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세계 경제 무대를 배경으로 경제학자들이 펼치는 ‘영웅전’
문제적 경제학자들을 파헤친 경제 저널리즘
경제학자의 시대
빈야민 애펠바움│김진원 옮김│부키│3만5000원│752쪽│11월 4일 발행
1969년 미국 사회에서 가장 첨예한 이슈 가운데 하나는 징병제였다. 베트남과 한창 전쟁 중이던 미국은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징병제를 감행했고, 이는 대대적인 반전(反戰) 운동으로 이어졌다. 무고한 젊은이들을 희생시켜선 안 된다는 주장과 애국주의가 팽팽하게 맞부딪쳤다. 그러나 참전 군인 비율이 70%를 웃도는 미 하원이 징병법을 폐지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이러한 상황을 단박에 뒤집은 것이 밀턴 프리드먼을 필두로 한 시장주의 경제학자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징병제를 신념이 아닌 경제학적 방식으로 접근했다. 이들의 시각에서 보자면, 의무 징병은 바람직한 제도가 아니다. 젊은이들이 군대 대신 다른 분야에서 일할 경우 사회가 얻을 수 있는 기회 이익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당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우파 경제학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그해 징병제 (폐지를 위한) 검토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는 4년 뒤 징병제 전격 폐지로 이어졌고, ‘건국의 아버지’들이 강조했던 ‘국가에 봉사해야 한다’는 성스러운 의무가 고용·계약 관계로 바뀌는 데 물꼬를 텄다.
저자는 위원회 출범을 경제학자들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상징적 사건으로 정의했다. 그전까지 경제학자들은 미미한 존재였다. 훗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전쟁을 선포한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역시 1950년대 초까지는 뉴욕 연준 건물 지하에 처박혀 인간 계산기 역할을 수행하며 아내에게 출세할 가망성이 없다고 한탄하는 신세였다. 하지만 프리드먼의 주장이 정책을 바꾼 1969년부터 걸출한 경제학자들에 의해 세계 경제가 좌지우지되는 이른바 ‘경제학자의 시대’가 막을 올렸다.
뉴욕타임스(NYT) 경제·비즈니스 분야 주필인 저자는 책 속에 자신의 전문 지식을 유감없이 쏟아부었다. 역사학 전공자가 쓴 글답게 책은 프리드먼을 중심으로 한 시카고학파의 보수 경제학자들이 주류(主流)로 올라선 과정에서부터 그들의 유산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바벨탑처럼 무너지는 일대기를 생생한 역사적 사례를 곁들여 거대한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인다. 하지만 700쪽이 넘는 이 방대한 책은 지루한 경제학 해설서라기보다는 경제학 이론으로 무장한 영웅들의 활약 일대기에 더 가깝다.
책에는 칵테일을 받친 냅킨에 곡선 하나를 그려 감세(減稅)를 공화당 경제 정책 기조로 정한 아서 래퍼, 인간 생명을 달러 가치로 환산하는 방법을 고안한 게임 이론가 토머스 셸링 등 세계 경제계를 주름잡은 다채로운 경제학자들의 영웅담이 소개됐다. 이 중 볼커 전 연준 의장의 분투기는 물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진행 중인 요즘 상황과 맞물리는 대목이다.
볼커가 연준 의장으로 취임한 1970년대 미국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기 침체를 동반한 물가 상승)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당시 주류였던 케인스주의자들은 정부의 시장 개입을 중시했는데, 물가와 실업률이 동시에 오르는 상황은 그들로선 설명하기 힘든 딜레마였다. 볼커 전 의장은 “통화 공급을 통제하라. 그러면 다른 것은 모두 제자리를 찾는다”는 프리드먼의 처방을 받아들여 돈줄을 옥죄었다. 부작용은 엄청났다. 금리가 20%를 넘어가고, 제조업 실업률은 30%에 육박했다. 건설 업자들은 볼커의 수배 전단을 찍어 돌렸다. 죄명은 ‘아메리칸드림 살해자’였다. 볼커와 프리드먼에게서 ‘세뇌’를 받은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은 모든 고통을 감내했고, 결국 인플레이션 심리가 수그러들면서 물가는 내려가 극단적 처방은 효과를 발휘했다. 이렇게 프리드먼 진영은 경제학계 주류로서의 위상을 다졌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상황은 또다시 반전됐다. 시장지상주의에 대한 회의가 퍼지고, 불평등과 계층 이동 사다리 복원 문제가 시대적 화두가 됐다. 세계 각국은 각자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 케인스식 처방을 꺼내 들고 있다. 이렇게 역사는 되풀이된다.
