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의 파워 인터뷰 | ‘저스트 킵 바잉’ 저자 닉 매기울리] “주식 시장, 장기 데이터 결론은? ‘그냥, 계속, 사라’”

김지수 조선비즈 문화전문기자 2022. 12. 1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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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매기울리 데이터 과학자. 사진 닉 매기울리

‘팩트풀니스’를 쓴 의학자 한스 로슬링, ‘인피니티 게임’을 쓴 경영 사상가 사이먼 사이넥 그리고 글로벌 베스트셀러 ‘저스트 킵 바잉’을 쓴 데이터 과학자 닉 매기울리의 공통점은 하나다. 바로 장기 데이터를 본다는 것. 멀리 보면 인류가 결국은 공리적인 높은 점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반대로 단기 욕망에 집착하면 국가도 기업도 시장도 주주도 망가진다. 닉 매기울리는 주주가 자본주의의 진정한 주인공이 되기 위한 투자의 해법은 가능한 한 빨리 습관적으로 계속 사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허무하게 들리겠지만, 각종 통계를 근거로 그는 주식은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사서 모아가는 것이라는 진리에 다가간다.

그가 온라인 투자 사이트의 거의 모든 글과 금융 역사에 관한 유명하지 않은 책들의 각주와 100년 이상 축적된 주식 시장 데이터를 샅샅이 분석해서 얻은 깨달음은 ‘언제’ 사는가는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저평가된 주식을 찾아내는 것도, 강세장인지 약세장인지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가능한 한 빨리, 계속 사는 것이 중요했다”고 그는 주장한다. ‘저스트 킵 바잉’의 저자, 33세의 금융 현자인 닉 매기울리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올해 초 나는 저점 매수 시기로 판단하고 충동적으로 주식을 샀다가 30% 폭락으로 낙심한 상황이다. 많은 사람이 더 심한 혹한기를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실질적인 위로가 되는 데이터는 무엇인가.
“미국 증시는 일반적으로 격년마다 10%, 4~5년마다 30%, 30년마다 50% 이상 떨어졌다. 다른 선진국 시장들도 비슷한 변동성을 보인다. 우리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일은 역사적인 기준으로 볼 때 정상이라는 범주에 속한다. 중요한 건 전 세계적으로 다양화한 주식 포트폴리오가 부를 축적한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전 세계적으로 분산된 주식이 수십 년이라는 시간 지평에 걸쳐 부를 축적하지 못한다? 그건 아마 여러분의 투자 포트폴리오 따위는 문제가 되지도 않는 전 지구적 재난 상황일 것이다.”

당신은 사는 타이밍도, 저평가된 주식을 찾아내는 것도, 강세장인지 약세장인지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 않고, 그냥 계속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무엇을 얼마만큼 어떤 주기로 사야 하나.
“대공황 시기 10년을 제외하고는 2~3년 안에 약세장은 끝났다. 단기적으로는 가치 평가가 문제 되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평균적인 결과를 맞는다. 이를 감안하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충고는 전 세계적으로 수익 창출 자산 바스켓을 구성하라는 것이다. 특정 주식 대신 인덱스 지수를 따라, 가능한 한 자주 사라. 집세를 내듯 음식을 사듯 쇼핑을 하듯, 습관처럼 사라. 내 충고가 모호할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는 의도적이다. 이래라저래라 지시하는 건 소용없다. 생각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

당신은 어디에 투자했나.
“개인적으로 나는 세 개의 다른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미국 주식, 선진국 주식, 신흥 시장 주식을 골고루 가지고 있다. 약간의 가치주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최적의 투자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10년, 30년, 40년, 100년 등의 장기 주식 데이터를 보면서 발견한 특이점은 무엇인가.
“기간과 상황이 전혀 달라도 놀랍도록 비슷한 수익률을 보인다는 거다. 예를 들어 1900년에서 1922년 사이 미국 주식 총실질 수익률(+128%)은 2000에서 2022년 사이 총실질 수익률(+124%)과 거의 같다. 하지만 시장 체제는 매우 달랐다. 2000년 미국 주식 시장은 닷컴 버블이라는 역사상 가장 커다란 거품에서 막 빠져나오고 있었다. 그러다가 2008년에는 금융위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장기 평균 수익률은 1900년에서 1922년 사이의 수익률과 거의 같다. 모든 장기 수익률이 수렴하는 경향성을 보인다는 사실을 우연으로 돌릴 수는 없다.”

닉 매기울리 데이터 과학자 스탠퍼드대 경제학, 현 리트홀츠 웰스 매니지먼트 최고 운영 책임자, ‘저스트 킵 바잉’ 저자 사진 닉 매기울리

투자는 쌀 때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저가 매수 타이밍도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애버리지 인(오랜 시간 꾸준히 투자)보다는 바이 나우(지금 매입)가, 바이 더 딥(저가 매수)보다는 평균 분할 단가 매입이 더 생산적인 근거는 무엇인가.
“근거는 비교적 간단하다. 투자를 하다 보면 시장이 늘 붕괴하기 직전처럼 느껴지지만, 폭락장은 대단히 드물게 일어난다. 대체로 시장은 오르고 있다. 당장에 가진 돈을 전부 투자하는 바이 나우(buy now)와 가진 돈을 오랜 시간에 걸쳐 꾸준히 투자하는 애버리지 인(average in)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에 속한 주식에 직접 적용해본 결과, 시기를 막론하고 바이 나우가 애버리지 인보다 수익률이 높았다. 애버리지 인이 바이 나우보다 확실히 더 높은 수익을 올렸을 때는 1929년과 2008년으로, 주식 시장이 붕괴하기 직전뿐이었다. 폭락을 거듭하는 장에서는 나누어 매수하는 것이 평균 매수가가 더 낮으니까. 또한 바이 더 딥(buy the deep)으로 투자하기 위해 현금을 갖고 기다리는 방식, 다시 말해 저점을 기다려 투자하는 방식은 보통은 차선책이다. 사람들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이러한 방법을 택한다는 것을 이해한다. 하지만 데이터에 따르면, 바이 더 딥 방식이 오히려 리스크가 더 크다. 시기를 미루지 말라. 투자금은 있되 리스크가 걱정이라면, 지금 당장 리스크 작은 포트폴리오에 투자하라.”

