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민심 배제한 룰로 국민의힘 당 대표 뽑는다…뒷말 많은 이유는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대담 : 정치부 윤지나 기자
[앵커]
국민의힘이 당원 투표만으로 당 대표를 뽑는 차기 전당대회룰을 오늘 확정했습니다. 지난 18년 동안 당헌당규상 당원투표 70% 일반국민 여론조사 30%를 유지해 당 대표를 뽑아왔으니까, 매우 큰 변화입니다. 선거를 불과 3개월 앞두고 중요한 룰을 바꾸다 보니 그 배경에 대해 뒷말이 많은 상황입니다. 국민의힘 출입하는 윤지나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그간 "차기 당 대표는 당심만으로 뽑아야 한다" 그러니까 "당원만 투표할 자격이 있어야 한다" 이런 얘기는 친윤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계속 있어왔어요. 오늘은 그런 논의가 공식 기구에서 확정이 된거죠?
[기자]
국민의힘 최고지도부죠,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늘 오전 회의에서 현행 7대3인 대표선출 규정을 당원투표 10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그러니까 민심을 반영하자며 기존 30% 반영하던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아예 배제한 겁니다. 또 최다 득표자의 득표율이 50%를 넘지 않으면, 1·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다시 투표하는 결선투표제도 도입합니다.
[앵커]
그럼 내년 3월쯤으로 예정된 차기 전대에 바로 적용되는 건가요?
[기자]
오늘 비대위 의결이 있었던 거고 최종 확정까지는 상임전국위, 전국위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요. 이게 정당의 법인 당헌당규 사항이라서 절차가 좀 깁니다. 내일인 20일 그리고 23일 각각 위원회를 열어 속전속결로 룰 개정을 완료한다는 방침입니다.
[앵커]
선거가 길어야 3개월 남은 거고 선수들은 이미 뛰고 있잖아요. 이렇게까지 급한 이유가 뭔가요?
[기자]
아까 절차상 위원회를 두 개나 열어야 한다고 말씀드렸는데, 이 것도 규정상 최단기간 공고일을 거쳐 여는 겁니다. 보통 이런 중요한 개정은 공고하고 숙지시간도 주고 숙의도 하고 그러면서 개정 절차를 넉넉히 가져가는데, 이건 이미 당심 100%다 결론을 내고 절차를 끼워맞춘 속도로 보이죠.
[앵커]
룰 개정의 배경과 관련해 국민의힘의 설명은 뭔가요?
[기자]
비대위도 그런 걸 인식했는지 의결 뒤 정진석 위원장이 간담회를 갖고 설명하는 시간을 따로 내기도 해씁니다. 한번 들어보시죠.
[인서트]정진석 위원장
"전당대회는 전당원대회다. 당대표는 당원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비당원에 의존해 우리당 대표가 되려는 건 정도가 아니라 생각한다"
이밖에 1)역선택, 그러니까 민주당 지지자가 여론조사에 끼어들어 '약한 후보'에게 투표한다는 우려를 제거해야 한다 2)민심이 당심을 이끌었던 지난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대표가 선출됐는데, 결국 당의 내홍만 불러일으켰다 3)책임당원이 100만 가까이 됐으니 민심을 따로 반영하지 않아도 이 규모면 민심이 반영되는 것이다 등의 논거가 있습니다.
[앵커]
공개적으로 밝힌 룰 개정 근거 외에 친윤계가 이번 룰개정을 주도했다는 데 중요한 포인트가 있는 거죠?
[기자]
이번 룰 개정은 사실상 친윤계 대표 선출을 위한 룰개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가 어렵습니다. 당장 여론조사 기관에서 차기 당 대표 후보군에 대한 조사를 하면, 윤석열 대통령에게 야당보다 더 아픈 비판을 하는 유승민 전 의원이 압도적 1위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 전 의원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비윤그룹으로 묶이는 안철수 의원, 나경원 전 의원 같은 경우도 상위권 그룹에 랭크돼 있습니다. 이들은 인지도가 높고 여당 전통 지지층인 영남권 보다는 수도권 소구력이 더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앵커]
반면 윤 대통령이 선호할 것으로 보이는 친윤계 후보, 예를 들면 김기현 권성동 윤상현 의원 등은 지지율이 매우 미미한 상황인 거죠. 그래서 당원 100% 로 룰을 바꾸면, 여론조사 상 지지율 높은 후보들 대신 친윤계 후보가 약진할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거고요.
[기자]
네 차기 당대표, 정확히는 총선 공천을 책임질 당 대표로 윤석열 대통령이 '믿을 수 있는' 자기사람을 누구로 할지 정하지 않은 상태거든요. 때문에 제껴야 하는 후보를 이번 룰 개정을 통해 먼저 확실히 제낄 필요가 있는 겁니다. 그다음에 친윤 후보 교통정리를 하자는 게 국민의힘 주류의 판단으로 보여요. 오죽하면 보수 성향이 제일 강한 조선일보에서도 사설에서 전대 앞두고 룰 개정하는 것에 비판적인 얘기를 하더라고요.
[앵커]
당내에서도 반발할 만한 상황 아닌가요? 당원들의 잔치가 아니라 윤핵관의 잔치라는 비아냥도 보이던데.
[기자]
룰 개정으로 가장 손해보는 게 유승민 전 의원이잖아요. 윤심 대로 이번 룰 개정이 이뤄진다고 보고 윤 대통령에 대해 경선개입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공개적인 비판을 하고요. 친윤계 후보로 분류되는 윤상현 의원조차 유불리를 떠나서 시점이 맞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당내 비주류, 예를들면 김웅 의원이나 허은아 의원 등은 이렇게 가면 원하는 당 대표든 뭐든 승리로 이끌 수는 있겠으나 총선은 질 거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다만 주류의 목소리가 아녜요. 다들 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받아야 하는 간절함이 크잖아요. 용산에 밉보이고 싶지 않을테니 저런 비판이 실제로 지도부 결정이나 위원회 의결을 저지할 정도로 조직화될 가능성은 약해 보입니다.
[앵커]
이렇게 가면 총선에서 나쁜 결과를 가져올 거란 지적도 일리 있어 보여요. 제1여당이 이렇게 윤심에 따라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영남권은 몰라도 수도권에 좋은 인상은 안 줄 것 같은데요.
[기자]
제가 그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지도부 관계자한테 한번 물어봤어요. 총선 포기할 거냐고. 그랬더니 당원들의 지지를 받은 새 당대표가 수도권에 어필하는 공천도 하고 당 개편도 하고 그러면 된다고 합니다.
[앵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도가 40퍼센트 넘는 수치가 나오기도 하고 그래서 드라이브가 더 거침 없는 측면도 있겠어요.
[기자]
맞습니다. 40% 지지도가 냉정하게 보면 지지층을 회복한 수준밖에 안되는데, 워낙 20% 초반까지 떨어진 경험이 있다보니 용산이나 국힘이나 고무된 분위기가 막 읽혀요. 그러니까 이렇게 드라이브를 걸어도 되겠다 판단한 측면이 있는 것 같고요. 내년도 예산안에서도 국민의힘은 김진표 국회의장의 최종 중재안을 거절했는데, 이 역시 최근 지지율 상승 등에 자신감을 가진 용산과 국민의힘이 '원칙대로, 기조대로 간다'는 태도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윤 대통령은 오후에 '마지막까지, '원칙을 지키며' 예산안 처리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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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윤지나 기자 jina13@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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