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경제 살리는 `골잡이`는 기업, 마음껏 뛰게하라
세계인들이 열광했던 카타르 월드컵이 아르헨티나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연장전까지 뛰어 결국 승부차기로 끝난 결승전은 축구의 진수를 보여준 한편의 드라마였다. 한국은 8강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12년 만에 16강에 들었다.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쾌거였다. 우리 선수들이 카타르에서 뛸 때 우리의 젊은 축구팬들은 추운 겨울날 밤중과 새벽을 가리지 않고 비를 맞으면서도 거리에서 '대~한민국'을 외쳤다. 우리 선수들이 사력을 다해 뛰는 모습을 보고 우리 모두는 열광했다.
축구경기에서 중요한 건 공간과 시간의 선점(先占)이다. 다시 말해 경기시간 내내 상대보다 더 빨리, 더 많이 뛰어 공간을 파고들어야 골을 넣어 이길 수 있는 것이다. '경제 경쟁'도 이와 다를 바 없다. 투자든 기술개발이든 노사협력이든 경쟁자들보다 빨리 또 앞서 뛰어야 이긴다.
경제 살리는 골잡이는 기업이다. 노사 관계는 축구에서 감독·코치와 선수의 관계와 같다. 목표를 상실하거나 서로 손발이 어긋나면 바로 패배다. 기업이 마음껏 뛰게 걸림돌을 치워주는 건 정책의 몫이다. 산업현장에서 딴 짓하거나 반칙과 불법이 발붙이지 못하게 할 책임 역시 정부당국에게 있다.
당장 주8시간 추가연장근무제부터 손댈 일이다. 주52시간 근무제로 인한 부담과 부작용을 덜어주기 위해 30인 미만의 사업장에 한시적으로 도입한 주8시간 추가연장근무제가 올해 말 끝난다. 일거리가 쌓여있고 일할 사람을 찾기도 어렵고 근로자들이 일하고자 하는데도 일을 못하게 하면 중소기업계의 인력난은 심각해진다.
그런데도 일거리가 쌓였는데 연장전을 하지 말라는 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추가연장근무제는 물론 임금과 노동시간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방안을 찾아야한다.
반도체 분야는 단순한 하나의 산업이 아니다. 미국과 대만, 일본이 앞 다퉈 반도체 산업을 지원한다. 국가의 명운이 걸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회는 공장 인허가 간소화를 골자로 하는 반도체특별법을 만지작거리기만 하다가 비판에 부딪히자 핵심인 세제 지원을 뺀 반도체특별법을 처리하려한다. 경쟁국보다 불리한 행정과 세제를 바로잡자는 것을 야당은 '재벌 특혜'라고 반대하는 것이다.
법인세 문제도 그렇다. 법인은 사람이 아니고 부자도 아니다. 법인은 대주주와 소액주주, 근로자 등 여러 경제 주체들의 결합체다. 법인세 감면은 부자들의 주머니를 불리는 게 아니다. 감면된 세금으로 투자를 증대, 일거리와 일자리가 동시에 창출되면 부자가 아니라 모두에게 이로움을 주고 경제 성장을 돕는다.
그런데도 야당은 경쟁국보다 높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부자 감세'라며 반대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3%포인트 인하하면 중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을 3.4%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런 분석이 아니더라도 세율 인하는 기업을 더 많이 뛰게 해서 세수를 오히려 증가시키는 효과를 나타낸다. 그런데도 왜 재벌 특혜, 부자 감세라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것인가.
축구선수가 공을 기다리고 있으면 공을 잡을 기회는 거의 없다. 빨리 뛰어 공을 빼앗고 보유해야 골을 넣을 기회를 잡는다. 경제가 나빠지면 좋아질 때까지 기다린다고 좋아지지 않는다. 기업 스스로 불황 또는 침체 국면을 탈출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비효율적 부분을 털어내고 기술 개발에 힘을 쏟는 등 약점을 보강하고 강점을 계속 살려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
기업이 뛸 수 있게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불법을 막는 것은 물론이고 경제 살리기도 정부의 책임이다. 내년 경제성장이 1%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인데도 민생과 경제를 외면한 정치적 공방만 하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이 표류하고 있는 것도, 노동 문제가 정치화돼있는 것도 여야 정치권이 함께 짊어질 책임이 아닌가.
정치적 공방을 하더라도 야당은 정부에게 정책을 추진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래야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차가운 겨울밤 비를 맞으면서도 '대~한민국'을 외치는 국민인데 우리의 열정, 우리의 가능성을 정치가 훼손해서는 안 된다. 정치 공방만 벌이고 있으면 민생과 경제는 어쩌라고 이런 행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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