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가 빙상경기장, 언덕은 아비규환”…전주시 ‘늑장 제설’에 시민 분노 폭발

폭설이 내린 후 제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얼어붙어 있는 전주 시내의 한 도로. 시민 페이스북 캡처

18일 전주 시내의 한 도로가 얼어붙어 시내버스가 움직이지 못하고 도로 가운데 서 있다. 시민 페이스북 캡처

우범기 전주시장, “무거운 책임감…시민 불편 죄송” 19일 공식 사과

지난 주말 내린 폭설로 극심한 교통 대란을 겪은 전주 시민들이 “엉터리 제설을 했다”며 전주시청을 거세게 성토하고 있다. 전주에는 17일 8.5cm의 많은 눈이 내렸지만 제설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도로와 인도가 얼어붙으면서, 차를 도로에 두고 귀가하거나 가까운 거리를 차로 이동하는 데 장시간이 소요되는 등 시민들이 많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까지 차오르자 우범기 전주시장은 공개사과하며 진화에 나섰다.

19일 전주시청 등에 따르면, 우 시장은 이날 시청에서 열린 간부회의에서 “지난 17일 폭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제설작업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전주 시내 전반에 걸쳐 큰 교통혼잡이 발생했고, 시민이 불편을 겪었다”고 자책했다.

그는 “안전 문제만큼은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대응했어야 했지만, 너무 소극적이었다”며 “재난 및 안전관리 체계를 점검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전주시민들의 불만은 SNS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전주시청은 18일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오전 8시부터 상황근무에 돌입, 오후 2시경부터는 제설차 35대를 투입해 운행하고 시청 전 직원들에게 동원령을 내려 각 동 주민센터 집결 후 제설작업에 나섰다”며 사진 여러 장과 함께 해명성 게시물을 올렸는데, 댓글로 강한 비판이 쏟아졌다.

한 시민은 “예수병원 앞 언덕은 완전 아비규환이었고 버스·트럭·승합차는 아예 못 움직였다”며 “말 같지도 않은 글 쓰지 말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시민은 “전주에 빙상경기장 하나 더 생겼다”며 꽁꽁 얼어붙은 도로 사진을 올리는가 하면, “9시에 퇴근하고 차를 두고 걸어가는동안 제설차 한대도 못봤는데 무슨 이런 사진을 올리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우범기 시장의 페이스북에 직접 글을 올린 한 시민은 “현장에 투입됐다는 제설차 35대 중 단 한대라도 목격했다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도로 상황은 최악이었다”라며 “전주에서 가장 중요한 도로인 백제대로와 기린대로 라인이 얼어붙을 정도로 제설이 이루어지지 않았는지에 대한 소명자료를 내고 사과해도 부족할 판에 지하차도의 ‘탄소섬유 열선’이라는 시정 홍보를 깨알같이 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한편, 우 시장은 “도시 곳곳에 남아있는 눈으로 인한 불편을 없애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제설 취약지역을 파악해 제설작업을 즉시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노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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