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LUENCER] 온갖 `척` 다하는데 밉상 아닌 이유?… 지금은 `부캐`가 연기 중이거든요
개설 당시 서브인 김리안·송재인 메인으로
가식덩어리 BJ·설명충 남친 등 '부캐' 형성
'여캠남친' 콘텐츠로 반년새 10만명 구독
날카로운 풍자·역대급 현실 고증에 호응
올해 국내 유튜브계를 평정한 인기 키워드는 '스케치 코미디'다. 3~5분 분량의 영상 속에서 현실보다 더 실감 나는 '하이퍼 리얼리즘'(극사실주의)을 선보이는 스케치 코미디 채널들의 전성시대다. 초대형 채널 '숏박스', '너덜트' 등을 필두로 현재 유튜브에는 스케치 코미디를 해시태그로 단 채널이 700개가 넘는다. 너도나도 '제2의 숏박스'와 '제2의 너덜트'를 꿈꾸며 스케치 코미디에 뛰어들고 있다.
그런데 최근 '대박' 기운이 강하게 느껴지는 후발주자가 등장해 화제다. '어디선가 본적 없는 콘텐츠'를 선보이며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고 있는 이 채널, 바로 '너튜브'다.
너튜브는 개그맨 출신 파워 유튜버 '엔조이 커플'(손민수·임라라)이 동료 개그맨들(김리안·송재인)과 힘을 합쳐 올해 6월 개설한 스케치 코미디 전문 채널이다. 채널의 문을 연 직후에는 이미 거대 팬덤을 거느리고 있던 손민수와 임라라의 활약이 인기를 끌어모으는 듯했으나 곧 김리안과 송재인이 메인으로 나서 '여캠남친', '리리&재인팍', '설명충' 등 새로운 시리즈물을 내놓으면서 폭발적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온 너튜브는 채널 개설 6개월 만인 이번 달 중순 '실버 버튼'(10만 구독자 채널에 수여되는 상)을 손에 넣으며 괴물 신인의 등장을 알렸다.
K-Culture 플랫폼 보이스오브유가 제공하는 인플루언서 랭킹(IMR)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첫 영상을 게재하며 활동을 시작한 너튜브는 4개월 만에 구독자 5만 명을 돌파하는 괴력을 보였다. 이후 인기에 더욱 가속도가 붙어 불과 2개월 만에 5만 명에 가까운 구독자를 새롭게 확보, 며칠 전 10만 명의 고지마저 넘어섰다. 현재까지 선보인 45개 동영상의 누적 조회 수는 2700만 회로 영상당 평균 조회 수가 60만 회에 달한다. 채널 내 최고 인기 쇼츠(shorts) 영상 '남친 숨겨놓고 인터넷 방송하는 여캠'은 조회 수 530만 회를 기록 중이며, 100만 조회 수를 훌쩍 넘기는 영상이 나날이 늘고 있다.
혜성처럼 등장해 단숨에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너튜브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이영미 박사(현 보이스오브유 선임연구원)는 "참신하고 개성 있는 '부캐'(부캐릭터)들에 현실감을 더한 연기를 덧입혀 묵직한 울림과 공감을 선사하는 것"을 가장 큰 비결로 꼽는다.
실제로 너튜브에는 다소 독특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마성의 매력을 소유한 부캐들이 살아 숨 쉰다. 너튜브의 인기에 견인차 구실을 한 김리안의 부캐 'BJ 리리코'는 스위스 유학파인 척, 모태솔로인 척, 주량이 약한 척, 애교스러운 척 등 온갖 '척'을 하며 가식적인 인터넷 방송을 하는 '컨셉충'임에도 매번 자신이 내뱉은 거짓말을 쉽게 들키고 곤란에 처하는 '딱한 허당'이기에 공감과 지지를 얻는다. 겉멋만 잔뜩 든 아티스트 '리리'와 '재인팍', 매사에 진지하게 딴지를 거는 '설명충 남친' 등도 언뜻 보기엔 '밉상'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귀여운 구석이 있는 친근감 가득한 캐릭터들이다.
그리고 이 부캐들은 하나같이 소름 돋는 연기력으로 '역대급 현실 고증'을 해내며 '킹받는 웃음'을 끌어낸다. 한 예로, 모태솔로라 밝혔지만 동거하는 10번째 남자친구를 팬들에게 들켜버리고 순진한 척했지만 걸걸한 목소리로 욕하는 모습을 방송에 내보내고 마는 'BJ 리리코'는 실수로 방송용 이미지 대신 자신의 본 모습을 노출해 큰 망신을 당한 일부 BJ들을 날카롭게 풍자해내며 통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이런 영상을 접한 구독자들은 "클리셰를 이렇게 잘 활용하다니 놀랍다", "연기가 미쳤다"라는 감탄과 함께 "진짜 미치도록 웃기다", "너무 웃다가 토할 뻔했다" 등의 댓글을 남기며 큰 호응을 보낸다.
수많은 스케치 코미디 채널들 속에서도 독보적 존재감을 뽐내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너튜브. 너튜브가 앞으로 어떤 '찐 웃음'과 '핵 공감'을 끌어내는 참신한 콘텐츠들을 선보이며 선두 주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박성기기자 watney.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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