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아바타2`에 담긴 기후위기 메시지

2022. 12. 1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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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 디지털뉴스부장

워낙 화제를 뿌렸던 영화였다. 13년만에 관객을 다시 만난 '아바타2' 개봉 첫날 극장을 찾았다. 러닝타임 3시간 12분이 훌쩍 지나갔다. 스토리는 밋밋했지만 알려진대로 볼거리는 풍부했고 몰입감은 피할 수 없었다. 2조6000억원을 쏟아부은 영화다웠다. 환상적인 수중세계와 전투장면은 '비주얼의 극강'을 선사했다.

영화 홍보차 한국을 방문한 제이스 캐머런 감독은 이런 얘기를 했다. "자연을 축복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자연세계와의 근본적인 계약을 바꿔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wealth)라는 개념을 재정의해야 한다." 스크린 속엔 영화거장 캐머런의 이같은 자연관이 그대로 녹아 있었다. 파괴되는 행성을 보호하고 가족을 지켜내는 주인공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는 캐머런의 '아바타'였다는 생각이다.

최근 구글코리아가 국내 트렌드 검색어 순위를 발표했다. 1위는 기후변화였다. 올 한 해 뜨거운 이슈였던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에너지 대란 등 숱한 이슈까지 밀어낼 정도로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은 대단했다. 기후위기는 우리 일상을 거대한 불확실성의 시대로 끌고 간다. 이미 주거와 건강을 위협하는 현실적인 문제로 우리 곁에 다가와 버렸다.

주목을 끌었던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가 현지시간 19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막을 내린다. 유엔은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 10개를 발표했다. 남아메리카 대서양림(브라질,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일부 지역에 걸쳐 있는 열대우림)의 황폐화된 지역의 녹화, 오염된 인도 갠지스강 정화, 아랍에미리트 주변 페르시아만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듀공(중대형 해양 초식성 포유류)을 보호하기 위한 해초층 복원, 해일에 대비한 인도네시아 자바섬 저지대 해안선 보강 등이다. 최종 컨센서스를 어떻게 내놓을지 주목되고 있다.

생물다양성협약은 1992년 채택된 유엔 협약으로 이번 COP15에서 '포스트-2020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Post-2020 GBF)가 채택됐다.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2030년까지 전 지구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과제가 담긴 전략계획이다. 초안에는 육지와 바다의 30%를 보호하고, 수십억 달러의 유해한 보조금의 용도를 변경하며 침입종을 다루기 위한 제안 등이 포함됐다.

우리 삶도 기후위기의 사정권에 든 지 오래다. 지난 여름 강타한 시간당 최대 136.5㎜ 집중호우와 태풍은 큰 상흔을 남겼다. 2020년 6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50여일간 지속된 역대 최장 장마에 이어 8월 22일 바비, 28일 마이삭, 9월 1일 하이선 등 태풍 3개가 잇따라 북상해 곡식이 여물 틈을 주지 않았다. 이로인해 농산물 가격도 춤을 췄다.

이같은 지구적인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도 이어졌다. 지난해 글래스고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는 처음으로 석탄 사용에 대한 언급이 있었지만 점진적인 감축을 선택해 논란이 됐다. 각국 정상들이 화석연료 보조금 등 석탄, 석유 또는 천연가스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데 입을 맞췄지만 한계는 뚜렷했다. 세계 최대 CO2 배출국인 미국과 중국의 협정도 진행됐다. 향후 10년 동안 두 국가는 계속된 협력을 약속했지만 이미 흘러간 옛노래가 돼버렸다.

한국의 기후위기 수준도 점검해봐야 한다. 지난달 국제평가기관인 저먼워치와 기후연구단체인 뉴클라이밋연구소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한 한국의 정책 목표와 이행 수준은 세계 60위다. 온실가스 배출, 재생에너지, 에너지 소비는 '매우 저조함'으로, 기후 정책은 '저조함'으로 평가받았다. 우리보다 순위가 낮은 나라는 카자흐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뿐이다.

기후 위기는 자연현상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지만, 20세기 들어선 지구 온난화 현상은 적어도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유발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늘고 있다. 그렇다고 지구를 원시상태로 돌려놓자는 얘기는 아니다. 최소한 이상기후 주범인 이산화탄소 남용이라도 줄여보자는 것이 국제사회의 약속이다.

캐머런 감독은 "인류는 100년, 200년 후 어떻게 될까. 지속가능성은 안도하기 위해 시늉만 내서는 안된다"고 했다. 한 편의 블록버스터를 보면서 인류와 자연의 공존이라는 거대담론까지 들여다보게 됐다.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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