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용산 대통령실' 정찰 사진 찍었다... 실효성 낮은데 왜 공개?

정준기 2022. 12. 1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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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BM 발사 분석에... 北 "정찰위성 시험" 주장
미사일 탑재 방식·낮은 해상도 등 실효성 의문
'한미에 대한 다급함' '거짓 정보로 교란' 관측
"내년 4월 정찰위성 1호기 준비 끝낼 것" 장담
조선중앙통신이 19일 전날 군사정찰위성 시험 소식을 전하며 공개한 인천(왼쪽)과 서울 사진.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19일 "전날 군사정찰위성의 능력 평가를 위한 최종 시험을 진행했다"며 상공에서 서울과 인천을 찍은 사진 두 장을 공개했다. 이제껏 공개한 남한을 찍은 위성촬영 사진 중 가장 진일보한 수준이다. 내년 4월 정찰위성 1호기 준비 완료 계획까지 밝히며 '우리도 남측을 지켜보고 있다'는 위협 메시지로 읽힌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시간에 쫓겨 성과를 내려한 것", "한미 정보망을 교란하려는 기만술" 등의 박한 평가를 내렸다. 북한의 시험 방식과 촬영 수준이 정상적인 정찰위성 시험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18일 정찰위성 시험"… 사진도 공개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전날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위성촬영 및 자료 전송, 지상관제체계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을 진행했다. 전날 우리 군 당국이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2발 발사'로 발표했던 활동을 '정찰위성 시험을 위한 운반체 발사'라고 주장한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이 19일 전날 군사정찰위성 시험 소식을 전하며 공개한 발사체 사진.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관련 사진들도 함께 공개했다. 발사 장면이라는 사진에는 통상 액체연료 추진체에서 발견되는 촛불 형태의 오렌지색 화염이 담겼다. 전문가들은 형상과 비행 궤적 등을 토대로 기존 노동미사일을 사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전날 MRBM 발사와 관련해 '지난 15일 시험한 고체연료 엔진을 활용한 신형 MRBM' 등의 관측이 나왔지만, 공개된 사진이 맞다면 그 가능성은 작아진다.

통신은 특히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포함한 한강 일대와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 일대 사진을 공개하며 '정찰위성 시험 목적'임을 분명히 했다. 북한이 올해 2월 위성 사진이라며 공개했던 한반도 사진과 비교할 때 해상도가 훨씬 높아 정찰위성 시험에 한발 더 다가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상대의 타격 징후를 미리 포착하고 상대에 대한 정밀타격 능력을 증폭시키는 정찰위성이 북한 핵 무력과 결합한다면 우리로선 큰 부담이다.


위성 성능은 여전히 물음표

조선중앙통신이 2월 28일 전날 군사정찰위성 시험을 했다고 주장하며 공개한 한반도 사진. 19일 공개한 서울과 인천 사진보다 해상도가 떨어진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그러나 위성 성능의 실효성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는다. 통신은 "위성 시험품을 운반체에 탑재해 고도 500㎞까지 고각 발사시킨 후 우주 환경을 모의한 환경에서 촬영조종 지령의 믿음성, 자료전송장치 처리능력 등을 평가했다"고 전했다. 군 당국이 발사체를 MRBM으로 평가한 점을 감안하면, 탄도미사일 궤적으로 발사해 향후 위성 전개 목표지점인 500㎞에 이르렀을 때 위성 성능을 시험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비정상적인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진행된 시험은 지상에 시험장을 구축해서 할 수 있는데 왜 굳이 미사일에 탑재해 500㎞ 고도에서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우주환경시험 시설을 구축하지 못해 미사일 발사로 제한적인 우주환경 모사 시험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사진의 해상도가 낮다는 점도 지적됐다. 실제 북한은 '20m 분해능(해상도) 시험용 전색촬영기' 등을 사용했다고 밝혔는데, 정찰위성 용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미 행보에 다급함? 거짓 정보로 교란?

통신은 "2023년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끝낼 것"이라는 계획도 공개했다. 고성능 장비를 남겨뒀을 가능성이 열려 있고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 곧 우주환경시험시설이 구축될 수 있지만, 현재로선 무리한 목표라는 평가가 많다. 그럼에도 북한이 목표를 밀어붙이는 것은 다급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이 이달 우주군 부대를 창설했고, 한국은 올해 3월 국산 '고체연료 추진' 우주발사체 시험발사에 성공한 뒤 독자 정찰위성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점을 의식했을 수 있다.

기만전술일 가능성도 있다. 이날 공개한 내용과 사진들의 진위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북한은 지난 2, 3월에도 우리 군 당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판단한 발사체에 대해 '정찰위성 시험'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의식한 듯 군 당국은 이날 "MRBM이라는 한미 정보당국의 평가는 변함없다"며 궤적상 추론할 수 있는 선까지만 설명했다.

다만 내년에도 '정찰위성 시험'으로 명명한 북한의 무력 도발은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4월 15일 김일성 생일에 위성을 발사해 성공할 경우 대대적으로 축하하는 이벤트를 연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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