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초기 '흐림처리 없는 영상' 방송에 행정지도

윤유경 기자 2022. 12. 1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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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직후 현장 모습 별도 흐림 처리 없어
방심위 "재난방송, 규제보다 각 언론사의 자율규제 중요"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가 이태원 참사 초기 당시 현장 영상을 별도의 흐림처리 없이 반복적으로 내보낸 MBC와 SBS 뉴스특보에 행정지도 '권고'를 결정했다. 19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다수의 심의위원들은 참사 초기 언론보도에 대해 방통심의위의 규제보다는 각 언론사의 자율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안건으로 상정된 'MBC 뉴스특보'는 참사 직후인 10월30일 오전 5시 내보낸 '제보·SNS 영상으로 본 이태원 참사 현장' 보도에서 참사 당시 현장 모습을 별도의 흐림 처리 없이 보여줬다.

'SBS 뉴스특보'도 참사 직후 오전 1시와 4시경 보도에서 피해 현장 관련 흐림처리가 약한 영상을 장시간 반복적으로 노출했다. 이태원 참사로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으로 주재한 '긴급 상황점검회의' 및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 관련 보도에서 보도내용과 무관한 지난 9월 태풍 수해 당시 대통령이 참석한 국무회의 관련 영상을 자료화면으로 사용하면서 '자료화면'이라는 점을 명시하지 않은 점도 문제가 됐다. 두 안건은 모두 지난 6일 열린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심의위원 5인중 3인 의견으로 법정재재 '주의'가 의결돼 전체회의 안건으로 상정됐다.

▲ MBC 뉴스특보 10월30일 방송화면 갈무리.

다수의 심의위원들은 참사 직후 보도 영상에 다소 미흡한 점이 있을 수 있지만, 방통심의위 차원의 제재는 과잉규제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연주 위원장(문재인 대통령 추천)은 “이태원 참사든 혹은 다른 재난재해 사건이든 사건 직후 급박한 상황에서 이뤄지는 특집방송에서 일부 오류나 참혹한 장면에 대한 처리 관련 문제를 놓고 (방통심의위에서) 엄중한 제재를 가하는 것은 자칫 과잉규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재난방송에 있어서 방통심의위의 규제보다는 참사 초기 각 언론사의 자율규제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 위원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방송사) 자체적으로 신중을 기하며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개선이 있었다”며 “방송 제작자, 기자들이 자신들이 정한 재난준칙에 따라서 자율적으로 개선해나갈 수 있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3사 방송사 모두 제작진들이 의견진술 과정에서 '도대체 어느정도의 흐림처리를 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없다고 이야기했다”며 “방송심의 규정 제24조3항에도 '피해 현장 등을 지나치게 자극적인 영상·음향 등으로 강조하면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추상적이고 주관적이어서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 이 부분은 규제기관에서 평가를 내리기보다는 특히 초기 긴박한 상황에서 방송사에 자율적으로 맡기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윤성옥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도 “이번 사안은 KBS 중심으로 SBS, MBC 등 지상파 방송사들이 30일 최대한 화면을 가려서 이용하겠다고 밝혔고, 그 다음날인 31일에는 아예 영상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공표도 있었다. 참사가 하루도 되지 않아 자율규제가 발생한 것”이라며 “보도 영상 허용 기준은 방송사들이 지금처럼 자율적으로 각 사의 편집기준에 맞게, 자기 책임의 원칙 하에 사용하는 것이 장기적 규제 효과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황성욱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재난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일반 국민이 충격과 트라우마를 갖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방송사 3사가 자체적으로 '자극적 방송을 하지 않겠다'고 할 정도로 초창기 보도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허연회 위원(국민의힘 추천)도 “인명피해가 있는 재난방송에서 모자이크 처리는 기본 중에 기본”이라며 “촬영기자, 현장기자, 데스크, 편집자라는 네 개의 과정이 있음에도 모자이크 처리를 놓친 건 실수”라고 했다.

▲ SBS 뉴스특보 10월30일 방송화면 갈무리.

SBS가 보도내용과 다른 자료화면을 사용하며 이를 명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위원들 대다수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유진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은 “국가적 재난, 대형 참사가 벌어지면 국민은 정부가 재난 상황에 대응해서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가에 대해 예의주시 하게된다. 방송은 국민을 대신해 정부 대응이나 발표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감시하고 검증할 책무가 있다”며 “참사 직후 대통령 동정은 이전 영상을 가져와서 그냥 자료화면으로 설명없이 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불필요한 의혹, 논란을 낳을 수도 있다”고 했다.

정 위원장도 “의견진술 과정에서 SBS 보도 간부가 '유사영상을 사용해온 것이 관례'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저널리즘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며 “자료화면일 경우에는 어떤 상황이든 간에 자료화면이라고 밝히는 것이 저널리즘의 중요 원칙 중 하나”라고 말했다.

MBC에 대해서는 심의위원 9인 중 5인이 '권고' , 이광복 방송심의소위원장(국회의장 추천), 황성욱·김우석·허연회 위원(국민의힘 추천)등 4인이 '주의' 의견을 내 행정지도 '권고', SBS에 대해서는 7인이 '권고', 이광복 소위원장, 황성욱 위원 등 2인이 '주의' 의견을 내 두 안건 모두 '권고'로 결정됐다.

이밖에도 방통심의위는 간접광고 상품에 대한 상업적 표현으로 과도한 광고효과를 준 KBS-2TV '우리끼리 작전타임', JTBC '뭉쳐야찬다2'에 대해 모두 법정제재 '주의'를 결정했다. 김우석 위원은 “방통심의위 5기가 간접광고 관련 원칙을 지속적으로 견지해서 사업자들이 기준을 인식하고 따를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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