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연 조직개편 내홍… 과기정통부 방관이 사태 더 키웠다
과기부가 조직유지 관리지침 어기고 개편안 수용하며 내부문제로 방치
"10년 묵은 갈등에 연구자들만 피해"
■ 누리호 주역들 토사구팽?
1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항우연 등에 따르면 이번 갈등은 지난 11월 30일 조광래 전 항우연 원장이 SNS에 '누리호 토사구팽'이라며 이상률 현 원장의 조직개편을 비난하면서 촉발됐다. 그는 이번 조직개편으로 발사체 기술개발 조직인 16개 팀이 해체돼 누리호 3차 발사는 물론, 산업체 기술이전과 차세대발사체 기술개발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후 지난 15일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의 본부장 사퇴서까지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항공우주연구원은 논란이 확산되자 지난 12일 단행한 조직개편안을 공개했다.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 밑에 있던 팀들은 발사체연구소를 중심으로 8개 부서와 사업단 형태로 재배치했다. 또 아직 기간이 남아있는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도 연구소 아래뒀다.
항공우주연구원은 "제한적인 인력으로 누리호 3차 발사를 최우선 지원·수행하면서 차세대발사체 개발 등 미래 핵심기술 연구개발(R&D)를 동시에 대비하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태는 과기정통부가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10여년전 만든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 운영관리지침'을 스스로 어기면서 항우연 내부 문제로 규정하고 방관해 갈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항우연의 한 관계자는 "원장이나 사업본부 보직자들이 자기 주장을 철회하더라도 이번에 불거진 갈등이 단시일 내에 봉합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기부 "문제 없다고 판단"
항우연의 발사체 개발인력은 260여명 뿐인데 내년부터 여러 발사체 개발사업이 동시다발로 시작된다. 이상률 원장은 발사체 개발본부에 243명이 묶여 있어 다른 사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지난 7월부터 누리호 개발 성공 이후의 그림을 그렸다. 이 원장은 발사체 개발인력이 한정돼 있다보니 다른 사업까지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조직을 개편하기 위한 의견을 수렴하고 밑그림을 그렸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새 조직개편안을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승인과 과기정통부 협의를 마치고 진행했다.
하지만 고정환 본부장을 포함해 사업본부내 부장들이 반발하는 명분은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 운영관리지침'때문이다. 이 지침에 따르면 현 사업본부는 내년 6월까지 지침에 규정된 연구개발 조직을 유지해야 한다.
과기정통부는 이 부분을 묵인하고 이 원장의 개편안을 받아들였다. 과기정통부 권현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한국형발사체사업은 마무리 단계이고, 내년부터 여러 개발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며 "이상률 원장이 제안한 방안이 효율적이어서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10년 묵은 갈등 여전히 평행선
원장과 사업본부측의 갈등은 접점이 보이지 않고 평행선이다. 이 원장은 "사업본부측에 조직개편에 문제가 있다면 대안을 달라고 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며 "조직이 바뀌면 책임을 질 수 없고 임무수행이 불가능하다는 답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다만, 항우연 내부에서도 '다 잘랐다'라는 표현에 의아해 하고 있다. 한 연구원은 "기존 조직이 발사체연구소 아래 헤쳐모여식으로 인사가 났지만 발사체소속 연구원 250명을 다 자른것처럼 소문이 났다"고 말했다. 또다른 연구원은 "연구원 내부에서 먼저 조율해야 할 현안을 외부에 알려 정치쟁점화하려는 것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항우연구원의 조직개편 갈등은 10여년간 이어지고 있다. 직전 원장인 임철호 전 원장도 사업본부와의 인사권 갈등으로 과기정통부 감사를 비롯해 해임사태까지 빚어졌다. 한 관계자는 "조광래 전 원장측에서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이상률 현 원장을 포함해 10여년간 갈등이 계속 이어져 젊은 연구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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