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only human we only dancer - 김누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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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했습니다.
같이 있었고 분명 눈을 마주하고 있었는데.
대화라는 것이 가능한 건지.
그것이 슬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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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이들은 어느 잔디밭에 둥글게 둘러앉아 손을 마주잡고 하하 호호 웃음꽃을 피울 것이다 날씨는 무척 좋을 것이며 한국어나 일본어 혹은 영어로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그러나
어떤 말이든 간에 모두가 같은 언어를 구사할 것이며
모두가 모두의 말을 아주 잘 알아들을 것이다
대화 내용은 없다
웹진 ‘비유’(2022년 9월호) 수록 시 중 일부
내가 말했습니다. 너는 고개를 끄덕였고요. 알아듣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정말로 대화하고 있었을까요? 가끔씩 의문스러웠습니다. 같이 있었고 분명 눈을 마주하고 있었는데. 왜 너는 내 마음을 모르고 도대체 나는 네 마음을 모르겠는지. 대화라는 것이 가능한 건지. 네가 말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요. 어떤 소리가 들린 것도 같았어요. 아무것도 받아 적을 수 없었습니다. 그것이 슬펐습니다. 곁에 있어도 외로웠습니다.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습니다.
박규현 시인(2022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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