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콩쿠르 휩쓴 비결…"돈 걱정 않고 연습만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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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은 '돈 먹는 하마'다.
지난해 에네스쿠 국제콩쿠르를 최연소로 우승한 '첼로 신동' 한재민(16)도 어쩌면 다른 길을 걸었을지 모른다.
이 프로그램의 선발 대상은 '가구 소득 하위 70%'(올해 기준 월 768만원 이하). 이 정도 수입으론 자녀에게 최고 수준의 클래식 교육을 시키기 빠듯하다는 점에서 정몽구 재단의 도움이 없었다면 상당수 영재의 미래가 달라졌을 것이란 얘기가 클래식 음악계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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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장학생' 첼리스트 한재민
"재단 도움으로 예술의전당 공연
세계 무대서 안떨었던 비결이죠"
5년째 재단 이끄는 권오규 이사장
재능 있는 '원석' 찾는데 집중
한재민·임윤찬 등 2400명 발굴
"지금까지는 영재 키우는데 주력
이제는 클래식 대중화 앞장설 것"
클래식 음악은 ‘돈 먹는 하마’다. 취미로 삼기에도 그렇고, 직업으로 갖기엔 더욱 그렇다. 전공자의 손에 들린 바이올린이나 첼로 가격은 기본 수천만원이다. 레슨비는 별도다. 여기에 경력을 쌓으려 해외 콩쿠르에 나갈 때마다 비행기표, 악기 운송비, 숙박비 등으로 1000만원 넘게 써야 한다. 이러니 재능이 있어도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으면 음악가의 꿈은 접기가 십상이다.
지난해 에네스쿠 국제콩쿠르를 최연소로 우승한 ‘첼로 신동’ 한재민(16)도 어쩌면 다른 길을 걸었을지 모른다. 3년 전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 선발하는 ‘온드림 문화예술 인재사업’의 장학생으로 선발되지 않았다면 말이다. 한군은 ‘온드림 장학생’으로 뽑힌 덕분에 학교 등록금(한국예술종합학교)은 물론 학기당 180만원의 학습지원비와 해외 콩쿠르 비용 등을 지원받아왔다. 이 프로그램의 선발 대상은 ‘가구 소득 하위 70%’(올해 기준 월 768만원 이하). 이 정도 수입으론 자녀에게 최고 수준의 클래식 교육을 시키기 빠듯하다는 점에서 정몽구 재단의 도움이 없었다면 상당수 영재의 미래가 달라졌을 것이란 얘기가 클래식 음악계에서 나온다.
이 사업을 5년째 이끄는 권오규 정몽구 재단 이사장(70)과 한군을 최근 서울 명동 온드림 소사이어티에서 만났다. 권 이사장은 2006~2008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정통 경제관료다. 그는 온드림 장학사업에 대해 “재능은 있지만 경제적 사정이 여의치 않은 ‘원석’을 빛나는 ‘보석’이 되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라며 “예술 영재에 투자하는 건 미래 콘텐츠 산업에 투자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2011년 시작한 온드림 문화예술 인재사업의 혜택을 받은 예술인은 2400여 명에 달한다. 올해 국제 콩쿠르를 휩쓴 피아니스트 임윤찬(6월 미국 밴클라이번 콩쿠르 우승)과 바이올리니스트 위재원(5월 워싱턴 콩쿠르 우승), 비올리스트 신경식(10월 오스카 네드발 콩쿠르 준우승) 등이 모두 정몽구 재단의 도움을 받아 ‘빛나는 별’이 됐다.
한군은 지난해 에네스쿠 콩쿠르 우승에 이어 지난달 윤이상 국제 콩쿠르 우승도 거머쥐는 등 수상 이력이 점점 두꺼워지고 있다. 그 덕분에 최근 유럽의 명문 클래식 기획사 KD슈미트와 전속 계약도 맺었다. 한군은 “정몽구 재단 덕분에 연주 연습에 전념할 수 있었다”며 “중고등부에서 대학에 진학할 때 다시 한번 오디션을 봐야 하는데, 워낙 경쟁이 치열한 탓에 자극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몽구 재단이 온드림 장학생에게 주는 지원은 돈뿐이 아니다. 멘토링 프로그램과 마스터 클래스, 연주회 참여 기회도 준다. 한군은 “재단의 도움으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같이 큰 공연장에서 열린 ‘온드림 앙상블’에 선 덕분에 큰 공연에서도 안 떨 수 있었다”며 “국내 최고 교수진과 한무대에서 연주하는 과정에서 많은 걸 배우고 느꼈다”고 했다. 한군은 재단을 통해 첼리스트 양성원 등이 지도하는 ‘마스터클래스’에도 참여했다.
권 이사장과 한군은 클래식 등 순수예술 장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군은 “우리나라 연주자들은 콩쿠르 성적은 좋지만, 대다수는 입상 이후에 별다른 활동을 하지 못한다”며 “실력 있는 예술인이 설 수 있는 무대가 더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권 이사장도 “정몽구 재단을 포함한 대다수 재단의 예술 지원사업은 몇몇 특출난 영재를 키우는 데 집중됐었다”며 “앞으로는 예술 생태계의 저변이 넓어지도록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음악회나 축제 등 기획을 더욱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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