결국 ‘빨리 시작하고 자주 투자하라’가 핵심 메시지인데, 현재와 같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현금 확보’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현금은 시장에 예기치 못한 할인, 싼 물건이 있을 때 가치가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은 그리 흔치 않기에, 현금 보유 전략은 높은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 오늘 당장 현금을 들고 있다가 저점 매수에 성공했다고 해서, 미래에도 그럴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현금은 ‘투자 가능한 현금’이라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실직 같은 비상사태에 대비해서 여러분이 은행에 보관하고 있는 현금은 없어선 안 되며, 시장 상황과는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반드시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변동성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은 매우 철학적으로 들린다.
“아무런 리스크도 감수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가장 큰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사람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한다. 데이터를 보면 매수 후 보유보다 사고팔면서 손실 회피 전략을 취했을 때 수익이 더 저조했다. 손실 회피 전략이 제힘을 발휘할 때는 하락 폭이 15% 이상일 때였다. 시장은 공짜로 투자자를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주지 않는다. 위대한 투자자인 찰스 멍거(Charles Munger)도 변동성은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혹시 변동성에 충격받은 적이 있나.
“믿기 어렵겠지만 나는 변동성에 놀라본 적이 없다. 미국 시장이 하루에 5%도 넘게 요동치던 2020년 3월에도 충격받지 않았다. 나는 그저 ‘시장은 원래 이렇게 움직이는 거야’라고 계속 되뇌었다. 역사적으로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미래에 놀랄 일도 그만큼 줄어든다.”

닉 매기울리 데이터 과학자. 사진 닉 매기울리

언제 닥칠지도 모르는 악운엔 어떻게 대처할까.
“젊은 투자자라면 악운을 극복하는 최고의 방법은 바로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다. 은퇴를 목전에 두고 있는데, 시장 상황이 향후 10년간 하락을 거듭할 것으로 우려된다면 채권처럼 리스크가 작은 자산으로 분산 투자해야 한다. 시장 상황이 어떻든 우리는 선택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운이 나쁜 시기를 맞는다면, 지출을 줄이고 일을 더 하고 자산 배분을 약간 바꿔보라. 악운은 언제나 닥치지만, 생각만큼 끔찍하지 않다는 것도 기억하면 좋다.”

은퇴 후 시니어들을 궁지에 몰아넣는 것은 돈이 아닌 정체성이라고 했다. 무슨 말인가.
“은퇴 연구에 따르면, 은퇴 이후 지출 감소 현상이 두드러지는데도 우리는 생각보다 돈에 그리 관심을 두지 않게 된다. 중요한 것은 일상의 디테일이다.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누구와 함께 보낼까? 더는 일하지 않는 상황에서 삶의 목적을 어떻게 찾아야 하나? 이것은 모두 존재론적인 질문이다. 정체성의 혼란은 계좌에 찍힌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은퇴 전에 준비하고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질문이다. 그런데도 소득 없이 수십 년을 살아야 하는 은퇴 이후가 걱정된다면, 장기간 현금 보유는 형편없는 선택이다. 인플레이션에 대응할 유일한 무기는 투자를 통한 자산 가치 상승밖에 없다.”

돈보다 시간이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는 결론에 동의한다. ‘우리는 성장주로 인생을 시작해서 가치주로 마감한다’는 말은 어떻게 나왔나.
“행복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젊을 때 그러니까 20대 초반쯤이면 미래에 대해 기대치가 크다고 한다. 투자자들이 주식의 미래에 높은 기대치를 갖는 성장주와 비슷하다. 하지만 젊은이들 대부분은 살면서 자신의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한다. 많은 성장주처럼 현실은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그래서 중년이 된 많은 사람은 자신의 상황에 행복해하지 않는다. 이는 기대가 한풀 꺾인 가치주와 비슷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도 무한정 지속되지 않는다. 가치주가 놀라운 상승을 경험하듯, 사람들 역시 살면서 놀라운 긍정적인 일을 경험할 수 있다. ‘우리는 성장주로 인생을 시작해서 가치주로 인생을 마감한다’라고 말했을 때, 흔히 생각하듯 삶이라는 게 항상 그리 좋거나 나쁘지만은 않다는 의미를 전달하고 싶었다.”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초기에 꽃 파는 남자를 보고 희망에 베팅했다는 게 사실인가? 유혈이 낭자할 때가 매수 시점이라는 격언에 대한 사례로 당신의 경험담을 직접 들려달라.
“주변 사람 모두가 패닉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어떤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을 마주하면 커다란 감동을 받게 된다. 세상은 그래도 계속 돌아간다는 느낌은 큰 감동을 준다. 내게 꽃 파는 남자를 만난 그 일은 바로 그런 경험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 모두에게 무시무시한 현상이었지만, 인류 전체는 견뎌냈다. 내가 ‘유혈이 낭자할 때’ 사는 게 좋은 전략이라고 했던 이유도 바로 인류는 어려움을 버텨내기 때문이다. 물론 시장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역사에 따르면 영원히 하락하는 시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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