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경찰국·인사관리단 예산 벼랑끝 대치… 尹 "처리 지연 송구"

민주 "중재안 수용" 연일 압박
박홍근 불참에 막판 협상 무산
국힘 "5억 때문에 639조 발목"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을 면담하고 의장실에서 나오고 있다. 이날 김 의장은 박 원내대표도 불러 예산안 합의를 촉구하려 했으나, 박 원내대표는 새 제안이 없다면 만나지 않겠다며 불참했다. 연합뉴스.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시한 '4차 데드라인'인 19일에도 여야는 예산안을 놓고 평행선을 달렸다. 행정안전부 경찰국·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 5억원에 가로막혀 있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께 송구하다"면서도 "마지막까지 원칙을 지키며 예산안 처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이날 국회 의장실로 여야 원내대표를 불러 내년도 예산안 관련 막판 협상을 시도했지만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불참해 무산됐다. 박 원내대표는 "여당이 (중재안을) 수용하기 전에는 저희로서는 따로 협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금은 의장을 별도로 만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박 원내대표의 불참사유를 '국민의힘 측의 새 제안이 없는 상황에서는 만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은 '김 의장 중재안'을 받으라고 국민의힘을 연일 압박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당에 협상의 전권을 주지 않은 채 시시콜콜 주문만 하는 대통령과 정부의 기만적이고 무책임한 모습이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막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집권당이 아니라 종속당, 용산의힘이라고 해야 한다"고 비꼬았다. 그는 "새해까지 딱 2주 남았다. 이제는 결단의 시간"이라면서 "국민의힘은 대통령 심기 경호에만 쩔쩔매지 말고 즉각 중재안을 수용하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도 "국민의힘은 대통령실의 하명만 기다리는 무기력한 식물 여당이냐"라면서 "지금 대통령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여당 경선 개입이나 정적 제거가 아니라 민생 그 자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예산안과 관련해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김진표 의장 중재안인 법인세 1% 인하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윤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와 주례회동 결과를 전하면서 "예산안 처리 지연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내년 글로벌 경기의 하향을 예상하고, 경기 살리기와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어느 때보다 내년 예산의 중요성 크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행정안전부 경찰국,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등 예산이 전액삭감된 기관들은 예비비로 편성해 일단 운영하자는 김 의장의 중재안에 대해서도 "예비비를 집행하게 되면 해당 기관들의 운영이 위헌이라는 민주당 측 주장을 인정하게 된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주 원내대표는 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합법적으로 설치된 국가기관을 아무런 근거도 없이 인정해주지 않겠다는 건 그야말로 대선 불복이자 정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민주당이 5억원의 예산을 가지고 639조나 되는 전체 예산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민주당과 추가 협상 가능성은 열어뒀다. 그는 "여야가 법인세 인하에 어느 정도 합의에 도달했고, 경찰국과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이 마지막 쟁점으로 남아있다"면서 "서로 적극적으로 양쪽이 다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19일 중 합의 처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재섭·권준영기자 yj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