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수주잔액 1년새 18조 급증···올해 수출 26조 '사상 최고'
한화에어로·KAI·현대로템 '폴란드 잭팟'
LIG넥스원은 UAE '천궁Ⅱ' 계약 효과
방산 4사 3분기 수주잔액 76조 달해
호주·노르웨이·말레이시아 등과도 수출 논의
국내 방산 업계의 수주잔액이 1년 새 18조 원 이상 증가했다. 올해 들어 폴란드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국산 무기를 대거 구매한 결과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며 세계 각국의 군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어 내년에도 ‘K방산’의 수주와 호황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LIG넥스원(079550)·현대로템(064350) 등 방산 4사의 3분기 말 기준 수주잔액은 76조 1779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58조 222억 원)보다 31% 늘었다. 새롭게 납품해야 할 물량이 1년 만에 18조 원어치 증가한 셈이다.
수주잔액은 생산과 공급이 보장된 물량이라 기업의 향후 매출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통한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구매자와 구속력 있는 ‘실행 계약’을 맺어야 수주잔액으로 반영이 된다”며 “수주잔액이 늘어난다는 건 기업이 안정적인 매출을 거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4사 중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가장 넉넉한 수주잔액을 확보했다. 3분기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주잔액은 41조 4645억 원으로 1년 전보다 30% 증가했다. 자회사 한화디펜스·한화시스템(272210)의 수주 실적까지 포함한 수치다. 한화디펜스가 8월에 폴란드 정부와 K9 자주포를 공급하는 3조 20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점이 수주잔액을 대폭 끌어올렸다.
KAI 역시 ‘폴란드 효과’로 수주잔액을 20조 6637억 원까지 높였다. 지난해 대비 17% 늘어난 수치다. 앞서 KAI는 폴란드에 FA 50 경공격기 48대를 납품하는 계약을 맺었다. 30억 달러(약 4조 원)에 달하는 대형 계약이다. 현대로템도 4조 5000억 원 상당의 K2전차 공급계약을 폴란드와 체결하며 방산 부문 수주잔액을 1년 만에 1조 6781억 원에서 6조 941억 원까지 높일 수 있었다. LIG넥스원은 올해 초 UAE와 2조 6000억 원 규모의 천궁Ⅱ 수출 계약을 체결한 점이 수주잔액 증가로 이어졌다.
연말 기준 방산 업계의 수주잔액은 이보다 더 늘어날 예정이다. 4분기 들어서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와 다연장로켓(MLRS) 천무를 공급하는 5조 원 상당 계약을 체결했고 업계가 기존에 맺은 계약 중 수주잔액으로 아직 반영되지 않은 물량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수주 호황에 힘입어 국내 방산 업계의 수출액은 지난달 말까지 170억 달러(약 22조 원)를 돌파하며 기존 최고 연간 기록(72억 달러)을 일찍이 경신했다. 산업연구원은 추진 중인 수출 계약까지 고려하면 올해 한국의 방산 수출액이 200억 달러(약 26조 원)를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현재 한화디펜스는 레드백 장갑차를 앞세워 호주의 차세대 전투장갑차 수주전에 뛰어들었고 현대로템은 노르웨이·이집트와 K2 전차 납품 계약을 추진 중이다. KAI는 말레이시아·콜롬비아와 FA 50 경공격기 수출을 논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감에 전 세계적으로 군비 경쟁에 불이 붙고 있어 내년 이후에도 국내 방산 업계의 호황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산 무기는 미국 등이 개발하는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성능은 뒤처지지 않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신속한 공급과 사후 관리는 물론이고 기술이전까지 제공하는 점도 ‘K방산’의 매력 포인트로 평가된다.
국내 업계가 확보한 수주잔액은 내년부터 매출로 본격 반영되며 실적 개선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아시아와 북미 중심이던 한국의 무기 수출 시장이 최근 중동·유럽·중남미·오세아니아·아프리카까지 확대되는 추세이고 수출 제품도 다양해지고 있다”며 “당분간 수주 호황이 지속되며 내년부터는 국내 업계의 실적도 본격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유창욱 기자 woogi@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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