿠르에 역대 최연소로 임윤찬이 우승하면서 ‘케이클래식’도 외국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세계 3대 음악 콩쿠르’로 꼽히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선 첼리스트 최하영이,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는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1등을 차지했다. 아동문학계에서도 희소식이 들렸다. 이수지 그림책 작가가 어린이문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안데르센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다.

2022년은 그야말로 한국 문화·스포츠계의 한획을 긋는 찬란한 한 해였다. 전성기의 본격적인 도래를 알리는 기념비적인 2022년이랄까. 하지만 마냥 기뻐하고만 있을 수 있을까. 손흥민 선수의 부친 손웅정씨의 ‘전성기론’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방송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tvN)에 출연한 그는 “‘전성기’라고 하면 참 좋지만, 전성기란 내려가는 신호다”라고 말했다. 오래 유지되는 ‘전성기’를 구가하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부터 살펴야 한다.

평소 축구엔 무관심하다가 국가 간 대항전 등 큰 대회 때만 되면 대표 팀과 선수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이들을 비판하며 칭하는 용어가 있다. ‘에프시(FC) 코리아.’ 축구 강국이 되려면 이런 식의 태도는 지양돼야 한다. 국내 리그 활성화도 중요한 지점이다. 카타르월드컵 스타 조규성은 전북 현대 소속으로 케이(K)리그1의 올해 득점왕이다. 하지만 그가 월드컵 가나전에서 2골을 터뜨리기 전까지 그의 실력을 제대로 알아주는 이는 적었다. 국내 리그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절실하다. 월드컵 등 큰 대회 성공의 자양분은 결국 일상에 자리잡은 우리 리그에 대한 애정일 수밖에 없다.

<오징어 게임> 성공으로 불거진 지식재산권(IP)과 판권 문제, 팬데믹 이후 고사 직전인 영화관, 이승기와 전 소속사 후크엔터테인먼트의 소송전과 아이돌그룹 오메가엑스 등이 당한 갑질 폭로 등으로 불거진 아이돌 데뷔 시스템 등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엘리트 연주자 위주의 클래식 교육 시스템도 한번은 따져봐야 할 지점이다.

독일 디자이너 디터 람스는 한 강연에서 ‘매너리즘 극복법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좋은 사람들을 찾아서 그들과 함께 일해야 한다. 협업을 통해 무언가 성취할 수 있다. 미래 우리 사회는 어떨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그들”이라고 답했다. 2023년을 앞둔 우리 문화·스포츠계도 “좋을 사람들을” 더 찾아 “협업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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