‘프로 불평러’의 두려움 극복 매뉴얼
반항의 기술
러비 아자이 존스│김재경 옮김│온워드│1만7000원│320쪽│12월 1일 발행
연봉 협상에서 불공정한 처우를 받을 때, 불쾌한 댓글이 달린 SNS를 접할 때 우리는 할 말이 목구멍까지 찼는데도 침묵을 택하곤 한다. 투덜이로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부당한 상황에 처했을 때 목소리를 내자는 ‘프로 불평러 선언’으로 TED 조회 수 870만 회를 넘기며 TED 상위 1% 강연자가 된 저자는 침묵이 당장은 편안할지라도 그 편안함이 우리를 옥죄는 덫이 된다고 조언한다.
17년간 3000통의 편지로 후배들에게 전한 조언
제법 괜찮은 리더가 되고픈 당신에게
장동철│플랜비디자인│1만8000원│304쪽│11월 22일 발행
저자는 현대자동차그룹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29년간 근무 끝에 부사장이라는 직책으로 회사를 떠났다. 처음 리더를 맡아 조직원을 이끌기 위해 글을 쓴 그는 약 17년간 부하 직원들에게 3000편이 넘는 편지를 썼다. 이 책은 성장을 위한 인생, 직장에서 일하는 방식과 태도, 리더십에 대한 고민 외에도 가정생활과 소소한 행복 등을 리더의 마음으로 전하고 있다.
도시의 생존은 계속될 것인가
도시의 생존
에드워드 글레이저, 데이비드 커틀러│이경식 옮김│한국경제신문│2만8000원│632쪽│11월 18일 발행
근래까지 도시가 쇠퇴하는 원인은 대부분 탈산업화였다. 하지만 이제는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도시와 시민을 위협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됐다. 오래전 이탈리아의 라구사와 베네치아는 감염병에 어떻게 대응했을까. 개발도상국 인프라와 그 외 나라의 건강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도시경제학자와 보건경제학자인 두 저자는 도시에 대한 시각 자체를 바꿔 놓는다.
위화의 8년 만의 신작
원청
위화│문현선 옮김│푸른숲│1만8500원│588쪽│12월 2일 발행
‘허삼관 매혈기’ ‘인생’ 등으로 국내에도 알려진 중국 소설가 위화가 8년 만에 내놓은 신작. 청나라로 대변되는 구시대가 저물고 중화민국이라는 새 시대가 떠오르는 대격변기를 배경으로, ‘원청’이라는 미지의 도시를 찾아 떠나는 린샹푸의 여정 속에서 천재지변과 환란, 전쟁의 한가운데에 놓인 평범한 인간 군상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원작은 출간 1년 만에 150만 부 이상이 판매됐다.
전설의 투자자가 들려주는 투자 이야기
벤저민 그레이엄 자서전
벤저민 그레이엄│이은주 옮김│차이정원│2만원│456쪽│11월 18일 발행
워런 버핏은 “(투자자로서) 나의 85%는 벤저민 그레이엄이다”라고 했다. 버핏뿐 아니라 찰리 멍거, 존 템플턴 등 세계적인 투자자들은 모두 존경하는 스승으로 그레이엄을 꼽는다.
이 책은 투자의 전설이 직접 밝힌 투자법 및 그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로 2004년 국내 번역 출간됐지만 절판됐다가 이번에 다시 나온 개정판이다.
제2차 세계대전 속 숨겨진 역사
스탈린그라드의 등대(The Lighthouse of Stalingrad)
이안 맥그리거│스크리브너│25.15달러│384쪽│11월 29일 발행
제2차 세계대전 당시 200만 명 이상 사상자를 낸 구소련의 스탈린그라드(현 볼고그라드) 전투는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전투 가운데 하나로 유명하다. 당시 이 도시에는 ‘등대’라고 불렸던 소련군 소대의 요새가 전략적 기지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꼼꼼한 현장 검증과 아카이브 취재를 통해 작성한 이 책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전쟁의 뒷이야기와 참상을 새롭게 재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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